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더리인/ 박기준
길을 걷다 경계선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다섯 번의 가르침과
열 번의 가르침의 차이는 무엇일까
조금 느린 걸음을 가지고
위태로운 경계에 서 있을 뿐이다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그림자 무게
나는 투명 인간이 되었다
아침이 나를 싫어하여 낮에만 갈 수 있는 나라
꿈꾸고 싶다
경계 안에서 이야기해도
밖에서는 알지 못하는 나만의 결계를 걸친 나와,
머릿속에 지우개가 있다
익숙이 낯설어질 때 생각은 도주한다
잊힌 기억 빛이 없는 터널
머리가 하얗게 되었다
문밖으로 한 걸음도 옮기지 못한다
수평선에도 지평선에도 속할 수 없는 모호하게 생긴 선위에 있는 나
나는 조금 다른 사람일 뿐이다
세상에는 참 많은 보더라인이 있었다
누가 경계선을 만들었을까
실개천에 써둔 글자가 사라졌다
(시감상)
결계結界라는 말은 수행을 위하여 자신을 제한한다는 말이다. 삶은 온통 결계투성이다. 관계, 가족, 삶, 사랑, 우정, 이 모든 것은 경우에 맞는 결계를 지니고 있다. 살다 보면 결계 밖으로 나가고 싶을 때가 있다. 어쩌면 이 모든 결계가 또 다른 결계로 이어지는 공집합空集合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경계에 도달하면 경계 너머가 궁금해진다. 시인의 자의식은 유의식을 무의식화하는 행위다. 나는 조금 다른 사람일 뿐이라는 말의 속내는 경계를 넘고자 하는 본능과 경계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회한이 있다. 사는 일은 정답이 없다. 자기만의 정답을 만들며 사는 것이 인생이다. (글/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프로필)
박기준 : 서울 출생, 문학 고을, 시사 문단, 신인상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