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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부터 숫자와 수식만 나오면 두통을 호소한다는 분이 많다. 밥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2차함수의 꼭지점 값을 구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는 불만과 함께.
그러나 연말정산 관련한 숫자와 수식은 두통이 생겨도 조금 참고 따라가 보자. 연말정산 수식은 풀다 보면 실제로 밥 한끼 이상이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난해해 보이는 연말정산도 '개념원리' 학습을 통해서 이해하면 의외로 복잡하지 않다.
또한, '세금폭탄', '부자증세' 등의 정치적 슬로건 중에서 무엇이 옳은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근거도 생기게 된다.
연말정산은 소득세를 내는 납세자가 납부 할 세금액수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소득이 생기면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언제, 누가 세금을 낼까?
노동자들 입장에서 세금은 내가 직접 납부하는 것도 아니고 연말정산 시즌에 내는 것도 아니다. 내가 다니는 회사가(원천징수 의무자) 나한테 월급을 줄 때, 내가 내야 할 세금을 대신 내준다. 이걸 원천징수라 한다.
그럼 내 회사가 얼마를 어떻게 원천징수 할까?
내가 다니는 회사는 월급에서 자녀 수 정도만을 고려해 대강 퉁을 쳐서 국세청에 세금을 낸다. 이 때 사용되는 게 '간이조견표'다. 그래서 1년마다 한 번씩 대강 퉁친 금액을 바로잡는 과정이 필요하다. 연말정산 시즌에 정확하게 납부할 세금액수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연말정산은 나의 소득세를 대강 퉁쳐서 납부한 원천징수 금액이랑 내가 실제로 내야 할 소득세액을 대조하는 과정이다. 내가 여러 가지 '세테크'를 잘해서 부담 할 세금이 적다면 원천징수 금액과의 차액을 환급 받게 된다. 반면, 거의 공제 받을 일을 안 했다면 환급이 아니라 오히려 토해내야 한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중산층의 세금이 증가했다는 것이 일부 언론에서 말하는 핵심이다. 그래서 다시 소득공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하는 야당 의원도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실제로 2014년 연말정산 금액이 달라진 정확한 이유는 이렇다.
1. 원천징수 금액이 줄었다
중산층 1인가구의 원천징수 금액은 꽤 줄었다. 원천징수를 적게 했으면 당연히 실제 내는 총 세금이 같아도 연말정산 때 돌려받는 환급금이 적어진다. 오히려 연말정산 때 토해내야 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적게 내고 적게 돌려받는다'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2. 근로소득공제 금액이 줄었다
근로소득공제는 모든 근로소득자가 받는 공제항목이다. 그런데 작년 중산층의 근로소득공제 금액이 크게 줄었다. 그래서 중산층 근로자 세금이 늘어났다. (공제가 무엇인지는 다른 항목에 있다)
3. 자녀관련 소득공제를 자녀세액공제로 통폐합했다
예전에는 다자녀 추가공제, 6세 이하 자녀 공제 등이 별도로 있었다. 이를 자녀 1명당 15만원 세액공제(3명이상은 1명당 20만원)로 통폐합했다. 미취학 자녀에 대해 별도로 챙겨주던 게 없어졌으니 6세 이하 자녀 두 명을 둔 중산층 근로자의 세금은 늘어났다.
4. 각종 특별공제제도를 세액공제로 전환했다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소득공제를 15% 세액공제로 전환했다. 또한 연금저축, 보장성 보험료, 표준공제를 12% 세액공제로 전환했다.
5. 체크카드 등의 사용 증가분에 대해 소득공제율을 올렸다
2013년 보다 체크카드, 현금영수증을 더 많이 사용한 금액 중 일부의 소득 공제율을 30%에서 40%로 인상했다.
2014년에 바뀐 부분을 읽어도 어디가 잘된 부분이고 어디가 잘못된 부분인지 잘 판단이 안 된다면 소득세 산출 원리를 알아야 한다.
1. 비과세소득을 제외한 과세소득에만 세금이 부과된다. 예를 들어 월 10만원 이하의 식사대, 월 20만원 이하의 취재비 정도의 실비변상적 급여는 처음부터 과세소득에서 제외된다.
