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탬포드 칼리지가 1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초대형 경기장으로 변모하면서 경기당 평균 관중은 8만 명을 웃돌았다. 언제나같이 관중들은 11인의 블루스들에게 환호를 보내 주었다. 프리미어리그 7연패를 눈앞에 둔 오늘 경기는 바로 철천지 라이벌 아스날전.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아르센 웽거 감독이 반대편 벤치에서 서서 약을 먹고 있었다.
골키퍼 강영진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아스날 페널티박스에 모여 들었다. 현재 스코어는 1-1. 키커는 토레즈였다. 이 페널티를 성공시킨다면 골든골 격으로 바로 경기가 끝날 것이다. 경기장의 모든 관중은 환호하면서 부둥켜안고 우리는 우승컵을 들고 샴페인을 터뜨리겠지. 그 생각만 하니 소위 말하는 표정관리가 무색해진다.
삐익-
심판의 휘슬소리가 울렸다. 대부분의 관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전광판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토레즈는 3초간 천천히 걸어 나갔다. 조금씩, 조금씩 속도를 높여가던 그는 우승컵을 향해 발을 휘둘렀다...!
고- 올!
아, 정말 그 날의 소음과 환희와 감동을 어찌 설명할까. 너무 감동적이었던 나머지 나는 누워 있었다. 응?
"마...맙소사..큭큭"
새벽 4시 30분. 첼시 감독 에릭 존은 침대에 누워서 울고 있었다. 10만 경기장은 온대간대 없이 사라졌고 누가 언제 옮겨 놨는지 앞일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몇 분간 뭐가 어떻게 된건지 생각해내려 앉아 있었던 것 같다. 그 끝에 얻어낸 결론은 너무 기쁜 나머지 살짝 돌아버렸다는 거다.
어제 저녁, 첼시의 프리미어리그 4연패가 결정되면서 런던은 발칵 뒤집혔다. 첼시 창단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며 찬사를 보내는 팬들에게 샴페인을 쏘면서 거리를 다녔고 것도 모자라 선수들과 술자리를 가지면서 엄청나게 퍼 마셨다. 정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아스날에게 당한 4연패의 아픔을 싹 씻어낸 내 인생 최고의 날. 술 퍼마시고 한 술 더떠 꿈에서까지 크게 한건 한 셈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꿈의 내용이 예사롭지 않다. 어디.. 생각좀 해보자.
스탬포드 칼리지가 10만명을 수용했다고 했나??? 어이쿠! 몇달 전에 이사회에 경기장좀 확장해 달라고 요청한 게 꿈에 나타났다 보다. 일단은 지어준다고 했으니까 너무 좋아서 그랬나 어쨌나는 몰라도 10만 명이면 누 캄프(바르셀로나 홈구장) 사이즈 정도 되려나..
잘 나가다 보니까 웬만한 부탁은 다 들어주는 것 같아서 기분은 좋다. 근데 코딱지만큼 확장되면 어떻하지?
또 뭐 있었나...어... 그게 뭐였지. 아! 골키퍼! 오초아가 아니었다. 그.. 강영진이었던 거 같은데. 세 번이나 이적 협상 후 워크퍼밋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한 비운의 골키퍼. 이 선수의 영입을 앞두고도 블루스 팬들에게 여러모로 많은 소리를 들었다. 벌써 한국 선수만 세 명째이기 때문에 실력이 확실하게 검증이 되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오초아와 비교를 해 봐야 되겠지만 상당한 실력이라는 것을 직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소시에다드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면 좋겠지만 2군에서 전전하고 있는데다 어린 나이에 재능이 사라질까 염려되는 까닭에 부득이 영입을 추진하는 것이다. 하지만 주전 골키퍼였던 체흐를 내보냈을 때부터 골키퍼 선임에 여러모로 불만이 많았던 팬들은 이제 오초아가 좀 자리를 잡으려는데 또 흔든다 하면서 이 영입에 비난을 가하고 있다. 이 어린 선수가 꿈에 나왔다.. 그만큼 내가 키우고 싶다는 욕구가 강한 거겠지?
자.. 경기 상대가 '아스날' 이었다는건 무얼 말하는걸까. 앞에서도 말했듯이 아스날의 리그 4연패 밑에서 이를 갈았던 지난 암흑같았던 시즌에 대한 복수가 통쾌했다는건가. 극적인 상황에서 아스날을 꺽고 웽거의 은퇴 전 마지막 경기라는것도 그가 지긋지긋하게 보기 싫은 이유일 거다.
음.. 또 뭐가 있었더라..
따르르르르르르르르ㄹㄹㄹ-
"으악!"
맙소사, 벌써 7시야? 오, 새벽 네시 반에 깨서 지금까지 뭘하고 있었던 거지.. 갑자기 속이 쓰리네. 아, 신문이 왔다. The Moon이로군. The Sun 시리즈인가. 어디 보자..
"! 사라고사 우승???"
