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기 주소를 클릭하면 조선일보 링크되어 화면을 살짝 올리면 상단 오른쪽에 마이크 표시가 있는데 클릭하면 음성으로 읽어줍니다.
읽어주는 칼럼은 별도 재생기가 있습니다.
데이트폭력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직후 연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모씨가 2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금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서울 금천구에서 데이트 폭력을 신고한 여성이 경찰 조사를 받고 귀가하다 가해자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경찰이 신고된 가해자를 조사한 뒤 피해자 접근 금지 등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귀가시켰다가 불과 10분 만에 벌어진 일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경찰은 “피해자가 폭력이 경미하다고 진술했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했지만 피해자 신변 위험성을 안이하게 판단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그동안 비슷한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했고 그때마다 검·경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다짐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해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때도 경찰은 가해자·피해자 분리 조치에 신경 쓰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번에 비슷한 사건을 막지 못했다. 이런 충격적인 대형 사건이 꼬리를 무는데 어떻게 여성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사회가 되겠나.
데이트 폭력은 갈수록 늘고 있다. 데이트 폭력 사건으로 검거된 피의자는 2014년 6675명에서 지난해 1만2841명으로 8년 사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스토킹이나 가족 폭력과 달리 데이트 폭력은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어서 처벌이나 피해자 보호에 사각지대로 남아있는 실정이다. 일반 범죄보다 재범률이 높고, 경미한 수준에서 시작했더라도 방치할 경우 살인이나 성폭력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비율도 늘고 있다. 이런 특성을 감안해 독자적인 범죄 처리 절차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찰도 사건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매번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일선 경찰이 현장에서 사건 성격을 가릴 기준을 명확히 한 다음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