2. 과세소득 중 근로소득공제를 뺀 나머지 금액이 근로소득자의 근로소득금액이 된다. 즉, 내 연봉이 4000만원이면 일단 1125만원 근로소득공제를 받는다. 결국 나의 근로소득금액은 2,875만원이 된다.
3. 근로소득금액에 인적공제, 신용카드공제 등 각종 공제를 뺀 나머지 금액이 과표가 된다. 즉, 내가 3인 가구의 가장이라면 450만원의 인적공제, 300만원의 신용카드 공제 등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인 2,125만원이 나의 과표가 된다.
4. 과표에 해당 세율을 적용하여 산출세액을 산출한다. 즉, 과표가 2,125만원인 경우 소득세율 체계에 따라 1,200만원 이하 부분은 6%세율을 적용하여 72만원, 그리고 1,200만원 초과 부분은 15%세율을 적용하여 139만원이 된다. 합계 211만원.
5. 산출세액 211만원에서 각종 세액공제를 받게 된다. 즉, 근로소득세액공제 66만원, 자녀세액공제 15만원, 그리고 경우에 따라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등 세액공제를 받아 보통 백 여 만원의 세금이 결정된다.
6. 연말정산 때는 이미 원천징수를 통해 납부한 금액과의 차이만큼 환급 받던지 아니면 추가로 납부하게 된다.
복잡한가? 그럼 두 개만 기억하자. 세금은 나의 소득 전체에 부과되는 것이 아니다. 각종 소득공제를 제외하여 과표를 구하고 그 과표에 해당하는 세율을 곱하여 산출세액을 산출한다. 그리고 산출세액에 각종 세액공제를 제외하면 내가 실제로 부담하는 결정세액이 된다.
과표 1200만원 ~ 4600만원 사이의 세율은 15%다. (정확히 말하면 한계세율은 15%)
그런데 각종 소득공제, 세액공제를 통해 결과적으로 연봉 4000만원의 3인가구 근로소득자는 보통 백 여 만원 정도를 세금으로 낸다. 간략히 말하면 평균 세율은 4% 미만이다.
어차피 그럴거면 처음부터 4000만원 연봉에서 약 4%의 세율을 적용해서 160만원을 세금으로 납부하면 더 편하지 않을까? 구태여 15% 한계세율을 적용해놓고 각종 공제를 통해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너무 복잡하다.
하지만 각각의 공제제도는 그 이유가 있다.
우리 동네 빵집 사장님의 매출 전체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그럴 수 없다. 800만원을 투자해서 1000만원을 벌었다면 최소한 빵집 사장님이 들인 800만원은 ‘공제’해주고 그 나머지 순이익인 200만원만 세금 부과 대상이 되겠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라고 한다. 그럼,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은행 융자 3억원이 낀 5억원짜리 집을 물려주셨는데 5억원에 대해서 50% 세금을 부과할까? 아니다. 아버지가 3억원 부채가 있다면 3억원을 ‘공제’해 주는 것은 당연하다.
만약 순 유산이 1억원 남짓에 불과하다면, 그 정도는 좀 상속세를 면제해주는 것이 일반적인 법 감정이 아닐까? 그럼 상속재산에 대한 '기본공제' 2억원을 해주는 것도 충분히 이해 된다.
여러가지 공제의 의미는 각기 다르다.
1. 연말정산에서 가장 중요한 근로소득공제제도는 유리지갑인 근로자의 비용을 대략 잡아서 공제해 준다는 의미이다.
사업자는 순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각종 투자 비용을 모두 공제 받는다. 원재료 값, 직원 월급은 물론 차입금 이자비용까지 공제 받는다. 그런데 직장인은? 대학등록금 비용, 토익학원비 등 자기계발을 위한 투자비용은 사실 취직하려고 투자한 돈 아닌가? 이렇게 직장인이 자기 ‘몸뚱이’에 투자한 비용은 빼줘야 마땅하다. 이것이 근로소득공제다. 상식적으로도 매달 300만원씩 월세를 걷어들이는 집주인과 월급 300만원을 받는 봉급쟁이의 세금이 같다는 건 좀 불평등하다. 그래서 큰 폭의 근로소득공제가 필요하다.
