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말’ 이라고 언제나 변함없이 말하는 사진가 이성만 씨. 그는 35일 동안의 긴 인도 여행을 통해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비록 인도라는 가난한 나라에서 21세기의 물질적 풍요를 벗어나 헐벗고 굶주리는 생을 살아가지만, 고유의 신앙심을 가지고정신세계를 지키며 평화와 자유를 추구하는 그들만의 행복함을 느끼는 생, 삶의 진정한 보물은 꼭 물질의 풍요에서만 오지 않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래서 인도에서의 35일의 긴 여행은 더욱 의미가 깊다. 그는 앞으로도 어느 나라에서 어떤 순간을 만나더라도 그만의 느낌과 생각을 사진 속에 고스란히 녹여내고 싶은 것이 유일한 소망이라고 소박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진제공/ 이성만 = http://www.photolees.net
글/ 윤경희 = 윤경희의 포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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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제1차 인도 촬영기
지난겨울 35일 동안 인도로 사진 촬영여행을 떠날 때는,우리 나라의 33배나 큰 나라, 세계 인구의 6분지 1의 인구, 다양한 종교와 문화가 도처에 화석처럼 깊이 배여 있는 신비한 나라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인도 깊숙이 파고 들어가 헐벗음과 굶주림으로 가득 찬 삶의 현장을 목격하면서, 그리고 그런 참상들을 앵글에 맞추면서 나의 자세는 구도자(求道者)처럼 되어 가는 것을 자각할 수 있었다. 낡은 등산복을 장삼(長衫)처럼 걸치고, 배낭을 바랑처럼 지고, 카메라를 염주처럼 움켜쥐고, 때로는 백성들을 쓰레기처럼 방치하고 있는 정치가들과, 민중들을 무지한 종교의 율례로 족쇄 채우고 있는 종교인들에 대해서 분노하면서, 때로는 그들의 고통이 가슴에 눈물처럼 젖어드는 아픔을 느끼기 시작했다.
도둑이 많기로 악명 높은 아그라 행 야간 열차에서 배낭을 쇠사슬로 묶고도 카메라 장비를 잃을까 뜬눈으로 지새던 밤들, 15시간 이상 추위와 싸우던 밤 열차, 온수는 물론 찬물도 제대로 안 나오는 1,500원 짜리 호텔과 침낭 속에서의 새우잠, 이틀동안 추운 사막의 밤에서 보았던 별들의 찬란함, 반찬도 없는 중국식 Fried Rice를 주메뉴로 배를 채우면서 가난이 저주처럼 널려있는 시골마을을 헤매며 목격했던 어둡던 장면들, 그리고 카메라를 들이대므로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느끼던 죄책감들, 구걸을 요청하던 한 소녀의 애절한 눈빛, 헐벗고 굶주린 수행자들의 끝없는 고행들, 그 가슴아픈 장면들을 무엇을 위해 나는 그리도 미친 듯이 셔터를 눌러댔던가?
그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나는 갠지스 강 화장터에서 얻을 수 있었다. 매캐한 냄새 속에서 훨훨 타오르는 시신을 끝없이 바라보면서 열반(涅槃)을 갈구하는 인도인들의 모습은 차라리 거룩 그대로였다. 죄를 씻고 해탈과 영생을 얻기 위해 강가에 뛰어들어 몸을 씻고 그 물과 함께 살다가 때가 되면 육체의 옷을 미련 없이 벗어 던지고 물처럼 사라져 가는 인생들. 이방인들의 눈에는 그 강은 불결한 물에 불과하지만 그들에게는 대지의 젖줄이자 영원에 대한 생명수이며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인도여행을 시작할 때는 그들에 비해서 엄청나게 잘 살고 있는 한국인으로써의 오만이 뻣뻣이 고개 들고 있었다. 그러나 여행하면서 인도인들이 그 참담한 빈곤 속에서도 초연하게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행을 마치면서 물질의 풍요가 높아갈수록 정신적으로 퇴행(退行)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너무나 부끄럽다는 생각으로 사치한 오만을 버릴 수 있었다. 앞으로는, 사진가로서 가려진 사람들의 "생애의 비밀"을 찾아 구도자의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들에게 카메라 앵글을 맞추리라.
* 위의 글은 제1차 인도여행을 끝내고 쓴 글입니다.
제1차 인도 여행은 중부를 중심으로 델리, 바라나시, 아그라, 자이푸르, 우다이푸르, 암리싸르, 다람살라 등 35일을
배낭여행했으며,
제2차 인도여행은 2008년 30일 동안 문바이, 함피, 방갈로르, 코치, 마두라이, 첸나이 하이데라바드, 아잔타 등
남부지방으로,
제3차 여행은 2011년 인도 최북단 라다크 마널라, 레, 카시미르의 스리나가르를 18일 동안 여행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