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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pann.nate.com/talk/310162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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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남친 버금가는 찌질이 구여친!
구남친, 구남친 많이들 그러는데
구남친 못지않게 구여친도 찌질하지 않음?
싸이 들어가서 BGM 바뀌는 거 하나하나 신경쓰고
일촌 끊어서 확인 못하다가 일촌평에서 증거 하나 발견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여기저기 들고 파다가
여자친구 얼굴 사진 발견해서 예쁘면 ㅅㅂ, 못 생기면 니가 그렇지 뭐ㅋㅋㅋ캬캬캬캬
승리자인양 ㅋㅋㅋㅋ
구남친만 욕하는 여자들 각성하라, 각성하라.
근데 내가 그 찌질이 구여친임 ^.^
이야기 시작함.
옆에 스크롤 보임?
미리 경고!
스크롤 압박 쩝니다.
나는 연애경험이 적진 않으나 이번 크리스마스는 홀로 보내야 할 24.9세 女임.
내가 모든 남자들과의 이별 후 찌질구여친이었던 건 아님.
나는 단 한 명의 남자에게만 걸오했음.
(아직 성스의 여파가 남아있으뮤ㅠ 걸오 돌아오라)
내가 쿨하지 못하고 헤어지고 찌질하게 굴었던 단 한 명의 남자.
그 남자는 내가 먼저 좋아하고, 그리고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한...
2년이 안되는 시간을 사겼던 남자임.
고등학교 2학년 때 우리는 같은 반이 됨.
(남녀공학에 합반이었음^.^)
처음에는 난 구남이가 같은 반이라는 걸 신경도 안 썼음.
그러다가 여름방학 구남이의 생일. 같은 반 누군가가 오늘 구남이 생일이라고 했음.
그래서 오지라퍼(오지랖 넓은 사람)인 나는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음.
나를 시작으로 반 아이들이 다 같이 부름.
그런데 누군가
나영아, 너 구남이 좋아하냐? 노래 왜 불러줘?
(편의상 나영임. 난 이나영 좋아함)
이러는거임.
나는 고질병이 있음.
요즘 같이 추운 날 밖을 돌아다니다가 따뜻한 실내로 들어가거나
더운 여름 밖을 돌아다니다가 시원한 실내로 들어가거나
두 사람 이상의 나를 응시하거나
또는 밥을 먹거나 기분이 좋거나 기분이 나쁘거나
울거나 웃거나 자거나 깨거나 앉거나 서거나
아무때나 얼굴이 수시로 붉어지는 미스홍당무라는 고질병임......
(일명 촌년병)
그 우라질 놈(인지 년인지)의 말에 미스홍당무 발동 걸렸음ㅋㅋㅋㅋ
얼굴이 빨개진 거임ㅋㅋㅋㅋ
맹세코 그 때는 좋아하지도 않았음ㅋㅋㅋㅋㅋㅋ
그랬는데 그 놈 덕에 좋아한다고 소문이 났음.
그리고 구남이랑 나랑 앞뒤로 앉게 됐음ㅋㅋㅋㅋ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졌음.
기억 속에도 없던 애가 이제 눈 앞에 있게 됐고
휴대폰 목록에 없던 이름도 생겼음.
그냥 이 정도였음.
근데 구남인 공부를 못 했음.
공부를 안 한게 아니라 못했음, 사귀면서 내가 가르쳤는데도 못했음ㅋㅋㅋ
나는 그래도 잘했음. 구남이랑 사귀기 전까지는 공부 밖에 몰랐음ㅋㅋㅋ
암튼 구남이는 공부 잘하는 내가 그냥 신기했나 봄.
남녀공학에서는 남자들이 성적을 그냥 깔아줌.
그냥 오지게 공부 잘하는 애들이 남자들이여서 그렇지 왠만한 여자들은 다 남자들보다 공부 잘함.
그런데 구남이는 친해진 여자애가 내가 처음이었고,
자기 모든 친구들보다 성적 좋은 친구는 내가 처음이어서 동경같은 걸 했나봄ㅋㅋㅋ
구남인 항상 내가 신기하다, 멋있다 등등의 말을 했고
난 그런 구남이가 순진하게 느껴졌음ㅋㅋ
난 친한 남자친구들이 많았는데 아무도 나한테 그런 소리 안 했기 때문임-_-
둘이 친해지고 어쩌다보니 여름방학 끝무렵 쯤 짝꿍이 됐음.
