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띠다/ 띄다/ 떼다
산과 들엔 진달래·개나리꽃이 만발하고 아파트 단지마다 하얀 목련화에 이어 벚꽃, 라일락꽃 등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이런 계절엔 ‘미소를 띄고’ 있을 환한 얼굴들을 그리게 마련인데, 거리엔 아직 봄을 맞이하지 못하는 슬픈 모습들이 자주 ‘눈에 띤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시구가 우리 서민생활 전반을 잘 드러내 주는 요즘이다.
앞글에서처럼 ‘미소를 띠다’로 써야 할 곳에 ‘띄다’로 잘못 쓰는 경우도 있고, ‘눈에 띈다’같이 ‘띄다’로 써야 하는데 ‘띠다’를 쓰는 모습을 종종 본다. ‘띠다, 띄다’는 서로 뜻이 다른 단어여서 구별해 써야 하지만 발음이 비슷해 표기할 때 자주 혼동한다.
‘띠다’는 “허리띠를 띠다/ 임무를 띠다/ 홍조 띤 얼굴/ 미소를 띠다/ 전문성을 띠다”같이 ‘끈 따위를 몸에 두르다, 용무나 직책·사명 따위를 지니다, 빛깔이나 색채를 가지다, 감정이나 기운을 나타내다, 어떤 성질을 가지다’의 뜻이다. 이와 달리 ‘띄다’는 ‘뜨이다’나 ‘띄우다’의 준말 형태다. “귀가 번쩍 뜨였다(띄었다)/ 나무를 심을 때는 간격을 좀 띄워야(띄어야) 한다”처럼 쓰인다.
“성적증명서를 띠다”같이 ‘떼다’를 쓸 곳에 ‘띠다’를 쓰는 경우도 간혹 볼 수 있는데, 이때는 ‘주민등록등본을 떼다’처럼 써야 한다.
“벽보를 떼다, 월급에서 식대를 떼다”처럼 ‘붙어 있거나 잇닿은 것을 떨어지게 하다, 전체에서 한 부분을 덜어내다’의 뜻일 때는 ‘떼다’를 써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