[앵커] 평화방송과 불교방송, 기독교방송과 원음방송 등 4개 종교방송 사장단이 오늘 오전 긴급 모임을 갖고, 종교방송을 무시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또 결의문도 채택했습니다.
김혜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김혜영 기자!
1. 종교방송 사장단이 오늘 간담회를 가진 이유는 무엇입니까?
네, 정부가 대대적인 공기업 개혁을 추진하면서 코바코, 이른바 한국방송광고공사의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대신 ‘민영 미디어랩’을 설립해서 방송광고 판매를 대행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인데요.
이렇게 되면 한국방송광고공사를 통해서 광고를 배정받아 온 종교방송과 지역방송들은 직접 영업활동에 나서야 하는 등 당장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어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각각 “종교방송들이 그동안 너무 편하게 경영을 해왔다. 종교방송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노력해야 한다”, “종교방송이 군사독재정권 시스템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면서 종교방송을 폄하하는 발언을 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결국 평화방송을 비롯한 4개 종교방송 사장단은 오늘 정부의 민영 미디어랩 도입 방침과 잇따른 망언에 대해서 대응방안을 논의하게 된 것입니다.
2. 오늘 간담회 후에 성명이 채택됐죠? 어떤 내용이 담겼습니까?
네, 종교방송 사장단은 우선 종교방송을 무시하는 듯한 취지의 발언을 한 유인촌 장관과 정병국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불교방송 사장 영담스님의 발표내용을 들어보시겠습니다.
▶ 영담스님 / 유인촌 장관과 정병국 의원은 방송의 공공성을 지켜내지 못하고 종교방송사들의 명예를 훼손한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
종교방송 사장단은 이어 “앞으로 성당과 교회, 사찰 등 각 교단별로 정부의 잘못된 미디어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고 대규모 반대집회를 추진하는 등 강도높은 반대운동을 벌여나가겠다”며 “정부는 무분별한 방송광고체제 도입 방침을 철회하라”고 주장했습니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문순, 전병헌, 서갑원 의원도 이 자리에 참석해서 종교방송의 입장을 듣고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전병헌 의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 전병헌 의원 / 종교방송이 그동안 노력과 희생을 통해서 여론의 다양성 그리고 방송계의 발전에 이바지해온 것이 큰데 종교방송은 마치 놀고 먹고 한다는 식으로 폄하한 것에 대해서 (종교방송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고, 정부의 정책을 시정시켜 나가는데 노력하겠습니다.
3. 오늘 성명 발표에 대한 정부의 반응은 어떻게 나오고 있습니까?
네, 정부는 당초 다음주 수요일인 24일에 3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었는데요.
오늘 다음주 보도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를 제외했습니다.
종교방송들의 반발이 심해지면서 좀더 신중하게 결정을 내리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공기업 개혁 주무부서인 기획재정부의 장영철 공공정책국장은 오늘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종교방송 사장단의 성명내용을 봤고 뜻도 알겠다”면서 “논의를 충분히 해서 차질이 없게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방송광고시장의 독점적인 구조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 민영 미디어랩 도입을 추진하고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측은 “다음달 25일 국정감사가 끝난 뒤에 민영 미디어랩 도입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도입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것이지, 당장 도입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1980년대에 만든 제도를 바꾸기 어렵다는 이유로 그냥 놔둔다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직무유기를 하는 꼴이 된다”면서 “종교방송과 지역방송에 손해를 입히겠다는 것이 아니라 발전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4. 이런 와중에 유인촌 장관이 또 종교방송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종교방송 사장단이 조찬 간담회를 갖고 있던 시각,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한나라당 연구모임인 ‘국민통합포럼’ 초청 토론회에 참석했는데요.
유 장관은 이 자리에서 “전국에 신문과 방송이 얼마나 많냐” 반문하면서 “이들이 시장 경쟁환경이 오는데도 명맥을 유지하는 것은 정부 지원이나 코바코 광고를 통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경쟁력이 없는 언론사가 코바코와 정부 지원으로 난립하고 있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어서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