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워치로 일상서 혈압-심전도 측정… 자는 동안 수면분석도
[지금 움직입시다]〈下〉 신성장 산업으로 떠오른 ‘건강’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국내 기업들이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들면서 의료 분야뿐 아니라 일상 영역에서까지 첨단 기술을 활용해 건강 관련 서비스를 누릴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워치를 통해 혈압과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고, 스마트폰으로 수면 상태도 체크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용이 활발한 서비스는 삼성전자의 ‘삼성헬스’다. 수면, 피트니스, 마음건강 서비스 등을 아우르는 삼성헬스는 매달 6400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한 여성이 자신의 손목에 찬 ‘갤럭시 워치5’의 생리주기 예측 기능을 사용하고 있다.
삼성헬스는 2012년 처음 세상에 선보일 때만 해도 간단한 피트니스 트래킹을 지원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갤럭시 워치를 중심으로 헬스 전략을 개편하고 혈압, 심전도 등 다양한 건강 관련 기능을 추가한 데 이어 2021년 갤럭시 워치에 ‘바이오 액티브 센서’를 탑재했다.
바이오 액티브 센서는 삼성 헬스의 미래 전략 중 하나인 수면 기능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가속도 센서를 통해 수면 중 뒤척임 정도를 측정해 수면 사이클을 파악하고, 광학심박센서를 통해 심박과 산소 포화도를 바탕으로 수면의 깊이를 분석한다. 이렇게 수면 데이터가 누적되면 사용자는 8가지 동물 유형으로 정의된 수면 패턴 가운데 자신에게 맞는 유형을 추천받고 맞춤형 수면 코칭 프로그램을 제공받게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 워치 사용자 중 매주 한 번 이상 수면을 측정한 사용자가 지난해 대비 두 배가량 증가했고, 사용자 절반은 매주 수면 기능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면 관련 기술 개발은 스타트업에서도 활발하다. 2020년 6월 설립된 슬립테크 스타트업 ‘에이슬립’은 호흡 소리를 활용한 ‘비접촉식 수면검사법’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수면의 질을 측정하려면 병원에 방문해 신체에 측정 장비를 부착하고 하룻밤을 자야 하는 등 시간과 금전적인 측면에서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야 했다. 하지만 에이슬립은 기기를 몸에 착용하지 않아도 잠잘 때 내는 소리를 스마트폰으로 녹음하고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해 수면 상태를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에이슬립은 최근 수면 단계 측정 기술을 활용해 쾌적한 기상을 돕는 앱 서비스 ‘슬립루틴’도 내놓았다. 사용자가 깊은 수면 단계에 있을 때 알람을 받으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얕은 수면 단계에 있을 때 알람을 울리도록 한다. 에이슬립 관계자는 “사용자의 수면 단계를 알게 되면 다양한 영역과 결합시켜 수면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코골이가 감지되면 호흡기 건조감을 낮추기 위해 공기청정기와 가습기를 작동시키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수면케어 솔루션과 함께 좀 더 전문화된 의료용 기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전자가 올해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에서 선보인 스마트 수면케어 솔루션 ‘브리즈’는 수면을 유도하는 한편 수면 상태를 실시간 분석하고 관리해 숙면을 돕는다. 전용 무선이어셋을 통해 뇌파를 측정하고 수면케어 사운드를 들려주는 한편, 앱을 통해 사용자의 수면 데이터를 분석하고 솔루션을 제공한다. 특히 사용자가 즐겨 듣는 음악이나 유튜브 영상 등에 뇌파 동조 사운드를 더해 재생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LG전자 관계자는 “왼쪽 뇌와 오른쪽 뇌에 각각 다른 주파수를 들려줌으로써 주파수 차이를 이용해 잠이 들게 하거나 특정 수면 상태로 전환을 촉진하는 뇌파를 유도한다”고 밝혔다.
LG전자가 출시한 만성 통증 완화 의료기기 ‘LG메디페인’을 사용하는 모습.
LG전자는 2020년 탈모 치료용 의료기기 ‘LG 메디헤어’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는 만성 통증 완화 의료기기인 ‘LG 메디페인’도 선보이는 등 의료기기 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LG전자의 디스플레이 기술력을 통해 개발한 의료용 모니터들은 비슷한 색상도 좀 더 세밀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해 수술, 진단, 임상을 더 용이하게 했다.