2. 자녀공제, 의료비, 교육비 공제 제도 등은 실비용을 빼 준다는 의미이다. 1인가구가 월급 300만원을 벌면 나름 풍족하게 살 수 있다. 그러나 애 둘을 키우면서 300만원을 벌면 좀 빠듯하다. 집안에 환자가 있어서 병원비 지출이 커지면 역시 생활이 힘들어진다. 그렇다면 비록 소득은 300만원으로 동일하더라도 비교적 생활에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는 세금을 좀 많이 걷고, 애가 많거나 의료비 지출이 많아 생활이 빠듯한 사람에게 세금을 조금만 걷는 것은 일리가 있다.
3. 기부금공제, 연금보험공제, 보장성보험공제 등은 특정 경제적 행위를 유도하기 위함이다. 기부를 많이 하는 것을 유도하고, 보장성 보험의 가입을 유도하고자 세금을 깎아 준다는 당근을 주는 것이다.
4. 신용카드 공제 등은 국가의 행정비용을 납세자에게 돌려주는 의미이다. 우리나라는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이 떨어져서 지하경제가 크다고 한다. 그럼 국가가 행정비용을 들여서 조세인프라를 마련하고 자영업자의 소득을 파악해야 한다. 그런데 납세자가 현금대신 신용카드를 쓰면 조세인프라가 마련된다. 그렇다면 조세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행정비용을 납세자에게 돌려준다는 차원이다
간단히 말해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한 것은 문제가 아니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한 것의 의미를 알아보자. 과표 1200만원 이하 세율은 6%다. 즉, 과거 소득공제 시절에는 1200만원 이하 소득자가 의료비 또는 기부금을 100만원 지출 했으면, 세율 6%가 적용돼서 6만원을 돌려받았다. 그런데 과표 1억원 고소득자가 의료비 또는 기부금 100만원을 소득공제 하면, 세율 35%가 적용돼서 35만원이나 돌려받게 된다. 15% 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4500만원(연봉으로는 약 6000만원쯤 된다)의 중산층은 15만원을 돌려받게 된다. 똑같이 100만원을 지출했는데 오히려 고소득자는 35만원, 저소득자는 단 돈 6만원만 돌려받는 것이다. 불합리하다.
15% 세액공제로 전환되면, 100만원 지출 시 소득과 상관없이 15만원씩 세금을 돌려받는다. 결국 저소득층은 혜택, 중산층은 그대로, 고소득층은 세금을 더 내게 되었다.
1. 근로소득공제 축소가 잘못되었다.
근로소득공제 금액이 축소되어서 중산층의 세금이 늘어났다.
정부가 근로소득공제율을 축소한 이유는 저소득근로자 세금액수를 조절하기 위해서였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면 저소득 근로자의 세금이 너무 큰 폭으로 줄어드는데 이를 조절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계세율이 15%인 중산층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어도 세금 변화는 거의 없다. 그런데도 중산층 근로소득공제금액은 마찬가지로 축소됐다. 결국, 한계세율이 15%인 연봉 약 3500만원 초과 중산층 세금은 늘어났다.
2. 자녀관련 소득공제를 자녀세액공제로 합친 것은 다소 보완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는 기존의 복잡한 각종 인적공제보다는 낫다. 6세 이하 자녀 두 명을 둔 중산층 세금은 증가하지만, 두 명의 자녀가 모두 6세 이상이면 세금이 감소한다. 초중고생보다 6세 이하 자녀에게 좀더 챙겨줘야 할까? 그렇지 않을까? 이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다만, 사라져버린 출생 입양 공제는 세액공제 형식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3. 체크카드 등 사용 증가분 소득공제율 인상
연말정산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직장인들의 화를 돋구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연말정산에 좀 자신있다는 직장인들도 올해 연말정산에서 신용카드 등의 공제 부분을 하다 보면 마우스를 던져버리고 싶어질 만 하다. 각각의 카드 항목별로 A+B+C+D+E+F+G+H+I로 나누어서 입력해야 한다. 그것도 2014년뿐만 아니라 2013년자료까지 입력해야 한다니 난수표도 저리 가라다.