보충수업을 듣고 있는데 옆을 슬쩍 보니 구남이가 샤프를 막 돌리고 있는 거 아니겠음?
신기해서 눈이 반짝 떠졌음. 이거 뭐야뭐야 가르쳐달라고 떼썼음.
구남이가 천천히 보여줬음. 수업시간이라 음소거모드로ㅋㅋㅋㅋㅋ
혼자 천천히 돌리는데 안 됐음ㅋㅋㅋ나도 내 손이 병신이가 뭐 이래 속으로 한탄하고 있었음ㅋㅋ
하...... 지금도 못함.........
포기하려고 하는데 구남이가 내 손을 잡고 가르쳐줬음.
뭔가 두근두근했음.
고작 샤프 돌리는 거 가르쳐주는데 열중하는 구남이가 귀여워서
구남이 손을 잡았음.
O_O?
구남이 표정임. 뭐하냐고 그랬음.
그래서 걍 놔줬음. 그리고 구남이 책에 끄적였음.
너 설렜지?
ㅡ.ㅡ
구남이 표정임. 뭔 소리? 그랬음.
난 그 때 제정신이 아니었나 봄.
또 끄적였음.
설렜잖아.
(도리도리)
구남이가 도리질쳤음. 아, 절레절레에 가까웠겠네.
난 또 씨익 웃고 끄적였음.
못 믿겠다.
이번 시간 끝날 때까지 손 잡고 있으면 믿어주께.
나 당차지 않음?
님들도 마음에 드는 사람 있으면 이 정도는 해야함ㅋㅋㅋㅋㅋ
ㅡ_ㅡ
더욱 눈에 띄게 표정이 굳어진 구남이는 내가 왜 라고 했음.
안 하면 니가 나한테 설렌다고 했다고
애들한테 말해야지
단지 장난이었음. 내가 설마 미친년마냥 저렇게 말하겠음?
(확신할 순 없다.. 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ㅋㅋㅋㅋ)
근데 구남이는 자기가 안 설렜다고 인증받고 싶었나 봄.
포기한 듯 손을 내밀었음.
그래서 난 덥썩 구남이 손을 잡고
책상 위에 얹었음.
여름, 에어컨 안 틀어주는 교실 안에서 지겨운 국어 수업을 듣고 있는데
난 덥지도 않고 지겹지도 않았음.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았음.
구남이가 손에서 땀나는 게 부끄러운지 꼼지락거리면서 뺄려고 했음.
근데 안 놨음ㅋㅋㅋㅋㅋ
그러다가 쌤한테 걸렸음.
넌 여자가
부끄러움도 없냐
면벽수행해.
그래서 수업 끝날 때까지 잡고 있지도 못하고 남은 10여분은 면벽수행으로 보냈음ㅠㅠ
그 수업이 끝나고 구남이랑 잡았던 내 손에서 상큼한 향이 났음.
그 향을 맡는데 괜시리 궁금한 거임.
얘는 무슨 비누를 쓰나, 얘는 무슨 로션을 쓰나.
왜 이렇게 좋은 향기가 나나..
내 손 냄새는 이상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그냥 좋아하게 됐음.
그리고 적극적으로 다가갔음. 근데 얘가 별로 반응이 없음.
그래도 난 포기를 모르는 녀자임. 계속 친근하게 다정하게 했음.
우리 베프먹자는 핑계로ㅋㅋㅋㅋㅋ
그러나 3학년이 되고 반이 갈라진거임 ㅠ_ㅠ...............
구남이한테 그랬음.
나말고 다른 여자애들이랑 친해지면 안돼.
그럴 여자애들 없다.
그런데 이미 내 눈에 콩깍지가 쓰여서
구남이가 제일 잘 생겨 보이고 구남이가 제일 멋있었음.
항상 불안했음 ㅠㅠ
그래도 3학년 되더니 이 녀석이 나를 좀 챙겨주기 시작하는 거임.
야자 마치고 집에 갈 때 항상 구남이가 나를 바래다줬음.
3학년 되기 전까지는 내 억지에 의한 거였음ㅋㅋㅋㅋㅋ
여자는 친구라도 집근처까지는 바래다 줘야된다고 우겼음.
매일 우기고 끌고 가느라 식겁했음.
근데 어느순간부터 자연히 바래다줬음.
근데 사람은 욕심이 많은 동물이잖음?
