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to-Basics!
늘푸른언덕
소란스럽고 어수선한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고요함과 심플함을 갈망한다.
건축가와 디자이너는 환경과 일상에 고요함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핵심적인 것을 추구하기 위해 디자인을 거두고 감각에 반응함으로써 이를 획득할 수 있다.
놈 아키텍츠 (Norm Architects)의 소프트 미니멀 중에서
코펜하겐 기반의 건축 & 디자인 스튜디오 ‘놈 아키텍츠’가 자체 출판한 디자인 북에 담긴 건축과 디자인에 대한 그들의 미학적 견해를 인용하며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강원 특별 자치도의 중심도시인 춘천시는 도심 한가운데 공지천이라는 아름다운 호수를 담고 있고 도시 주변으로는 강원도의 젖줄이라 일컫는 북한강의 지류인 소양강이 의암호, 소양호, 춘천호란 이름으로 벨트처럼 도시 전체를 두르고 있는 모습에서 예부터 호반의 도시라 불렸습니다.
아무런 편견 없이 냉정하게 도시 경관과 지형학적 여건으로 볼 때 강원 특별자치도 춘천은 대한민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넉넉히 꼽힐 정도로 살기 좋고 아름다운 도시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아름다운 도시 춘천이 최근에 호반의 도시라는 별칭 외에 새로운 닉네임을 하나 더 얻었는데 그것은 바로 ‘카페(Café)의 도시’입니다.
춘천의 명물 먹거리, 막국수와 닭갈비 외에 이 도시에 최근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 하나가 추가되었는데 바로 ‘카페(Café)’입니다. 요즘 어디를 가나 그 지역을 대표하는 유명 카페 한두 개쯤은 갖고 있어 그리 놀라울 일은 아닙니다만 이 고장 춘천이 특별히 카페의 도시로 유명해진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숨어있습니다. 그것은 그 유명 카페들이 위치하고 있는 곳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가히 절경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절경의 배경은 춘천이란 지역의 지형학적 형태가 분지라는 특성으로 인해 이 도시를 병풍처럼 둘러싼 아름다운 산 위에 카페들이 위치하고 있어 가히 천혜의 경관을 제공합니다.
그 한 예로 이 고장의 여러 산 중에서 특히 구봉산에 위치한 전설적인 카페인 ‘산토리니’를 비롯하여 최근 우후죽순처럼 세워진 수많은 카페들이 춘천을 찾는 상춘객들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어 주말이면 이곳이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우리들이 도심의 일상 속에서 카페를 찾는 목적은 차 한 잔의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기본적인 이유도 있지만 요즘은 각박한 도시의 일상생활에 지친 어떤 이들에게는 카페가 힐링과 쉼터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이 ‘카페의 도시’에 ‘All Day Stay’란 카페가 생겨 많은 카페 마니아들의 특별한 각광을 받는다는 소문을 듣고 문득 호기심이 생겨 시간을 내어 찾아가 봤습니다.
카페의 외부 디자인은 마치 고대의 성벽처럼 되어 있어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지만 막상 내부에 들어서자 첫눈에 들어오는 심플한 디자인과 마치 자연 속에 블랙홀처럼 훅 빨려 들어가는 듯한 그래픽 디자인이 시선에 들어옵니다. 널찍하고 자유분방한 듯하면서도 조화롭게 놓인 테이블의 배치에서 자신만의 쉼터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듯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도심 속의 쉼터를 표방하는 자연스럽고 심플한 디자인이 이 카페가 겨냥한 컨셉트처럼 보입니다.
Back to Basics!!
신속함과 분주함, 복합적인 초연결과 정교함이 경쟁 구도를 형성하며 그 가운데 상대적으로 초라해지고 작아지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전장(戰場)에서 소리 없이 외치는 듯한 이 한마디가 들리는 듯합니다.
이번 2024년 사순절을 지나면서 묵상하며 들었던 두 번째 음성입니다.
굳이 풀이하자면 ‘근본으로 돌아가라’, ‘처음 사랑을 회복하라’ 정도로 해석해 봅니다.
처음 시작과 기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라 생각됩니다.
주말부부로 3년째 머물고 있는 강원도 춘천, 잠시 삶의 터를 잡고 살아가는 이곳에서 아침에 출근길을 나서면 바로 눈앞에 들어오는 신축 건물 공사현장이 하나 있습니다.
건설업에 종사하다 보니 요즘 보이는 게 온통 신축공사 건물들입니다.
작은 원룸형 빌라들이 즐비 한 이 동네에 2년 전쯤 공사의 첫 삽을 뜨기 시작하여 그 후 약 2년이 지나면서 마술처럼 15층짜리 건물이 눈앞에 커다란 위용을 드러냅니다.
매일 아침 출근을 하면서 그 건설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나름 흥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신기한 것은 처음 약 1년 반은 아무런 진척도 없어 보일 정도로 조용했습니다. 15층짜리 건물이 들어서는데 1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변화가 없어서 ‘이 공사 이러다 망하는 거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1년 반이 지나면서 드디어 1층 건물이 서기 시작합니다. 1층의 모습이 보이기까지 무려 1년 반이란 시간이 소요된 것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후 15층까지 솟아 올라가는데 불과 6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15층의 건물을 짓기 위하여 그동안 지하 깊숙한 곳에서 층고를 안전하고 높이 올리기 위한 튼튼한 기초 작업을 해온 것입니다.
