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상을 적들에게 알리지 말라'
SK 외국인 타자 디아즈가 1회 첫타석에서 LG 선발 투수 이승호의 투구에 발목을 강타 당한 뒤 어떻게든 계속 뛰어보려 했으나 결국 부축을 받으며 물러나는 동안 SK의 덕아웃에는 뭔가 어두운 그림자가 스쳤다.
현장 1차 진단 결과 왼발 복숭아뼈에 금이 간 상태. 짧아도 4주는 깁스에 목발 신세를 져야하게 됐다. 이정도 중상이면 페넌트 레이스 전반기는 못 뛴다고 보는게 옳다.
디아즈는 뼈에 금이 가면 통증 때문에 서있기도 어려울 것이 뻔한데도 즉시 전력이 요구되는 용병 선수라는 신분의 한계 때문에 짐짓 심각하지 않은 듯 1회말 수비에 나섰다가 결국 주저앉으며 백기를 들고 말았다.
공에 맞는 순간 디아즈는 자칫 이대로 짐을 싸야할지도 모른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걱정이 앞섰을 것이다.
중심타자 디아즈의 부상은 SK로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
그도그럴 것이 디아즈는 2003시즌 용병중 최고다. 타율 3할2푼, 홈런 10개, 28타점 등 타격 부문에서 그에 필적할 용병이 없다.
이날 디아즈가 빠진 SK 타선은 5안타에 그치며 LG에 2대8로 무릎을 꿇었다. 최고의 용병 디아즈를 잃은 와이번스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 잠실=송철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