처음엔 집에 같이 가는 것만 해도 좋았음.
억지로라도 같이 가는 게 좋았음.
그런데 이제는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 싶은 거임.
하지만 아직은 나도 좋아한다고 안 했고, 우리는 제일 친한 친구다! 라고 해서...
더 이상의 진도를 못 나가겠는거임.
그러다가 3월 봄 어느 날.
용기내서
아직은 쌀쌀해서 동복 마이를 입고 있는 구남이의 팔꿈치 즈음.
거기를 살짝 잡고 걸었음.
팔짱을 끼거나 그런 거 아님.
그냥 살짝 잡고 걸었음.
그런데 구남이가 까칠한 목소리로
놔라
고 하는거임.
나는 고민하고 고민하고 마침내 용기내서 그런건데
놓으라 그래서 상처받았음 ㅠㅠ
마음도 모르는 시키.
그래도 난 포기를 모르는 녀자.
또 잡았음. 구남이는 또 놓으라고 했음.
그래도 또 잡고, 또 놓으라고 하고..
그러다 매일 나를 바래다주고 돌아가던 그 어귀에서
그 놈이 그랬음.
니가 그러고 있으면 내가 니 손을 못 잡잖아.
그리고 손을 잡아줬음.
손을 잡고 하교나는 날이 몇일 되다가 부모님께 딱 걸렸음.
난 같은 동네에서 20년을 살아서 우리 동네에 날 모르는 사람이 없었음.
난 연예인들 심정을 알 수 있음....
나는 모르는 사람들이 언제나 어디서나 나를 지켜보고 있음.
그리고 삽시간에 부모님 귀에 내 일거수 일투족이 보고됨 ㅠㅠ
내가 구남이랑 손잡고 학교에서 오는 걸 누군가 부모님께 말했음..
아직 사귀는 사이가 아니여서 친구라고 얼버무렸음.
그리고 우리의 하교길은 구남이 동네를 거쳐서 우리 동네로 오는 길로 바뀌었음.
하지만 난 좋았음.
그 길이 좀 더 길어서
함께 걷는 시간이 더 길어지니깐 ^.^
좀 닭살임?
연애하면 다 이런거 아님?ㅋㅋㅋㅋ
그러다 구남이가 야자를 땡땡이 친대서 나도 따라 땡땡이쳤음ㅋㅋ
(아... 이 놈 때문에 안 좋은 거 많이 배워서 성적 다 떨어졌음ㅋㅋ)
오늘은 다른 날보다 시간이 더 있는 만큼 뭔가 특별한 걸 하고 싶었음.
둘이서 돌아오다가 매일 그냥 지나치던 초등학교가 있었음.
거기 가자고 해서 둘이서 그 초등학교 뒷편으로 숨어들어갔음.
으슥하고 어두컴컴한 곳에서 둘이 손잡고 이런저런 이야기하다가
뽀뽀했음.
누가? 내가 -3-
그리고 한달쯤 지나서 전화를 하다가
나영아, 오늘 며칠이야?
바보냐, 5월 16일이잖아.
그럼 우리 뽀뽀했던 날, 그 날부터 사귄거다.
그리고 전화가 끊기고 문자가 왔음.
우리 오늘 사귄지 한달째
우리는 뽀뽀부터 하고 사귄 커플임^.^
내가 고3때는 한참 '내 이름은 김삼순'이 인기있었음.
나는 그걸 보기 위해서 야자를 끝나고 미친듯이 집에 빨리 갔음.
구남이랑 집에 같이 가기 위해서 빙빙 돌아가는
그 달달한 하교길도 포기했음ㅋㅋㅋㅋ
현진헌 사장에게 내 마음이 다 가있었기 때문임ㅋㅋㅋㅋ
그 날도 집에 일찍와서 삼순이 보고 있었음.
한 시간동안 삼순이 빙의해서 보고
현실에는 저런 남자 없다는 공허함에 빠져서 방으로 돌아왔음.
침대 위에 던져져 있는 휴대폰이 보였음.
구남이한테 문자해줘야지 히히
하면서 폰을 열었음.
문자 12개
부재중 7통
발신자는 모두 구남이였음.
야자 끝나고 삼순이 끝날 때까지 2시간 동안 연락온거임.
구남이는 연락을 먼저 하는 애도 아니었고
안 받으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더 이상 연락 안하는 애였음.
