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쓴 것이지만 사실과는 무관한 그저 1인칭 소설이다. 이 글에 나오는 등장인물은 이름을 적든 적지 않든 실제 인물이 아니다.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어느날 전화벨이 울렸다. 누군가 받아봤더니 옛 친구였다. 갑자기 생각이 났다나. 그런 날이 있다. 잊고 있다가도 문득 떠올라 연락을 해보고 싶다거나 생각이라도 하게 되는 사람이. 옛 친구라고 하지만 동네 가까이에 살고 있어서 슈퍼 가는 길에 우연히 마주치는 일이 다반사여서 굳이 전화를 해야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문득 얼굴을 마주하고 차라도 마시고 싶은 날이 있다. "커피 마시러 와." 하길래 집이 가까워 그러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집안일 하던 것을 대충 끝낸 후 집을 나섰다.
바람이 좋아 천천히 걸었다. 가까운 거리라 천천히 걸어도 금방 도착했다. 초인종을 누르자 열려 있던 문틈으로 친구 얼굴이 보였다. 내가 온다고 했으니 미리 열어두었던 것이다. "어떻게 지냈어?" 일단 안부 인사부터 했다.
"잘 지냈지, 뭐. 너도 별일 없이 잘 지냈 지?" 그렇게 서로의 안부를 묻고는 친구가 내온 커피를 마셨다. 집에서 마실 때보다 맛이 있었다. 음식을 먹을 때도 그렇지만 커피를 마셔도 같은 커피인데 유독 다른 사람이 타 주는 커피가 맛있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물어봤다. "이거 무슨 커피야, 집에 있는 것보다 맛있는데."라고 했더니 친구가 말했다. "그냥 시중 에서 파는 인스턴트커피인데 이름이 뭐라더라. 잠깐만." 친구도 이름을 모르고 있었는지 상표를 확인하고는 말했다. "그거네. 노란색 봉지에 들은 커피." "그래? 나도 그거 먹는데 왜 맛이 다르게 느껴지지?" 했더니 원래 남이 해주는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거라고 그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하는 말에 나만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이 아니었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커피 이야기로 시작해 시간을 보내면서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가 시간이 많이 지났 길래 나중에 또 만나자는 말로 인사를 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친구를 만나면 진지하거나 심각하게 뭔가 주제를 만들어 그에 맞게 대화를 하지 않아서 좋다. 그래서 그저 반찬은 무엇을 해먹느냐부터 아이는 어떻게 지내냐, 남편은 건강하게 일 잘 다니냐는 등의 편안하고 일상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친구를 만나고 와서 채 정리하지 못한 집안일을 처리하고 시계를 보니 벌써 가족들이 돌아올 시간이 다 되어 간다. 밥도 밥솥이 하고 빨래는 세탁기가 하니 내가 딱히 바쁘게 움직이지 않아도 되지만 그래도 식사 준비는 해야 하니 찌개도 불에 올려놓고 저녁 먹을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어느덧 출근했던 가족들이 퇴근해 돌아왔고 식사를 하러 식탁으로 모였다. 식탁에는 혼자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반찬들이 차려졌다. 혼자 있을 때는 김치나 찌개 하나만으로도 허기를 채우기에 충분해 귀찮은 설거지 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래서 가족들이 모였을 때나 이것저것 만들어 두었던 반찬을 꺼내놓게 된다. 그걸 아는 가족들이 혼자 있어도 잘 차려먹으라고 하지만 집안 일은 내가 알아서 하고 있으니 다들 그러려니 하고 있다. 식사 자리에서는 시시콜콜 그날 있었던 이야기들을 꺼내놓는다. 대화라고 해야 출근할 때 "다녀오겠 다" 하면 "잘 다녀와라"라는 인사가 전부이니 그 외에는 대화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가 거의 없어 퇴근 후 식탁에서의 대화야말로 유일하게 가족이 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렇게 하루의 일을 이야기로 나누면서 식사를 마치면 각자 할 일을 하러 흩어진다. 직장 일로 하지 못한 개인적인 취미생활을 하든 아니면 미쳐 하지 못했던 일을 하든 또는 친구와 연락을 하든 퇴근 후에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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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하루의 단상
좋은시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짧은 소설을 쓰려고 하니 이야기거리가
있어야 해서 생각을 좀 하고 있어요.
다녀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인님 !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세요
다녀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 합니다
오늘도 선선한 바람이 좋아요.
다녀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루의 단상 구름길 에서 이성경 시인 님 글귀에 잠시 머물며
우리 일상의 시향 눈감고 지난 뒤안길 더듬어 보며서
삶은 누구나 비슷하게 사는구나 생각에 잠겨보네요
항상 고운 시향 주심 감사 드리며 하시는 업 만사형통 빕니다
다녀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루의 단상....
살아가면서 일상속에서 누구나 느끼는 글을 아름답게
올려주셨네요.... 감사합니다....
다녀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단편소설의 한 부분이군요. 그 속에 담아내고자하는 님의 마음..예쁘고 정겹게 느껴집니다. 추천드립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구름길에서님 안녕하세요.
2 를 기다려 봅니다.
건강하세요.
막상 소설이라고 하며 쓰려고 하니
어떤 내용을 써야 할지 망설여지네요.
다녀가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