오 세상에, 34-35 시즌부터 처음 스페인 1부리그에 진입해서 중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던 사라고사. 사실 빅리그에서는 드문드문한 팀들은 크게 주목을 받기 힘들다. 어쩌나 컵 대회등을 우승하더라도 국내 컵 대회는 큰 평가가 내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사라고사가 그 살아남기 힘들다는 프리메라리가에서 팀 역사상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신문에는 큰 활자로 '사라고사, 77년만에 일 내다!' 라는 경이로운 표제로 독자들의 눈길을 확 끌었다. 사진에는 우승을 결정지었던 발렌시아전에서 2-1 역전골을 넣은 뒤 환호하는 David Aganzo(30)가 실려 있었다. 그는 팀내에서 최다득점(현 24점)을 기록하며 사라고사의 역사상 첫 리그 우승의 주역이기도 하다.
이 놀라운 기사보다는 조금 작은 사이즈의 기사로 "세리에 A 챔프, 라치오!" 라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세리에 5강(밀란, 인테르, 유벤투스, 로마, 라치오)을 이루고 있던 라치오가 시즌 중반부터 치고 올라오더니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일궈 냈다는 소식이 작게 실려 있었다. 프리메라리가의 충격적인 뉴스에 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어쩌면 프리미어리그 4연패를 일궈낸 첼시의 소식은 독자들에게 더더욱 지겨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일순간 씁쓸해졌다.
UEFA 챔피언스 리그와 UEFA 컵은 FC 바이에른과 베르더 브레멘이 각각 우승을 차지했다는 소식이다.
'챔피언스 리그를 위해 태어난' 바이에른 뮌헨은 결승전에서 프리메라리가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전력투구를 다했던 바르셀로나를 맞아 힘겨운 경기 끝에 승부차기 2-3 승리를 거뒀다. 케빈 쿠라니의 전반전 득점이 결승골이 될 뻔했던 경기는 바르셀로나의 몬다니가 극적으로 살려냈고 이를 연장전까지 지속, 승부차기까지 이끌어 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는 두 명의 키커가 연달아 실패하면서 스코어가 끌려가는 양상이 되었고 결국 Hetinga의 실축으로 경기는 끝났다. 유에파 챔피언스 리그 우승컵에 입을 맞춘 팀은 FC 바이에른이었다.
"우리는 우승하기 위해 왔다" 며 자신감을 보이던 마세다 레알마드리드 감독은 프리메라리가의 부진으로 인해 경질되고, 리버풀의 휴고 산체스 감독이 그 뒤를 이었다(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시즌 중반에 사령탑이 바뀌는 것만큼 팀의 분위기를 흔드는 게 없기 때문이다.)어찌어찌해서 올라온 결승전. 상대는 4강전에서 우승 후보 유벤투스를 꺽고 올라와 분위기가 올라 있는 독일의 베르더 브레멘. 비록 상대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팀이긴 하지만 스페인 최강 클럽이 두려워 할 만한 팀이 아니라고 생각한 감독은 초반부터 강공을 펼치며 위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오히려 클로제에게 선취골을 빼앗긴 뒤 패배의 위기까지 몰렸지만 일본의 심장, 신지 오노가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누군가 그랬다. 축구공은 둥글다고.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는 그 누구도 경기 종료 4분 전에 역전골이 터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고, 축구공은 그 예상을 빗겨나가 레알 마드리드의 골문에 작렬했다. 최종 스코어는 2-1, 레알 마드리드의 충격적인 역전패였다. 바르셀로나와 마찬가지로 프리메라리가의 부진을 털어 버리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너무나도 방심한 탓인지 역습에 쉽게 무너졌다. 사라고사의 프리메라리가 우승 앞에서 이를 갈던 두 팀은 결국 이번 시즌의 마지막 경기들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따르르르르르릉-
아, 이번엔 전화다.
"네, 에릭 존입니다."
"감독님, 뭐하십니까. 이제 나오셔야죠."
"아, 미안하네. 그러니까 작작 좀 먹였어야지."
"아무도 안 먹였는데요."
"...응?"
"하여튼 빨리 나오십쇼, 경기 전 마지막 훈련인데 감독님이 안보이면 어쩝니까."
"아, 알았어. 빨리 가지."
달력은 오늘이 5월 28일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오늘, 첼시의 10-11 시즌 마지막 경기가 있는 날이다. 리버풀과의 FA 컵 결승.
"자."
나는 거울을 보고 심호흡을 했다.
"즐거운 최후의 만찬을 위하여!"
* * *
와! 시험이 끝났습니다 안습시험 ㅠ
이제 주말마다 올릴 수는 있을 거 같습니다
이제 아시안컵도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이번주 토요일 아니면 일요일 쯤에 한편 올릴 수 있을 거 같네여 ㅎ
첫댓글 오래간만이시네요~ ^^
시험이 ㅠ
레알에 오노신지-_-;;;ㄷㄷ
어케된거죠?ㅋㅋㅋㅋ
이프님은 이제 곧 고등입시아닌가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