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이 바빠서 예정했던 공연을 많이 취소하고 있는 중에
이 공연은 프로그램이 텔레만 작품으로만 구성된 보기 드문 공연이고
이디오 델라 무지카 전현호님, 조현근님의 연주를 좋아해서 기어코 간 공연입니다
결론은 텔레만이 느껴지다가 실종되다가, 확 다가오지는 않았던 것과
바로크 공연에서 제가 좋아하는 분위가가 다소 훼손된, 좀 산만한 무대와 친근감이 좀 과한 관객들의 호응 등등이
공연의 몰입을 방해했던 면이 뛰어난 연주에도 불구하고 좀 아쉬움을 남게 했습니다
연주는 훌륭했고 기획의도와 선곡도 좋았지만
무슨 일인지 1부 처음, 2부 처음에 전현호님이 마이크잡고 해설을 했는데
연주도 하고 해설도 해야하는 부담감이 클리어되지 않아서 그런지
해설이 여러면에서(?) 안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부 해설은 너무 관객과 거리를 좁히겠다는 의지로 친근하게 하시다가 전달내용이 실종되었고
2부 해설은 미처 전달되지 않은 텔레만 음악의 핵심을 놓친 채 연주자들의 머리 속에만 있는 내용을 전제로 하다보니
연결고리가 없는 관객에게는 해설이 해설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디오 델라 무지카 멤버들의 뛰어난 연주실력과
바로크 연주 정예멤버라 할 수 있는 분들의 신들린 무대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이디오마 델라 무지카 정기연주회 '텔레만 판타지아'
Idioma de la Música Concert 'Telemann Fantasia'
[출연진]
전현호 (Recorder & Baroque Flute)
조현근 (Viola da Gamba & Barque Cello)
Simone Pirri (Baroque Violin)
장희진 ( Baroque Viola)
장혜진 (Baroque Cello)
이은지 (Harpsichord)
[PROGRAM]
Georg Philipp Telemann (1681-1767)
<1부>
4명을 위한 콘체르토 4중주
Concerto I à 4 in G Major, TWV 43:G1, 1730
이곡은 4명의 소리의 합이 좋았고 오늘 공연의 주제인 텔레만 음악 스타일을 선보입니다
해설하신 분의 이야기처럼 비즈니스맨의 면모가 뛰어났던 텔레만은 고급전략을 취했다는데, 즉 타켓을 특정, 소수 특권층를 위한 음악을 많이 기획해서 그런지 한번에 확 다가오는 선율은 아니었습니다
비올라 감바 환상곡 6번 사장조
Fantasia 6 in G major for Viola da Gamba, TWV 40:31, 1735
원래 예정된 비올라 감바 환상곡 대신에 당일 프로그램에는 첼로 소나타로 바뀌어 있었고
해설에서 미리 양해를 구하기도 했지만 조현근 첼리스트의 첼로 소나타야말로 더할 나위없이
귀에 깊이있는 바로크 첼로의 잔향을 쏟아부어주어서
바뀐 프로그램이 전혀 아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생각은 나중에 바뀝니다)
1번 콰르텟 라장조
Premier Quartour in D Major, TWV 43:D3, 1738
이곡에서부터 자꾸 바로크 바이올린 소리가 튀허서 블렌딩이 안되는 느낌으로 집중이 떨어지고 급기야 피곤한 테리는 좀 졸았습니다
<2부>
플룻을 위한 환상곡 3번 나단조
Fantasia 3 in B minor for Solo Flute, TVW 40:4, 1732-3
역시 전현호 리코디스트의 연주실력은 혼을 쏙 빼놓습니다
언젠가 전현호님의 숨도 쉬지않고 내달리는 듯한 연주에 넋이 나간 적이 있는데
정말 근거리에서 보면 더 놀라운 것이 저 빠른 속주에도 음이탈 한번, 박자 엉키는 것 한번 없는 연주를 보면
그는 리코더 대가가 맞습니다
4번째 콰르텟 나단조
