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4장 少女의 芳心을 앗아간 사내
사자철검보(獅子鐵劍堡)! 철옹성과도 같은 거대한 건물에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헌데, 웬일인가? 이미 밤이 깊었음에도 보(堡)의 문(門)을 활짝 열어놓고 있음은.. 어둠을 밝히는 햇불 사이로 문득 삼인(三人)의 모습이 보였다. 이남일녀(二男一女), 칠척거구의 중년인(中年人)과 십 칠팔 세 가량의 아름다운 미소녀(美少女),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그들의 모습은 초조하기 이를데 없었다. 문득, 백의 노인이 조용히 말했다.
"현질, 너무 염려하지 말게. 의제(義弟)가 금도천왕문(金刀天王門)에 간 것은 극비가 아닌가? 아마 그곳에서 하룻밤 유하는 모양이네."
중년인, 마치 사자(獅子)와 같은 기상을 지닌 웅맹한 인상이었다. 그는 굳어진 얼굴을 좌우로 저었다.
"의숙, 아니외다. 부친께서는 오늘 오신다고 하셨소. 또한 마중 나간 사자백팔철검기마대조차 돌아오지 않으니…"
사자철검(獅子鐵劍) 탁사혁(卓獅赫)!
유성철왕의 독자(獨子)이자 사자철검보의 현 보주(堡主)였다. 이미 유성철왕을 능가하는 절정고수로 알려져 있었다. 헌데 지금… 삼절노사(三絶老師) 당백(唐白)! 탁사혁은 부친의 의형(義兄)인 그와 함께 돌아오지 않는 유성철왕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탁소려(卓素麗)! 탁사혁의 딸인 그녀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나와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인가? 사자철검보가 온 통 긴장이 되어 있는 까닭은…? 이때, 삼절노사 당백은 짐짓 호탕하게 웃었다.
"허허허… 아무리 천사마부라 하더라도 노보주가 금도천왕문에 갔는지 어찌 짐작이나 하겠나? 염려말게, 곧 돌아올 것이니."
"…!"
탁사혁은 그 말에 조금 안심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금도천왕문과 사자철검보는 평소 왕래가 없었으니 그들이 어찌 짐작이나 하겠는가? 더욱이 사자백팔철검기마대가 마중을 나갔으니…]
그때, 어둠을 뚫어지게 주시하던 탁소려가 돌연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아버님! 저기 좀 보세요."
"…!"
탁사혁은 딸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짙은 어둠을 뚫고, 한 인영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지 않은가? 야중 방문객! 그들로서는 생소한 백의서생이 아닌가? 헌데, 그 인영이 가까워지자,
"할아버지…!"
"아버님!"
탁사혁과 탁소려는 일제히 외치면서 뛰쳐나갔다. 백의서생은 유성철왕을 넘겨주면서 짤막하게 말했다.
"중상이오."
탁사혁은 격동된 음성으로 물었다.
"공자, 어찌된 일인지 말해줄 수 있겠소?"
백의서생은 태연히 대꾸했다.
"소생은 다만 수많은 인마(人馬)속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을 뿐이오."
그는 자신이 유성철왕을 구했다는 사실을 굳이 나타내려 하지 않았다. 탁사혁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수많은 인마? 그렇다면…"
허나, 그는 일보(一堡)의 주인답게 애써 냉정을 되찾았다.
"공자, 고맙소이다. 한데 고명이 어찌 되시는지.."
백의 서생은 특유의 미소를 잃지 않았다.
"표리천영이외다."
아! 백의서생… 그는 무림에 첫발을 디딘 표리천영이었다. 탁사혁은 포권한 손을 풀지 않고 청했다.
"안으로 드시지요. 이미 밤이 깊었으니 폐 보에서 하룻밤 유하는 것이 어떻겠소?"
표리천영은 그 말에 따랐다.
"고맙소. 그럼 하룻밤 폐를 끼 치겠습니다."
"폐라니오? 무슨 말씀을…"
탁사혁은 부친의 안위가 다급한지라 서둘러 안내를 했다… 사자철검보의 대청,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고 적지않은 무림고수들이 모여 있었다. 탁사혁은 표리천영에게 다시 한 번 사의를 표한후 입을 열었다.
"공자, 아무쪼록 편히 쉬시오. 딸애가 안내를 해줄 것이니 불편한 곳이 있으면 서슴치 말고 말해 주시오."
탁소려는 표리천영의 얼굴을 힐끗 본 후 얼굴을 붉혔다.
"공자, 드시지요."
탁사혁은 표리천영의 뒷모습을 주시하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천하의 기재가 무공을 익히지 않았으니… 아까운 사실이군."
