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시월의 마지막 밤을
하늘길 남단인 웨인즈보로의 낯선 호텔에 누우니..
커다란 커튼 뒤에 숨어있던 십여 년 전 그 일이 슬그머니 일어나 천정을 수놓고 있다.
2015년 10년 마지막 날은 토요일이었다..
그날도 단풍을 보겠다고 기대에 부풀어 새벽에 집을 떠나 한 시간 반 정도 달렸나?..
아직 주위는 여명에 잠겨 눈을 비비고 있을 때.. 80번 하이웨이를 따라 뉴저지를 통과할 지음 거므틱한 게 차 앞 유리에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뭐지?!'.. 눈이었다.
"10월에 왠 눈!^^" 하며 환히 웃었는데..
이내 폭설이 되어 퍼붓듯이 쏟아지니 80마일이 빠르지 않은 듯 달리던 차들이 약속한 듯 속력을 줄여 달린다.
'그래도 설마..' 하면서 도시 프론트 로얄에 있는 하늘길 북쪽 입구에 도착했는데.. 도로를 막은 차단기가 내려가 있었고..
드라이브를 포기하고 걸어서 올라가는 자들 몇몇이 보였다.
"내일은 열겠지" 하며..
오늘 밤 머무는 이곳, 하늘길 남단 입구가 있는 웨인즈보로에 예약한 호텔을 향해 81번 하이웨이를 따라 신나게 달렸다.
(* 80번 도로는 뉴욕에서 엘에이까지 동서를 연결하는 하이웨이이고, 81번 하이웨이는 뉴욕에서 스모키 마운틴을 연결하는 내륙 남북 도로. 그런데 말하다 보면 헷갈리니 알아서 새겨야 할 듯^^)
다음날 아침 하늘길 남쪽 입구에 오니 하늘길과 블루 릿지 파크웨이 둘 다 막아 놓아 허허 웃고 말았지..^^..
해서 이번에 같은 호텔을 예약하려 했지만.. 이유가 생겨 이 호텔을 예약했는데..
그 기억은 다른 호텔임에도 불구하고 날 찾아와 미소를 짓게하고 있다.
눈이 내린 지 십년이 지난 오늘..
깊은 가을 가운데 땀이 나는 한 여름 날씨여서..
반 팔 셔츠에 팔토시를 입고 돌아다녀야만 했다.
지난주 미네와스카 마운틴에 올라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단풍을 즐겼다.
그것과 오늘 본 게 많은 차이가 있을 리 없지.
다만 산마루가 아니라면 바라보는 풍광은 동쪽을 본다던지 서쪽을 본다던지 하여 한 방향을 보는 게 보통인데..
여기 하늘길은
차를 타고 움직이다 서서
동쪽을 바라보고..
차를 다시 움직인 후 다음에는 서쪽을 보고..
그다음에는 다시 동쪽을 내려다보는 것이니..
동서 풍광의 차이는 코카 콜라와 팹시 콜라 맛 차이처럼 보인다.
콜라로만 보면 같은 맛이지만.. 코카와 팹시의 다른 맛이 있다.
그 다른 맛처럼 동서 풍광의 미묘한 차이를 알 때 여기 하늘길 맛을 제대로 느끼는 게 된다.
그리고 매년 같은 날이나 같은 요일, 같은 시각에 와도 날씨가 다름에 풍광이 다르니.. 질림이 없다.
곰과 쇼를 하고..
조금 놀란 가슴 속에 해가 슬슬 기운을 잃으니..
하늘길을 더 즐기고 싶다는 마음 사이로 호텔로 가자는 마음이 솟는다.
오후 6시 가까이 되어 하늘 산길을 내려와 호텔이 있는 웨인즈보로를 향해 로칼 길을 따라 가는데..
오늘이 할로윈데이 임에도 도로 주변 집들은 할로윈 어떤 장식 하나 없고 조용할 뿐이다.
이 동네는 할로윈 파티가 없나?.
아~, 버지니아와 조지아 등 미국 남부 지역은 보수 기독교 세력이 강한 곳이라지..
할로윈은 기독교가 아닌 이교도 풍습으로 정통 기독교에서는 금기시한단다.
호텔 로비에도 심플한 할로윈 장식 하나가 달랑 있고.. 호텔 밖 여기저기 자리하고 있는 상가도 조용~.
거리 구경하려다가 머쓱해져 호텔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지금쯤 뉴욕은 어린이들과 부모는 트릭 어 트리 trick or treat로, 젊은이들은 할로윈 파티로 난리브루스일 터인데..
문화적으로 크 차이가 있는건 도시와 지방의 차이지만.. 미국이 큰 나라이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특히 미국은 남북 전쟁을 치루었듯이.. 남과 북 문화가 많이 다르다.
만일
미국이 쪼개진다면
동서 해안가 북쪽에 있는 주와
미 중앙과 남부 지역 주를 중심으로
진보적인 주와 보수적인 주로 나뉘어 쪼개질 것이다.
뉴욕은 당연히 진보적인 주이지만 버지니아 주는 어디로 갈까?. 진보 아니면 보수 사이에서..
11월 1일 금요일 아침,
9시가 조금 넘어 오늘 산책길로 삼은
버지니아 주도인 리치몬드의 명물이라는 Maymont Park로 향한다.
메이몬트 파크에 대한 느낌은 뉴욕의 센트럴 파크 보다 볼거리가 더 많아 걷기에 그만일 것 같았다.^^.