Quatrieme Quatuor in b minor, TWV 43:h2, 1738
2부 들어서 더욱 안정된 합이 돋보이는데 여전히 바이올린 소리가 좀 튄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한 채
바이올린 환상곡 5번 가장조
Fantasia 5 in A Major for Violin Solo, TWV 40:18, 1735
바로크 바이올린 독주의 무대가 되니 오늘 내내 튀는 소리의 주인공 바이올리니스트 시모네 피리(Simone Pirri)는
합주에서보다 독주에서는 유려한 보우잉과 자신감 넘치는 소리로 무대를 꽉 채웁니다
근데 좀 모던 바이올린 소리같이 들리는 건 저만이었을까요 마지막 앵콜에서도 그의 리듬감 넘치는 위트있는 연주가 바로크 바이올린의 그것은 아니었던 느낌이 남지만 오늘 내내 아쉬웠던 바이올린의 인상이 이 독주로 어느 정도 상쇄되었습니다
리코더와 비올라다감바를 위한 콘체르토 가장조
Concerto for Recorder and Viola da Gamba, TWV 52:a1, 1750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곡이자 오늘 가장 좋았던 곡에서
조현근 첼리스트의 비올라 다 감바 연주를 듣게 됩니다 바로 제 앞에서요
오늘 제 자리가 무대 센터에서 약간 왼쪽이었고 2열이어서 조현근 첼리스트 바로 앞에서 그의 신들린 연주와 늘 그렇듯 영혼까지 갈아넣은 듯한 심오한 표정에 비올라 다 감바 악기의 세밀한 움직임까지 정신을 놓고 보았습니다
오늘 두번째 첼로소나타 대신 원래 비올라 다 감바 연주를 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스칩니다
내내 합을 맞추서 이제 완전체가 된 4명에다가 바로크 바이올린, 첼로 각 1명씩 더 가세하니
그야말로 소리의 풍부함과 밀도가 높아져 정녕 바로크 음악을, 그리고 드디어 텔레만을 만난 듯
몰입도 최고의 연주로 오늘 공연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바로크 공연을 가는 이유 중에는 그 특유의 내밀함, 고적함, 그리고 무엇보다 바로크 시대로 잠시 순간이동한 듯한 그 역사적 동질감이 하나의 이유였는데 오늘은 조금 잔치집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부산스러움이 있어서 아쉬웠어요
그리고 어쩌면 음악 덕후들 중에서도 바로크 공연을 오는 이들이 진심으로치면 상위 탑티어들일텐데
바로크 공연의 저변화를 위한 것인지, 응원과 호응이 필요했던 것인지 친분이 과한 관객들의 과잉 호응으로 일반 덕후들은 그들만의 리그에 초대된 이방인같은 느낌이 들어서 감상을 방해한 면이 있었고 옥에 티였습니다
급기야 연주자와 친한 분들인 것 같은 무리 중 한 분이 제 옆에서 매 곡마다 휴대폰 빛을 죽인 채 내내 촬영을 하고 음악을 듣기보다는 공연을 기록에 남기려는 의도가 더 많은 듯한 행동으로 불편함을 주어서
"텔레만 판타지아" 라는 무척 학구적인 레퍼투아로 무장한 공연이 학예회 분위기로 내려앉은 아쉬움이 공연의 잔향이 되고 말았습니다
좀 더 관객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충분했다면
소수의 매니아층이어도 진정 바로크 음악을 사랑하고 공감하는 관객들과 그 몇 백년 전 음악에 꽂힌 연주자들이
바로크 시대의 음악적 사유를 함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크 공연은 공연 시작 전 무대에 올라온 악기가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아내어 꼭 사진을 찍게 됩니다
공연이 다 끝난 후 불 꺼지기 직전, 무대 위에 아름답게 앉아있는 저 하프시코드는 바로크 공연의 스토리텔러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