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행크스는 그 동안 환상적인 분위기 속에 펼쳐지는 삶의 아이러니와 패러독스를 우화적으로 보여 주는 로맨틱 코메디의 주인공 역을 가끔 맡아왔습니다. 개봉 당시 영화팬들의 인기를 끌어 모았던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도 그는 역시 환상적인 사랑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본질을 낭만적으로 그러나 심도있게 탐색하고 있죠.
약혼중인 여기자 애니(맥 라이언 분)는 운전 중에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라디오 상담 프로에 나온,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는 남자 샘(톰 행크스 분)의 사연을 듣고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린 뒤, 왠지 그가 자신의 운명적인 남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샘
그러나 두 사람은 아직 한 번도 서로 만난 적이 없는, 각각 미국위 동부와 서부의 끝(시애틀과 볼티모어)에 떨어져 살고 있는 남남일 뿐입니다. 그러나 케리 그란트와 데보라 카가 주연한 50년대 애정영화를 즐겨 보는 애니는 그 영화에서처럼 운명적인 배필을 만나게 해주는 ‘사랑의 마법’을 믿고 있습니다.
* 자동차 라디오에서 샘의 목소리를 듣고 운명적 사랑을 믿는 애니
이윽고 애니는 샘에게 편지를 보내고, 샘의 아들 조나는 그녀를 좋아하게 됩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우여곡절 끝에 케리 그란트의 영화에서처럼,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전망대에서 이루어지게 되죠. 그리고 그 순간 애니와 샘은 서로가 ‘운명적인 배필(made for each other)’임을 깨닫게 됩니다.
* 자꾸만 딴짓(아빠와 애니를 맺어주려는)하는 조나가 영못마땅한 샘
드디어 ‘사랑의 마법’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제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사람’(사실은 이것이 이 영화의 원제이기도 합니다)인 샘은 비로서 깊은 잠을 잘 수 있게 됩니다.
* 기어코 아빠 몰래 뉴욕행 비행기에 탑승한 조나
이 영화에 등장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장치는 오늘날 상업영화에 의해 밀려난 ‘50년대의 낭만적 영화’와, 현대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TV에 의해 밀려난 ‘라디오’입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장치는 곧 즉흥적이고 상업적이며 표피적으로 변질된 오늘날 젊은 세대의 이기적 애정관에 대한 비판과, 낭만적이고 운명적인 ‘사랑의 마법’을 믿었던 예전 세대의 순수한 애정관에 대한 향수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죠.
* 약속장소인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로 달려올라가는 애니
애니는 라디오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샘의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만일 그녀가 한 채널에 다이얼을 고정시켰더라면, 그녀는 샘의 목소리를 결코 듣지 못했을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것은 곧 우리가 늘 다양한 주파수와 채널에 귀를 기울이고 있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정말이지 우리는 단지 주파수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오늘도 얼마나 많은 메시지를 놓치고 있을까요?
* 빌딩 전망대에서 조나의 인형을 발견한 애니
사랑은 또 우연을 필연으로, 그리고 환상을 현실로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사랑의 마법’이자, ‘삶의 신비’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마법과 신비는 우리에게 삶의 의욕을 가져다 주기도 합니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두 시간 동안 관객들을 바로 그러한 마법과 신비와 감동과 재미의 세계로 데려갑니다.
<러브 스토리>이래 가장 뛰어난 사랑이야기 중의 하나인 이 영화는 연령과 세대에 관계 없이 진한 감동을 선사해 주며, 영화에서 예술을 찾는 사람들과 모험을 찾는 사람들 모두의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켜 주는 데 성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 드디어 운명적 사랑이 결실을 맺는 순간
[ 정감어린 미국의 국민배우, 톰 행크스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 ]
톰 행크스는 1956년 7월 9일 출생으로 캘리포니아의 콩코드에서 태어났지만 부모가 일찍 이혼한 탓에 요리사인 아버지를 따라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게 되었고, 대학교에 입학하여 연기를 전공으로 선택하는데 그러한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이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사실 그다지 잘생긴 외모도 특별한 개성도 없는 그였지만 꾸준히 연기활동을 하였고 28살이 되던 해 <스플래쉬(1984)>라는 코미디 영화로 전국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되었고 그 뒤로 몇몇 코미디영화를 통해 인기를 이어갑니다.
* 영화 <다빈치 코드>에서
1988년에는 <빅>이라는 작품으로 남우주연상 후보까지 오르며 인기를 구가하였고 90년대에 들어서 코미디에서 탈피하여 <그들만의 리그>,<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필라델피아)>,<포레스트 검프> 등의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성공시키면서 세계적인 헐리우드 스타로 발돋움하게 됩니다.
특히 그는 <필라델피아>와 <포레스트 검프>로 2년(1994년,1995년) 연속 아카데미 주연상을 수상했는데 이는 헐리우드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라고 합니다.
* 영화 <터미널>에서
그 뒤로도 <아폴로 13>,<캐스트 어웨이>,<그린 마일>,<로드 투 퍼디션>,<캐취 미 이프 유 캔>,<터미얼>,<라이언 일병 구하기>,<다빈치 코드>,<찰리 윌슨의 전쟁>,<선장 필립스> 등 한 번에 말하기도 힘든 많은 수의 명작들을 탄생시켰습니다.
근래에는 제작과 기획쪽에도 관심을 기울여 연기생활과 병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유명한 전쟁 미드 <밴드 오브 브라더스>,<나의 로맨틱 가이드>,<맘마미아> 등을 들 수 있지요.
* 영화 <If You Can,Catch Me>에서
최근 어느 잡지의 조사에서 미국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배우 1위로 뽑혔다고 합니다. 구수한 인상의 옆집 아저씨같은 분위기의 정감어린 배우,그러나 무엇보다도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온 톰 행크스, 앞으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원숙미가 더해지면서 어떤 작품을 내놓을 지사뭇 기대됩니다.
*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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