宮南池 벤치 鶴두루미 노부부
정진석
宮南池 벤치에 짱자란히 앉아 있는 80대 중반 黃昏夫婦
천상 의좋은 오누이다
자박자박 뒤뚱뒤뚱 산책 나온 道人과 貞女 어르신
저다지 아름답고 향기로운 한 떨기 암수꽃으로 피어나기까지는
저리 해맑고 곱상하게 저 높은 경지에 닿기까지는
몽고군 사나운 말발굽에 짓이개져도 다시 되살아난 高麗질경이같이
꽃망나니 거친 낫질에 베어져도 또 다시 치솟아난 朝鮮민들레같이
은근과 끈기로 갖은 아픔과 설움
견디고 바우고 이기고 참아낸 거룩한 民草
애초 딴판 둘 하나로 아우러지고 젖어들고 녹아들기까지는
얼마나 바람 구름 비 서리 눈 강물 철새 지나갔을까
얼마나 치고 박고 찌그럭짜고락 아옹다옹 으르렁 앙알공알 거렸을까
애간장에 불꽃 튀게 할퀴고 수많은 다툼질도 거쳤을 거야
미안스런 듯 안쓰러운 듯 싸악 내려놓은 채
이따금 흘깃 팥죽 된 안식구 바라보는 할아버지
이따금 살짝 곁 눈길 바깥양반 훔쳐보는 할머니
씨 밭 고향집 마을 고장 학교 환경 식성 맘씨 초점 취향
어느 것 하나 똑같거나 맞는 게 없었을 靑春男女
主禮 선생은 天生緣分이라 德談 흩였것다
어른들 친구들 이웃들 너도나도 잘 살 거라 꽃잎 뿌렸것다
<男女創造神話> 대로 반쪽 갈라진 제 짝 만나기란
뭔 소리 6000만 신랑신부 중 있을 둥 말 둥
물러서고 맞추고 눈감고 덮고 묻고 감싸고 보듬고 끌안고
오랜 세월 어우렁더우렁 그저 그렇게 넘기는 새
된장찌개 김치찌개 청국장 뭉개 풀어 바골뿌글 팍팍팍 끓여
함께 떠먹다 은근슬쩍 다가 닮아진 낯 몸 맘 얼 넋 혼
미움도 고움도 설움도 기쁨도 아림도 보람도
불가마에 달궈져 용광로 쇳물로 녹아 싹 바뀌었다가
쉬쉬 버물어져 솔은 삼각지 외딴 사랑섬
마침내 남매로 보이는 最高理想 最上平和 最初幸福
낯선 남자랑 설은 여자랑 폭 곰삭은 절대완성
연꽃樂園 쉼터 암 말없이 나란히 걷는 鶴두루미 老夫婦
저토록 결 순하고 높다란 황금송 두 그루
저토록 빛 착하고 고오운 조약돌 두 덩이
바알갛게 달아오른 첫날밤 새색시같이 번지는 저녁노을
西山 넘어가는 夕陽 물끄러미 바라보는 저문 幻想的 한 쌍
이제 헛것 잡것 죄 덜어내 떨쳐내 털어내 헹궈내 훔쳐내
온 잡동사니 뽀얗게 가시고 닦이고 지우고 비운 두 분 超人
하, 마냥 아름답구나 가만히 돋보이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