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력 워낙 강해 기온 효과 압도 호주, 브라질 등에서도 환자 나와 미국한림원, WHO도 "계절 안 탄다"
기온이 올라가면 코로나의 기세가 꺾일 것이란 주장이 점점 힘을 잃고 있다. 코로나가 독감 바이러스처럼 기온이 낮을 때만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 전문가들은 이번 코로나는 워낙 전염성이 강해 기온 효과를 압도하고 있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 “날씨 변화로 코로나로부터 구원되지 않아”
미국 정부의 코로나 대응을 지휘하는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ABC방송의 ‘굿 모닝 아메리카’에 나와 “날씨 변화에 따라 코로나로부터 구원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바이러스 감염은 지속할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단언했다. 미국 과학공학의학한림원도 지난 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인류가 이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와 만나 대부분이 감염되기 쉽다”며 “이러한 광범위한 취약성이 감염률에 대한 기온 효과를 압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온 때 코로나 힘 못쓴다’ 연구도 있었지만
이는 지금까지 연구결과는 다른 것이다. 홍콩대 연구진은 지난 2일 국제학술지 ‘랜싯 미생물’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온도가 올라가면 약해진다”고 발표했다. 실험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섭씨 56도에서 30분 있으면 완전히 사멸하고 70도에서 5분만 둬도 전염성이 사라졌다. 또 중국 후단대 연구진은 지난달 30일 “온도가 섭씨 1도 오를수록 허베이성에서 코로나 감염자가 36~57% 줄었다”고 밝혔다. 미국 M IT연구진도 3월 22일까지 전 세계 코로나 감염환자의 90%가 기온이 3~17도로 낮은 지역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각국 코로나 검사 능력 반영해야”
하지만 ‘고온에 코로나가 약하다’는 연구들은 이제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홍콩대 연구는 실험실에서 이뤄졌고 현실에서 50도 이상이 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또 중국에서 기온이 높으면 코로나 환자가 줄었다는 것도 진단 건수가 절대적으로 적었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마체이 보니 교수는 “MIT 연구도 각국의 코로나 검사 능력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홈페이지의 ‘괴담 파괴자(Myth busters)’ 코너에서 “기온이 25도 이상이 되면 코로나를 예방할 수 있다는 말은 허구”라며 “기온이 높고 습도가 높은 국가들에서도 코로나 환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