건물을 지탱하는 기초와 기반을 다지는 데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린 것입니다.
건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초 공사입니다.
‘Back to Basics’의 원리가 불문율처럼 철저하게 지켜지는 건설 공사현장입니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잘 아는 '모소 대나무'의 성장 스토리를 연상하게 합니다.
중국 극동지방에서만 자라는 희귀종인 이 '모소 대나무'는 씨앗에서 싹이 트고 수년간 농부들이 매일 정성을 들여도 4년간 고작 3 Cm 밖에 자라지 못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대나무는 5년째 되는 날부터 하루에 무려 30 Cm가 넘게 자라 6주 만에 15m가 자라게 되고 곧 주변은 빽빽하고 울창한 대나무숲을 이룬다고 합니다. 이러한 모소대나무의 성장 비밀은 바로 씨앗이 움트고 나서 4년 동안 땅속 밑으로 깊고 단단한 뿌리를 내리는 데 있습니다.
초고속성장을 위하여 4년간을 성장의 기본을 다지는 기간으로 삼는 것입니다.
제가 섬기는 교회는 올해 2024년 사순절 기간을 작년에 이어 성경읽기와 기도의 시간으로 기획하여 진행하였습니다.
지난 2월 14일부터 주일을 제외하고 3월 30일까지 진행된 40일간의 기간을 매일같이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 영적인 여정입니다.
성경의 말씀 중에서 올해 특별히 집중하였던 말씀은 시편과 사도행전, 그리고 전도서입니다.
말씀이신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사랑하사 세상을 구원하시려 그의 사랑하는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셨으니 바로 예수라. 이는 말씀이신 하나님께서 육신이 되어 이 땅에 오셔 그 거룩한 사명을 감당하시고 십자가에 달려 우리의 죄를 대속하시고 죽으셨다가 삼 일 만에 부활하심으로 우리들에게 부활의 산 소망을 갖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오심에 대한 언약을 남기시고 승천하시며 남기신 그 모든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셨으니 바로 살아계신 주님인 성경입니다.
이번 사순절은 우리들이 신앙의 근본인 말씀, 즉 예수님께로 돌아가자는 의미로 살아계신 말씀을 읽음으로 이 ’Back to Basics’을 실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사랑을 회복하라!
1880년대 중반에 처음으로 이 한반도 땅에 기독교의 씨앗이 뿌려져 오늘날까지 약 140년간의 짧은 한국기독교 역사 속에서 실로 많은 발전과 영향력을 끼치며 성장해 왔음은 대한민국의 커다란 축복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대한민국의 기독교와 교회의 모습들이 지난 2020년 발발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됩니다. 세상은 실로 많은 삶의 패턴을 바꾸어 놓았고 교회들도 현재, 같은 위기와 기회가 상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경제, 사회, 문화의 구석구석이 빠른 속도로 변화의 물결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오늘날의 교회도 그 변화의 틈바구니에서 새로운 개혁을 고민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교회에 출석하여 만나던 그들의 하나님을 코로나 기간 동안 안방에서 간단한 버튼 조작 하나로 쉽게 말씀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더 고급스러운 찬양과 수준 높은 설교 말씀들을 체리피킹(Cherry Picking) 하듯이 사이버상에서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쇼핑하면서 영적 대리 만족을 느낍니다. 나와 하나님과의 일대일 만남이면 족하다는 자신들만의 합리적 명분과 독선적인 신앙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교회를 오가는 시간과 교회 공동체 안에서의 봉사시간들을 아껴서 자신들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개인 시간들로 축적하기 시작합니다.
주님께서 명령하신 새계명인 이웃사랑은 어느덧 서서히 사라져갑니다.
이러한 현상으로 교회는 고민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한편 이러한 교인들의 영적인 수요를 충족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경쟁구도 속으로 빠져들어갑니다. 아날로그 방식으로는 도저히 지탱하기가 어려운 시대 속으로 세상은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오늘날 이러한 상황에서 예수님께서 다시 오신다면 심판 이전에 오늘의 상황을 과연 어떻게 바라보실 것이며, 또한 그런 우리들에게 과연 어떤 진리의 말씀을 내려 주실 것인가?
코로나19 이후 한동안 텅 비었던 교회의 빈자리들이 이제는 제법 많이 채워졌습니다만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교회의 빈자리들을 바라보면서, 함께 교회의 일과 하나님 나라를 세워 보자고 외치는 소리 앞에 꿈쩍도 안 하고 오늘도 나 홀로 신앙을 구축해가는 이들을 보면서 생각이 깊어지는 요즘입니다.
이 세상을 바라보시는 주님의 시선에 새로운 영적 호기심이 생깁니다.
영적 근본이 미천한 저에게 이번 사순절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시고 계셨습니다.
Back to Basics!!
그러나 너를 책망할 것이 있나니
너의 처음 사랑을 버렸느니라
그러므로 어디서 떨어졌는지를 생각하고
회개하여 처음 행위를 가지라
만일 그리하지 아니하고 회개하지 아니하면
내가 네게 가서
네 촛대를 그 자리에서 옮기리라
요한계시록 2장 4절~5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