그래서 더 놀랬음.
문자 확인 안하고 바로 전화했음.
뭔 전화를 이렇게 하고 문자를 이렇게 했어~
뭐했어?
화난 듯 했음 ㅠㅠ
뭐하긴 삼순이 봤지... 왜 이렇게 연락 많이 했어??
한숨소리 밖에 안 들렸음. 그리고 웃으면서 이야기 하는거임.
집에 혼자 보내고 도착했다는 연락이 없는 게
오늘이 처음이라서 걱정되서 그랬어.
전화도 안 받고 문자도 없으니까 화나더라.
근데 니 목소리 들으니까 안심되네.
아무 일도 없어서 다행이다.
삼순이 재밌냐?
나는 이 세상에 현진헌은 없어도
현진헌보다 멋진 내 구남이가 존재한다는 걸 알았음.
닭살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애하면 다 이렇게 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구남이는 그랬음.
연락이 안되면 화나지만, 내 걱정부터 하는 애였음.
1박 여행가서도 손만 잡고 자던 애였음.
지나가는 할머니 짐을 들어주는 그런 애였음.
착한 남자가 이상형인 구남이가 정말 좋았음.
하지만
벗뜨
BUT
누구나 그렇듯 우리는 헤어졌음.
내가 헤어지자고 했음.
내가 먼저 달리기 시작한 사랑이었고
구남이는 내가 뛰니까 엉겁결에 뛴다고 생각했음..
구남이의 마음에 대해서 확신을 못해서
결국에는 내가 지쳤음.
그렇게 헤어지고 3년이 지나서 우리는 다시 연락을 했음.
그게 어제 저녁.
사실 그 사이에 몇 번 연락도 했고 한 번 만나기도 했음.
그런데 난 만나고 한 시간만에 돌아왔음.
제대로 이야기하고 그런 게 어제 저녁이었던 거임.
새벽 한시경,
구남친들이 그렇듯 미니홈피를 뒤져보고 새 여자친구가 생긴 걸 알게됐음.
구남친들이 그렇듯 자니? 라는 통속적인 문자를 보냈음.
구남이가 즉답이 왔음.
그래서 전화했음.
왠일이냐?
아 뭐 그냥. 어떻게 지내나 싶어서.
그냥 지내지. 닌?
처음에는 둘 다 서먹했음ㅋㅋㅋ한 번 만났던 것도 4월에 있었던 일이고 해서ㅋㅋ
싸이에서 버젓이 봐놓고 여자친구는 생겼냐고 천역덕스럽게 물었음ㅋㅋㅋㅋ
있다고 하는거임ㅋㅋㅋㅋ그래서 뜬금없이 친구하자고 했음ㅋㅋㅋ
내가 친구하자고 할 땐 싫다고 연락 안 받더만..
그랬음. 구남이가 친구하자고 했었음. 근데 난 친구할 수가 없었음.
구남이 이후로 남자가 없었던 건 아님.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랑은 친구가 되도
얘랑은 친구가 될 수 없었음.
그래서 구남이가 연락 오는 걸 다 쌩깠음ㅋㅋㅋ
구남아, 우리 왜 헤어졌는지 기억나?
구남이는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 몰랐음.
왜냐하면 그 날은 우리가 싸우지도 않았고..
남동생 생일이여서
우리는 구남이네 집에서 놀다가 남동생 생일선물 사러 나갈 타이밍이었기 때문임.
그런데 난 홀연히 구남이와 구남이 어머니가 이야기 하는 도중
먼저 가겠다고 나섰음.
그리고 문자 했음.
우리 헤어지자.
이후로 구남이가 연락이 왔지만 쌩깠음.
구남이가 집 앞에 찾아왔지만 안 나갔음.
그리고 폰 번호 바꾸고, 집도 때마침 이사갔음.
이랬으니 모르는 게 당연함. 나도 왜 하필 그날이었는지 모름.
그냥 그날은 헤어질 수 있었음. 구남이가 싫어진 것도 아니었고
나는 헤어지는 날에도 구남이 얼굴을 보고 설레었음.
헤어지고 3년이 지나
처음으로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이야기했음.
난 내가 먼저 시작한 사랑에 니가 떠밀려 시작한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니가 날 사랑하는걸까? 이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어.
그러다가 어느 날 그냥 헤어져야겠다, 한거야.
구남이는 말이 없었음.