이렇게 복잡해진 이유는 신용카드 공제 목적을 도외시 했기 때문이다. 원래 신용카드 공제목적은 조세인프라 구축 비용을 납세자에게 돌려주기 위함이다. 그런데 단기 경기 조절용으로 신용카드 공제를 활용하다 보니 이런 참극이 벌어졌다.
경기조절목적의 조세정책은 기본적으로 옳지 않다. 경제변화의 속도와 조세제도 변화의 속도를 일치시키는 것은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유일한 경기조절 목적의 세제인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가 경기가 나쁠 때만 존재한다는 ‘임시’라는 말을 떼지 못하고 계속 연장되다가 결국 없어졌다. 세금을 가지고 경기를 조절하는 건 별로 좋지 않다는 의미다.
*복잡한 신용카드 공제에 대비하는 한가지 팁. 만약 당신이 기존 신용카드 등 만으로도 공제 한도 금액인 300만원이 채워 진다면 그냥 단순하게 가자. 구태여 공제율이 높은 체크카드니 전통시장이니 2013년 증가분 같은 것 따질 필요 없다.
당정합의에 따른 보완 대책을 보며 든 생각은 두 가지다.
“에고 의미 없다…” 그리고 “안돼~” 자녀 공제를 좀 더 확대하는 것이야 나쁠 것은 없다. 그러나 독신가구 표준 세액공제 확대가 그리 긴급 개선책에 포함 될 정도인지는 전혀 모르겠다.
연금보험료 세액공제를 확대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연금보험료의 공제목적은 연금보험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비교적 여유 있는 사람들이 드는 연금보험이 국민의 세금을 통해서 혜택을 주어야 할 정도로 시급한 일인지는 모르겠다.
야당 의원들의 대책도 문제가 많다. 이 참에 증세 논의를 하자는 기본 방향은 새누리당 보다는 좋아 보이지만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한 것이 문제라는 발언을 하는 의원도 있을 정도로 개정 세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자체가 너무 부족하다.
실제로 홍종학의원 등은 의료비나 교육비는 소득공제가 옳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과거로 되돌아 간다면 소득 계층간 역진성을 심화시킬 뿐이다.
납세자연맹 같은 단체와 일부 언론은 ‘세금폭탄’ 등을 운운하며 증세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증세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아무런 원칙과 철학 없이 중산층의 세금이 올라간 것이 문제인 것이다. 즉, 증세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증세가 아니라, 단순히 정부의 ‘시뮬레이션 계산 착오’ 를 통해 중산층 세금이 의도하지 않게 오른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아직도 정부와 언론은 이번 중산층 세금 인상의 이유를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이나, 자녀관련 소득공제 폐지 등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핵심은 근로소득공제율을 재 조정하는 것이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한다고 해도 한계세율이 15% 이내 중산층의 세금은 전혀 오르지 않는다. 한계세율이 24%에 달하는 일부 중산층의 세금은 다소 오를 수는 있겠지만 이는 조세누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정신으로 이해 할 수 있다. 정부보다 먼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한 이는 구 통합진보당 김재연 전 의원이라는 것을 보면 세액공제 전환은 진보적 의제임을 짐작할 수 있다.
자녀관련 소득공제 폐지 등에 따라 세금이 오르는 경우는 당해 출산하거나 6세 미만의 아이가 두 명 이상 있는 경우에만 해당된다. 초중고 아이가 두 명 이상 있을 경우는 세금이 오히려 줄어든다. 이번 당정 합의를 통해 당해 출산 아이는 다시 공제해주기로 하였다. 다만 초중고 학부모보다 6세미만의 아이에게 더 많은 특혜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의도하지 않은 중산층 세금 증가'는 근로소득공제 감소 때문이다. 이는 어처구니 없게도 정부가 시뮬레이션을 잘못 해서 생긴 문제다. 김재연 전 의원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정부의 근로소득공제 축소로 인해 연봉 4000만원 소득자의 세금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하였다.
나아가 아주 근본적으로 보자면 국가 전체의 세수가 부족해서 중산층의 마른 수건을 짜다 보니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 연말정산 사태는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 적극적인 증세정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방증이다. 법인세 증세, 상장주식 양도차익과세, 초고소득층 증세 등에 대해 좀 더 논의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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