자동차 영역에서도 소비자의 건강을 고려한 움직임이 불고 있다. 기아는 EV9에서 운전자와 탑승자의 신체가 닿는 부분에 친환경·재활용 소재를 사용한 바이오 페인트나 BTX 프리 친환경 페인트를 사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의 물질들은 백혈병이나 편두통, 호흡기 질환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밀폐된 차량에서 이러한 페인트가 인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BTX 프리 친환경 페인트를 사용하면 건강 유해 우려를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2030 ‘헬시 플레저’ 바람타고… 건강기능식품 시장 8년새 3배로
[지금 움직입시다]
작년 건기식 시장 6조원 첫 돌파
업계, 인수합병 등 미래 먹거리 경쟁
생산 인프라-물류 구축 투자 러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젊은층을 중심으로 ‘건강을 즐겁게 관리한다’는 헬시 플레저 열풍이 불면서 식품 등 소비재 기업들이 건강 관련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7일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6조1429억 원으로 사상 처음 6조 원을 돌파했다. 이는 8년 전인 2014년(2조36억 원)의 3배 이상 규모다. 지난해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국내 소비자(구매경험률)는 전체의 82.6%에 달했다.
건기식 시장이 커지면서 기업들에 차세대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라면업계 1위인 농심은 건기식 사업 강화를 통한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신동원 농심 회장은 올 초 건기식을 육성하고 시너지를 내는 인수합병도 검토하라고 당부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8월 건기식 스타트업 ‘빅썸’의 지분 53%를 인수했다. 매일유업도 저출산 등으로 인해 소비가 줄어드는 유제품 대신 건기식 분야를 강화하고 나섰다. 단백질 보충식품 ‘셀렉스’를 내놓고 유가공 제품 대신 건기식 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4월 기존 롯데제과에서 사명을 변경하면서 케어푸드·기능성식품 등 종합식품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비건 브랜드를 강화하는 등 성장성 높은 미래 먹거리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hy는 건기식 사업 등을 위해 2024년까지 총 1170억 원을 투자해 신규 물류, 생산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발효 녹용과 발효 홍삼 음료 등 건강과 관련된 제품 라인업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건기식 분야는 소비층이 젊은 데다 성장세가 높아 연관 기업들의 핵심 사업으로 부상 중”이라고 말했다.
기존 사업에 헬스케어를 접목해 시너지를 꾀하는 시도도 많아지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인수한 매트리스 기업 지누스를 통해 리빙·인테리어 부문의 사업을 강화하고 나섰다. 의료용 온열기로 시작한 세라젬은 최근 혈압·체지방 등을 측정할 수 있는 건강 확인 서비스 ‘세라체크’를 선보였다.
오승준 기자
‘운동하면 우대금리’ 금융사 헬스케어 상품 속속
[지금 움직입시다]
전문회사 설립-앱 출시 잇따라
건강한 고객에 보험료 할인도
고령화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헬스케어 서비스’가 금융권의 새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곳은 KB헬스케어다. KB헬스케어는 금융사가 만든 첫 헬스케어 전문 회사로 2021년 10월 출범했다. 건강검진 결과 걸음 수, 유전체 검사 정보 등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개인화된 맞춤형 디지털 건강관리 플랫폼 오케어(O’CARE)를 출시했다. 오케어 플랫폼은 지난해 10월 금융사 최초로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시범 인증 마크를 획득했다.
신한라이프의 디지털 헬스케어 자회사 신한큐브온은 지난달 가상인간을 활용한 홈트레이닝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에는 인공지능(AI) 동작인식 기술이 탑재돼 있어 사용자가 별도 웨어러블 장비를 착용하지 않아도 운동 자세를 교정받을 수 있다.
NH농협생명도 헬스케어 앱을 통해 게임처럼 즐길 수 있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목표치만큼 걸으면 온라인 텃밭에서 농작물이 자라는 ‘랜선 텃밭 가꾸기’가 대표적이다. 7일 동안 걷기 목표를 달성하면 농작물을 수확할 수 있고 이를 모아 보험료도 할인받을 수 있다.
하나손해보험의 ‘무배당 하나 업그레이드 건강보험’은 국내 최초로 건강등급별 보험료를 산출했다. 건강한 고객이라면 보험료를 최대 4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가입 때 할인을 못 받더라도 이후 2년마다 건강등급이 좋아지면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도 매일 1만 보 이상 걸으면 연 11%의 이자를 주는 ‘데일리워킹 적금’을 내놨다.
송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