그는 표리천영에게 무공이 없으리라 생각했음인가? 하긴, 표리천영의 모습은 영락없는 백면서생처럼 보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 × ×
표리천영, 그는 깨끗한 객방으로 안내되었다. 그를 안내하고 사라졌던 탁소려는 잠시 후 따뜻한 차를 받쳐들고 나타났다.
"공자, 따뜻한 차로 몸을 좀 녹이시지요."
창밖을 주시하고 있던 표리천영은 소녀의 옥음에 신형을 돌렸다. 순간,
"아…!"
탁소려는 찻잔을 놓칠 뻔 하였다.
[아까는 얼핏 보았는데 이제보니…]
괜스레 얼굴이 붉어지는 그녀는 문득 자신의 실태를 깨닫고 더욱 어쩔줄 몰라했다. 표리천영은 수줍음을 타는 소녀의 모습을 처음 대하는 터였다.
[이제보니 두 이모님과 백모님, 그리고 요마신 미랑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군…]
그렇다. 수줍어 어쩔줄 몰라하는 탁소려의 모습은 정녕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수줍게 피어난 장미처럼… 또는 물기를 머금은 난초인 양 정결한 유혹이 가득한 미태였다. 표리천영은 그녀의 손으로부터 찻잔을 받아들었다.
"낭자, 고맙소. 때아닌 불청객 때문에 밤 늦도록…"
"아… 아니예요."
탁소려는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황망히 고개를 젓고는 또다시 얼굴을 붉혔다. 표리천영은 그녀가 불안한 모습으로 서 있자 자리를 권했다.
"낭자, 앉으시오."
탁소려는 애꿎은 옷자락만 만지락거리다 자리에 앉았다. 이어, 그녀는 수줍음을 타는 스스로에게 반발하듯이 고개를 발딱 쳐들고 물었다.
"저… 공자의 존명을 여쭈어도 괜찮을…"
문득, 그녀는 자신의 부친이 이러한 질문을 던졌으며 그가 분명히 대답을 했던 것도 기억해 내었다. 어색함을 탈피하려다가 더욱 곤경에 빠진 그녀, 목까지 온통 붉어진 그녀의 모습은 측은할 정도였다. 그러나, 표리천영의 눈에는 그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소생은 표리천영이라 하오."
그의 대답에 탁소려는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표리천영은 그러한 그녀를 미소를 머금고 주시했다.
"낭자의 방명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탁소려는 곧 대답했다.
"소녀는 탁소려라 해요. 탁소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기억시키려는 듯 다시 한 번 뇌까렸다.
"무척 아름다운 이름이오. 낭자 만큼이나…"
탁소려의 두 눈이 반짝 하고 빛을 발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정말이예요?"
그녀의 두 눈은 밤하늘의 별을 닮았다. 표리천영은 그녀의 두 눈에 뜨거움이 가득함을 느꼈다.
"정말이오."
탁소려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고마워요."
그녀는 말을 해놓고 문득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이내 꼬리를 달았다.
"할아버지를 구해주셔서…"
표리천영은 말머리를 돌렸다.
"보에 무슨 위험이 있는 것 같은데 혹 소생이 알아도 되겠소?"
탁소려는 조금 망설이는 듯 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혹 천사마부에 대해서 들어 본 적이 있어요?"
--- 천사마부!
당금 무림을 진동시키고 있는 신비세력이었다. 부주가 누구인지, 총단이 어디에 있는지, 모든 것이 비밀에 가려져 있었다. 허나, 그들의 세력은 가공스러울 정도여서 그 어느 누구도 천사마부와 대적하기를 꺼렸다. 쥐도 새도 모르게 멸문을 당하는 예가 허다하였으므로..
"…!"
표리천영의 두 눈속에 섬광이 스쳤다.
[백모님께서 남긴 글에 분명 그때 그 금포면구인이 천사마부의 부주라 했다. 역천마공인 파천혈왕인을 사용한…!]
퍼뜩 야화대모 냉약빈이 떠올랐다.
[그분은 지금 어디에 계실까?]
이때, 탁소려는 계속 말을 이었다.
"보름 전에 돌연 한 장의 혈첩(血帖)이 날아들었지요."
혈첩! 이것은 천사마부의 독문표기였다. 사자철검보를 접수하겠다는 천사마부의 통보…! 유성철왕 탁천양은 냉정한 사람이었다. 때문에 사자철검보의 힘으로는 결코 천사마부의 마수를 벗어날 수 없음을 느낀 것이다. 그렇다고 평생의 심혈이 담긴 사자철검보를 넘겨줄 수는 없었다.