나는 말이 없는 구남일 뒤로하고 혼자 지난 추억들을 이야기했음.
니 생일 기억나? 너희 집은 생일 안 챙긴다고 해서, 나는 그게 또 너무 신기하고
안타깝고 그래서. 니 생일에, 비 막 오던 날. 우산도 없이 케이크랑 선물 사러 갔다가
교복입고 비 홀딱 맞아가지구.. 너희집 대문 앞에서 기다리고. 근데 막상 넌 나와가지고
난 생일 안 챙기는데. 무뚝뚝하게 그래서 너희 부모님한테 너 혼나구.
나는 막 웃고 있는데 구남인 여전히 말이 없었음.
그리고 우리 백일에도 난 용돈 꾸준히 모아서 너한테 지갑 딱 내밀었는데
넌 선물해야되는거냐고 멋쩍게 웃었잖아.
나는 여전히 우리 추억들이 정말 우습고 귀여운데 구남인 아무말도 안 했음.
...여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 난 니 여자친구 착했으면 좋겠는데.
착해.
지금 여자친구 이야기를 묻자 구남이가 입을 열었음.
구남이는 과거이야기가 싫은건가 싶어서 가슴이 막 쓰라렸음.
그리고 질투 없는 여자였으면 좋겠는데..
질투 많아. 우리 예쁜이(강아지 이름) 알지? 전화하다가 예쁜이 부르거나
예쁜이한테 밥 먹자, 라고하면 질투해.
또 가슴이 쓰라렸음.
근데 기억나? 니도 그랬잖아. 내가 너랑 전화하다가 예쁜이랑 이야기하면
강아지랑 사귀라고 질투하고 그랬잖아.
구남이가 웃었음. 근데 이번에는 내가 웃을 수가 없었음.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구남이가 이야기했음.
나는 너랑 사귀었던 이야기 하는 게 싫다. 너는 즐겁고 좋은 추억이겠지만 나는 너랑 사귀었던 걸 추억하면 미안하기만 하다. 너랑 헤어지고 나서 알았다. 내가 얼마나 너한테 못했었는지. 그래서 미안하기만 하다. 그러니까 옛날 이야기 그만하자.
나는 미안했음. 괜히 전화해서 구남이를 미안하게 만든 게 미안했음.
그리고 구남이가 표현을 못해서 그렇지 못한 게 아니란 건 내가 잘 알음.
구남아, 내가 질투 없는 여자랑 사귀었으면 좋겠다고 한 건. 니가 표현하는데 서툰 걸 아니까 그런거다. 니가 표현 못하는 걸 이해해 줄 수 있는 여자랑 사겼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그런거다.
나는 괜히 눈물이 날려고 했음. 구남이가 눈치챌까봐 농담을 던졌음.
근데 용케 여자친구 사겼네? 내가 너한테 맨날 넌 다시 여자 못 만날거라고 내가 너무 잘해줘서 어떤 여자 만나도 뭔가 부족하다고 느낄거라고 그랬는데. 잘만 사귀네?ㅋㅋㅋㅋㅋㅋ
ㅅㅂ 웃자고 한 농담인데 이시키는 말이 없음.
아차싶었음.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음.
구남아, 이제 끊자. 근데 있지. 너 나랑 사귀면서 언제가 제일 좋았어?
나는 질문하면서 내 머리 속에서 구남이가 내 생일 챙겨줬던 때가 떠올랐음.
고 3의 내 생일. 그 날은 일요일이었음. 난 일요일에도 학교에 나가서 공부했음.
고 3 학생들을 위해 일요일에 학교 개방해줬음. 근데 구남인 귀찮다고 안 나왔음.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구남이가 전화가 왔음. 구남이네 반으로 오라고.
근데 구남이네 반은 개방하는 교실이 아니었음. 이 놈이 선생님한테 부탁해서
교실을 개방하고, 나보다 더 일찍 나와서 풍선 붙이고, 케이크 준비도 해놓은거임.
선물은 구남이 다웠음. 꽃, 인형 이런 거 아님ㅋㅋ
아토피 있는 날 위해서 아토피용 양말이었음ㅋㅋㅋ
그 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구남이가 날 얼마나 생각했는지 알 수 있는 거였음.
생일을 챙기지 않는 집이라서 가족들은 물론 친구들 생일도 안 챙기는 애였으니까.
나는 이 때인데, 구남이는 언제일까 궁금했음.