호텔에서 리치몬드로 가는 길은
2 시간 거리로 태백 준령을 넘어 강릉으로 가는 길처럼 내림 길이어서..
후식 아니 애피타이저처럼 예기치 않은 매력적인 단풍 길이 펼쳐지니.. 가는 내내 눈이 호강했다.
리치몬드 시내야 여느 도시와 다를 바 없어.. 거리엔 차들이 가득하고 건물 공사와 도로 보수로 어수선하다.
우린 네비를 따라 조심히 메이몬트 파크를 찾아간다.
이윽고 메이몬트 공원이 있다는 Park Dr. 를 따라가니.. 이게 뭔 사건인가..
공원을 클로즈한 것 같지는 않은데 커다란 공사를 하고 있다.
실망 속에 차를 천천히 길 따라 나아가니 키스나 공원 같은 느낌인 호수가 보인다.
"저기서 걸으면 되겠네.^^."
이번 여행 핵심은 걷는 게 아닌가..
센트럴 공원을 찾다가 키스나 공원을 걷는다?. ㅎㅎㅎ
William Byrd Park.. 윌리엄 버드 팍
처음와 보는 곳임에도 친근함이 끌리는 이 작은 공원 특징은..
키스나 호수와는 달리
호수 두 개가 8 자 모양으로 붙어있다.
키스나는 어쩌다 강태공을 만나는데.. 여기는 강태공이 열 명 정도 보인다.
물고기도 키스나는 베스나 블루길로 알고 있는데..
여긴 송어가 있나 보다.
도시 호수에서 낚시를 하는 자들은 모두 강태공이다.
공원 호수에서 잡은 물고기는 놔주도록 하는 게 여기 법이니..
생계를 위한 낚시는 살생이 아닌 한 생명으로 다른 생명을 살리는 경건한 직업이다
그런데 취미 생활인 낚시는..
두 번째 호숫가 산책길로 접어들었다.
강태공이 없어서인지 한가하다.
아니 저기.. 어른 하얀 오리.. 아니, 중늙은이 거위.. 아니, 어린 고니가 아닌가?.
한두마리가 아닌 때로 있네!^^
나중에 알았지만 이 호수 이름이 스완 호수..
그런데 저 하얀 새는 아무리 보아도 스완은 아닌 것 같다.
거위?.
여러 호수를 보았지만 각 호수마다 고니는 한 쌍이 보통으로 그들 부부가 그 호수의 임금부부였다.
그런데 여기 별로 크지도 않은 호수임에도 거위인지 고니가 한 쌍이 아니라 두 쌍이 보인다.
내가 알던 상식 하나가 무너진 순간이다.
이곳에 와 보지 않았더라면 난 '공원 호수에 고니는 한쌍이 있을 뿐'이라는 주장을 멈추지 않겠지.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의 대부분이 편견임을 수긍하는 자는 몇이나 될까..
대부분 논쟁 끝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자기가 본 것만을 갖고 서로 주장하니 하나의 결론에 이르기가 쉬운가..
"한국의 대통령뿐 아니라 미국의 대통령도 '그들'에 의해 이미 정해지고 조정된다"라고 하는 것은 편견인가.. 아닌가?.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는 자신이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이란 실재하는 게 아닌 것으로 말하지만.. 실재하는 게 아니냐 말이다.
보통 사람들은 모르지만 그 또는 그들은 알고 있다.
이것이 음모론이다.^^
이번에 리치몬드를 간 이유는 거의 즉흥적으로.. 마치 여행 가다 만나는 휴게실만한 가벼운 무게로 가게 되었다.
한두 시간이 남기에 잘 활용하겠다며 정한 곳이다.
그러니 메이몬트를 산책 코스로 정했지만..
그곳에 뭐가 있는지,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유심히 체크하지도 않고 갔다.
여행 갔다 온 후 다시 서치 해 보니..
보다 더 인상 깊은 산책이 될 여지가 충분했다는 걸 알았다.
우리는 메이몬트 지도 오른쪽 상단에 있는 로빈 자연 센터 공사를 보고는
그 길로 차를 몰고 가다 왼쪽에 있는 버드 공원을 만나 그것으로 가 산책한 것이다.
메이몬트 공원 중간으로 갔으면 많은 것을 즐겼을 터인데..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게 이유가 되었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정해진 시간을 낭비 없이 사용하는 게 삶의 진정한 지혜가 아닐는지..
우린 쓸데없는 것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
리치몬드 근교를 헤매다..
지인과 만나기로 한.. 한인들이 많이 사는 역시 버지니아의 Fairfax 옆 Chantilly로 향했는데..
교통 체증에 입이 막힐 지경..
그런 교통 혼잡 체증은 그곳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이어졌다.
교통 체증은 나만이 겪는 게 아니라 그곳에 있는 모든 자들이 동시에 함께 겪는 낭비..
그 많은 사람의 에너지와 시간을 세이브해 정작 필요한 곳에 사용할 수 있으면 얼마나 다행인가..
이번에 새로 당선된 트럼프가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도시 교통 체증을 잘 해결하면..
미국 역사에 길이 남을 훌륭한 대통령이 될 터인데..
다 잘하려 하지 말고..
한 두 가지만 집중적으로 잘한다면..
그런 인생이야말로 멋진 삶으로 남는 장사가 아닐는지..
첫댓글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