고심하던 그는 의형인 삼절노사 당백의 제의에 따라 극비리에 금도천왕문을 방문한 것이었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 헌데, 금도천왕문에 간 유성철왕이 간신히 목숨만 유지한채 돌아왔으니… 탁소려는 말을 마치고 고개를 푹 숙였다. 희고 깨끗한 그녀의 옥수에 문득 한 방울의 눈물이 떨어졌다. 불현 듯 조부(祖父)의 처참한 모습이 떠올랐음인가?
"…!"
표리천영은 창밖에 가득한 어둠을 주시하며 염두를 굴렸다.
[금도천왕문에 간 사실은 극비라고 했였다… 그리고 유성철왕은 서둘러 보로 돌아가려 하지 않았는가! 여기에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문득, 그의 뇌리를 스치듯 지나가는 혜지(慧智)! 표리천영은 탁소려를 향해 불쑥 입을 열었다.
"낭자, 은밀히 보주를 만날 수 있겠소?"
"예…?"
탁소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치켜떴다. 그러나, 심각한 표리천영의 모습에서 그녀는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예감을 깨달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 후 총총히 밖으로 사라졌다.
× × ×
밀실(密室), 하나의 원탁을 사이에 두고 삼인(三人)이 마주앉아 있었다. 사자철검 탁사혁과 탁소려, 그리고 표리천영이었다. 헌데, 탁사혁의 얼굴에는 경악의 기색이 역력하지 않은가?
"그… 그럴 수 가…! 공자, 그 말이 정녕이오?"
표리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천사마부에서 고루마존과 염색마희같은 고수를 보낸 까닭은 노보주를 반드시 죽여야 했기 때문일 것이오."
순간, 탁사혁 부녀는 더욱 경악의 기색을 나타내었다.
"염… 염색마희를… 그럼?"
표리천영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사자백팔철검기마대는 고루마존과 염색마희의 손에 당한 것이오."
탁사혁은 표리천영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 그럼 공자께서…?"
표리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탁사혁과 탁소려는 경악에 말을 잃었다. 일개 백면서생인 줄 알았던 그가 희대(稀代)의 두 마인과 마녀를 물리치고 유성철왕을 구했을 줄이야! 탁사혁은 강직하고 고지식한 사람이다. 그는 표리천영이 자신의 부친을 구했음을 알자 즉시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
"은인, 몰라 뵙고 무례를 범했소 이다."
깜짝 놀란 표리천영은 황급히 그를 부축했다.
"보주, 이러지 마시오. 지금은 노보주의 일이 시급하오."
이어, 그는 현 사태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그렇게 한 까닭엔 두 가지의 이유가 있을 것이오."
"…?"
"노보주가 급히 보로 돌아가려 한 까닭은 보 내에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는 것이고, 그들이 살수를 펼친 것은 노보주가 돌아가면 그들의 음모가 밝혀지기 때문일 것이오."
탁사혁 부녀는 놀라움과 감탄의 시선으로 표리천영을 주시했다. 표리천영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그 답은 간단한 것이오. 바로 사자철검보 안에 첩자가 있음이 분명한 것이 아니겠소?"
이 것이 정녕 간단한 것인가? 아니다. 표리천영이 아니고는 이렇게 이치에 합당한 판단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리라. 그러나, 탁사혁은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가 않았다. 친 혈육처럼 사 랑하는 사자철검보의 고수들 틈에 첩자가 있다니…
"공… 자… 그럼 첩자는 누구라고 생각하시오?"
표리천영은 특유의 미소를 머금고 대답했다.
"그것은 모르오. 그러나… 밝혀낼 방법은 있소."
이어, 그는 사자철검 탁사혁을 향해 전음으로 무엇인가 말을 하였다. 차츰 밝아지는 사자철검의 표정.. 표리천영의 말이 끝나자 탁사혁은 신형을 일으키며 그의 손을 굳게 잡았다.
"공자… 아니 은인, 정말 이 은혜를 무엇으로 갚아야 좋을지…"
표리천영은 미소를 머금은 채 대꾸했다.
"보주, 한시가 급하오. 그러니 어서…"
"아… 알았소이다."
탁사혁은 황급히 대답하고 밖으로 사라졌다. 이들이 과연 무슨 말을 주고 받았는가? 이 깊은 심야에 과연… 그리고,
[아아… 이분은 너무도 뛰어나신 분 이시다. 이런 분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면 여한이 없으려만…]
탁소려, 표리천영을 꿈결처럼 바라 보는 그녀의 눈빛은 타오르고 있었다. 소녀의 방심(芳心)을 송두리때 뒤흔들어 놓은 아름다운 사내… 그는 표리천영이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즐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월에 첫날도 감사합니다
고운밤 보네세요
즐독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즐감합니다
감사 합니다
이제는 연하에연인과 사랑하려나 ?????????????
즐독 감사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
즐독 입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감사히 즐독 합니다!
즐독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