넌 기억할지 모르지만, 학교에서 니 생일 챙겨줬던 거. 니가 제일 기뻐하고, 니가 제일 행복해했고, 니가 행복해서 나도 제일 행복했다.
느껴졌음. 구남이가 울고 있었음.
구남이네 집은 안 좋은 일이 많았음. 아버지, 어머니, 누나, 구남이. 이렇게 단촐하게
4명있는 집인데도 뉴스에 날만큼 나쁜 일을 많이 당했음. 구남이가 중학생 때까지..
그래서 구남이는 울지를 않았음. 구남이도 언제 울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했음.
구남이가 울어서 나도 울었음.
가장 좋았던 때가 같은 때라는 것도 그냥 좋으면서 슬펐음.
그리고 나도 안다. 니가 얼마나 나한테 잘해줬는지. 지금 어떤 여자를 만나도 너만큼 나 좋아해주는 사람 못 만났다. 누굴 만나도 정말 허전하다.
나는 말도 못하고 계속 훌쩍였음.
그리고 나도 너 정말 좋아했다. 나도 다시 너처럼 좋아할 사람 못 만날만큼.
구남이의 고백 아닌 고백을 들으면서 나는 마음을 가다듬었음.
그리고 구남이를 위해 말했음.
구남아 이제는 좋아했다고 말 안해도 돼. 나는 이제 말 안해도 알아. 니가 날 얼마나 좋아했고 잘해주고 싶었는지. 근데 못 했는지도 다 이해해. 다 알아. 그러니까 말 안해도 돼. 이제 니 여자친구한테 해줘. 다시 후회안하게. 추억도 다시 곱씹지 못할만큼 어리석은 만남이 되지 않게 잘해줘.
우리 전화의 끝이었음.
나는 이제 다시 전화하지 않는다고 했고
구남이는 가끔 전화하겠다고 했음.
나와 구남이가 다시는 서로 같은 사람 만나지 못한다는 건,
서로에 대한 그리움이 아님.
학생 때 하는 사랑은 다른 건 하나도 보이지 않고 그 사람 밖에 보이지 않음.
그래서 더 열렬히 사랑할 수 있음.
그런데 한 살, 두 살 먹어가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남자나 여자나 여러가지가 보임.
가끔은 공부하는 시간도 아까운데 그 사람을 만나야되나 싶기도 함.
그래서 우리는 저런 말을 했던 거임.
그리고 친구로 못 지낸다는 거?
구남이는 처음에 이해를 못했음. 근데 구남이가 내가 연락이 없으니까 곰곰히 생각해봤다고 함.
다른 여자들이랑은 사겼다가 친구로 지내도 난 안될 것 같다고.
나도 마찬가지임. 헤어지고 친구로 지내는 사람들 많음. 근데 구남인 안됨.
구남이니까. 내 기억 속에 가장 사랑했던 사람으로 남겨두고 싶음.
구남인 구체적인 이야기 안했지만 구남이도 비슷한 이유일 거임.
이건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거임. 그냥 이건 구남이랑 나의 경우임.
구남친의 연락이 짜증난다, 구남친이 찌질하다.. 했던 분들 많을거임.
내가 그 찌질한 구남친 스타일 구여친임.
하지만 난 부끄럽지 않음. 님들이 싸이 공개하라면 하겠음ㅋㅋㅋㅋ
부끄러울 필요 없음. 찌질했지만, 그래도 내 나름대로 열심히 한 사랑의 끝을 맺은거임.
둘에서 하나되는 효율성 낮은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에서 둘 되는 고효율 이야기라서 좋았음?ㅋㅋㅋ
아.
크리스마스 혼자 보내야하는군.
외국남자, 교수한테 사랑받으면 뭐함?
지금은 혼자임-_-
크리스마스에 이런 저런 이야기나 싸질러야겠음.
동참하겠다고 하면 진짜 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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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살짝 아름다운 사랑인 것 같아서 퍼왔어요.
(헤어졌는데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할 수 있나????)
새여친의 입장에서 바라보시는 분들(나같이ㅋㅋㅋㅋ)을 위해서
글쓴님 댓글도 퍼왔음ㅋ
내 남친이 저러고 있는 건 아니겠지.......
비꼬는 건 아니예요~
그냥 여자친구 생겼는데 왜 전화하신거예요 ㅠㅠㅠㅠㅠ
여자친구가 알면 기분 나쁠 거잖아요 ㅠㅠㅠㅠㅠㅠ
라고 누가 하자, 글쓴님 曰
사실 처음에는 저도 집에 무슨 일이 생겨서 고민도 있고 그랬어요. 누구한테 함부로 말할 일도 아니고.. 구남이가 중학생 때 겪었다는 일과 비슷한 류였거든요. 그래서 연락 한번 해볼까, 하고 들어갔다가 여친 생긴 걸 알게 된거죠ㅎㅎ그래서 어쩌면 지금은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ㅎㅎ저도, 구남이도 서로한테 지금은 전혀 감정 없어요ㅋㅋ글에는 잘 안 써져있지만 집안 이야기들 하다가 우리 이야기로 넘어간거구요^.^
구남이랑 이야기하면서 느낀건데, 여자든 남자든.
과거의 사람은 과거의 사람일 뿐이예요. 설레임도, 그리움도 없어요.
그냥 그 때 가졌던 감정이 그립고 그런거죠 ㅎㅎ
지금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제일이랍니다^.^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 >.<
님들 현남친, 현여친이 최고랍니다ㅋㅋㅋㅋㅋ
아 무엇도 없는 나는 어쩌라고?ㅋㅋㅋㅋㅋㅋㅋ
추억도 지금도 쥐뿔도없다
슬프다ㅋㅋ
좋게깨져본적이없어서모르겠음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안뭉클하고 그냥 찌질찌질.... 헤어지고 옛날얘기, 좋았던 얘기 하는게 젤 구차함..
내가 먼저 달리기 시작한 사랑이었고
구남이는 내가 뛰니까 엉겁결에 뛴다고 생각했음..
구남이의 마음에 대해서 확신을 못해서
결국에는 내가 지쳤음. ......... 이건 모든 사람관계에 해당되는얘기같아요ㅠㅠ
친구도 믿는사람도 다그럼.. 내가 친하게 구니까 그냥 장단맞춰주나.. 계속고민하다 결국 다놔버리는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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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반대.. 첨에 고백한건 앤인데 엉겁결에 따라뛰다가 난 아직도 질주중인데 앤은 어느 지점부터 멈춰버린거 같아서..내가 지칠려함
나는 읽는 내내 현여친에 빙의해서 스크롤을 내리며 점점 분노게이지가 올라갔다.. 하지만 본인이 찌질하다는 것을 알고있고 앞으로 연락안할것(친구로도 지내지않을것을)다짐하는 마지막 글을 읽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구여친의 찌질함에 분노하는 현여친들이여 화이팅
찌질구여친은아니지만진짜중학교때순수하게좋아했던애를5년째맘에품고있는데 ㅠㅠㅠㅠ마지막얘기왠지맘에와닿음...열렬히좋아했던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금도 서로 남친여친없지만 다시 사귀긴 너무 멀고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냥계속맘한구석에있음...아...근데현여친이저런얘기한거알면진짜뽝칠듯..........ㅠㅠㅠㅠ나같으면절대연락안해 추억들춰내는건예의가아님 ㅠㅠ
ㅇㅏ 마음이 아파욤.ㅠ 저는 오랫만에 전화해서 욕하고 끈었는데.ㅠㅠ 나름 사정이있었지만... 진짜 열렬하게 사랑하는건 인생에 딱 한번밖에 안돼요. 현남친 미안.ㅠㅠ
어 슬퍼.,..
전화라도 오고 친구라도 되면 좋겠다...
아 나 눈물났음 ㅜㅜㅜㅜㅜ알바하는데 손님 오는 타이밍에 딱 맞춰서 눈물이 나왔음 ㅜㅜ 더 좋은 남자 만나길!
진짜 슬프다.......너무 ㅠㅠㅠ
초록색 글부터 끝까지 너무 슬프다...ㅠㅠ..
나도 그랬었는데...헤어지고 아주 오랜만에 연락했을때 걔가 했던말...그때의 우리였기에 그렇게 끝난것같다..라는 말이 잊혀지지 않아요.
그땐 정말 너무 어려서 좋아하는 맘도 열정적이었지만 그만큼 받고싶은 욕심도 많아서 서로에게 늘 상처받고 서운해하고..
하지만 그런 경험으로 인해 나를 챙기면서도 상대를 생각하는..정말 오래갈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느 방법을 배우는것 같아요.
아..오랜만에 좀 우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