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 김유정문학상 운영 조례(안)
입법예고에 따른 대토론회
김유정문학상 운영 조례안, 시민에게 묻는다’
1. 생태건축을 연구하는 건축사학자 임석재 박사는 「생태건축:일곱번의 위기와 일곱 개의 자연」이란 책에서 환경위기에 대해 얘기하며 “멍청함의 역설”이란 용어를 썼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멍청함의 역설은 인간의 탐욕과 맞닿아 있다”라고 얘기했습니다. 어떤 예기치 않았던 일도 기억되고 기록되면 역사가 된다고 합니다. 제가 지금 그런 역사적인 자리에 나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습니다.
2. 아시다시피 전상국 초대 촌장의 열정과 헌신으로 조성되고 운영된 김유정문학촌과 기념사업회는 초창기부터 춘천문인들과 함께 지역 문화 창달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습니다. 초대촌장이 중심이 되어 지역 문인, 언론인 예술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시의 예산지원을 이끌어내어 운영 시스템을 만들고 시설을 만들고 정착시켜 2대 촌장에게 넘겼고, 그동안 겸임체제로 운영되던 김유정기념사업회와 김유정문학촌이 작년 말부터 처음으로 분리되어 사단법인 김유정기념사업회는 김금분 이사장이 그대로 맡고 문학촌 제3대 촌장으로 이순원촌장이 새로 부임하는 전환기를 맞이했습니다. 이제 이 변화체제에 슬기롭게 대처하고 적응하는 것이 향후 등록공립문학관으로서의 위상과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입니다.
3. 문제점: 김유정 문학상은 지난 13년간 (사)김유정기념사업회에서 주관하여 무리 없이 운영되어 왔으며 대한민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자리매김 되었 고 시상금은 전액 한국수력원자력(주) 한강수력본부의 후원으로 지속되었다.
그동안 이 상의 제정 및 기금마련 등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춘천시가 이제 와서 시 주관으로 이 상을 운영하려는 시도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비난에 직 면할 것이다.
① 민간단체에서 잘 하고 있는 사업을 관이 탈취해 가려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기념사업회측에 한 마디 사전 통보나 협의도 없이 관련조례안을 새로 만들어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것은 시민이 주인이라는 춘천시가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② 김유정문학상의 권위가 실추되고 훼손될 것이다. 상은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 바라보는 사람 모두가 만족하고 행복해 할 때 권위가 인정된다. 관에서 빼앗아다 돈 몇 푼 더 얹어 주는 상이라는 이미지로 변질될 상을 받으며 어느 작가가 자랑스러워하겠는가? 모든 문학인의 자존심에 상처로 남을 것이다.
③ 상의 시상자가 ‘사단법인 김유정기념사업회’에서 ‘춘천시장’으로 바뀌는 것이 춘천시를 알리고 상의 권위를 높인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것이다. 세계적인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백과나 나무위키에도 김유정문학상은 사단법인 김유정기념사업회에서 시상하는 것으로 올라있다. 김유정은 이미 춘천의 문화아이콘으로 전국민에게 각인되어 있으며 이는 오로지 문화예술인들의 공이다.
④ 조례제정의 이유로 언급한 ‘공신력’은 지난 13년간의 상의 권위를 스스로 폄훼하는 모양이 되어 이 상을 수상한 대한민국의 유수한 작가들로 하여금 신뢰성에 문제가 있는 부정한 상을 받았다는 자괴감을 줄 것이고, 한국 문학계에 심각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아무런 근거 없이 심사위원과 수상자를 모욕하고 있다는 인상도 줄 것이다. ‘지속가능성’ 운운은 그간 시상금 출연에 한수원이 난색을 표할 때에도 끊임없이 설득하고 독려하여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시상을 유지해온 사단법인 김유정기념사업회의 노력을 무시함은 물론, 유한한 권력의 속성상 담보할 수 없는 변동성을 간과한 무책임한 발언이다.
⑤ 김유정문학상의 제정 경위와 김유정문학촌의 조성 역사를 아는 사람들은 초대촌장 전상국 소설가의 헌신을 포함한 지역 문화예술인, 언론인들의 순수한 열정과 참여 시민들의 열망을 이야기한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그들의 땀과 눈물의 기록을 무시하거나 적폐시한다면 장차 그 누가 나서서 지역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헌신할 것인가? 관이 주도하는 문화정책이 주를 이룰수록 그럴듯하게 포장된 계획서로 관 주변을 들락거리며 예산이나 따내려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고 진정한 문화예술진흥은 고사하고 시민 혈세만 낭비하는 일이 되풀이될 것이다.
4. 수정안(대안) : 춘천시는 졸속으로 제정하는 조례안을 즉시 철회하고 사과하는 것이 정답이다. 그러나 기왕에 조례안을 마련한다면 다음과 같이 수정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다.
① 제2조(주최 및 주관)의 “다만,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문학상 운영을 위하여 시가 지정하는 법인ㆍ문화예술단체 등이 주관할 수 있다.” 를 “사단법인 김유정기념사업회가 주관한다.”로 바꿔 시상의 주체를 명확히 하며 상의 명칭도 ‘춘천시 김유정문학상’에서 그대로 ‘김유정문학상’으로 둔다.
② 다른 대안으로는 운영조례안을 새로 만들어 ‘김유정학술상’운영조례안으로 바꿔 별개의 상을 제정 운영하는 쪽으로 발전적 방향전환을 하는 것이다.
③ 김유정문학상 운영에 대해 할 말이 많다면 김유정기념사업회 내에 있는 기존의 ‘김유정문학상운영위원회’에 문학촌장, 문화재단이사장, 시 문화예술과장도 위원으로 참여하여 합리적으로 모든 절차와 방법을 논의하면 될 것이다. 다만 시는 전임 권택삼 문학촌 사무국장이 정리해 놓은 사업비교표에 따라 기왕에 분리된 김유정기념사업회와 김유정문학촌의 고유 업무를 존중하고 상호 상생 협력하도록 지도하면 될 것이다.
④ 일반인들은 사실 김유정문학촌과 김유정기념사업회가 각각의 기관 단체인지를 잘 모른다. 오랜 동안 촌장이 이사장을 겸임해 왔기 때문이다. 이제 기념사업회에서 수탁을 포기하고 촌장자리를 내놓은 마당에 무슨 이유로 기념사업회의 가장 중요한 사업인 문학상운영권까지 법을 만들어 가져가려 가는지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안 된다. 어떤 시민이 이런 얘기까지 하는 것을 들었다.“모 언론의 표현대로 이건 ‘밥그릇 싸움’조차 안 된다. 문학촌장은 시에서 보수를 주지만 민간단체로 무보수 명예직인 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일방적으로 쫓겨난 모양이 되었는데 무슨 밥그릇 싸움인가? 오히려 깨진 쪽박마저 빼앗아가려 시가 야비한 갑질을 하는 것 아니겠냐. 시에서 그렇게 할 일이 없느냐?”고.. 아무튼 이 논란은 누구에게나 볼썽사납게 비춰지고 결국 모두가 피해자가 될 뿐이다.
춘천시는 2009년 9월 시장명의의 부동산(건물)사용 승낙서를 존중하여 김유정기념사업회를 위한 사무실 공간을 문학촌 내에 마련하고 두 단체가 협력하여 김유정문학정신을 기리고 춘천을 문학 도시로 널리 알리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조정하고 설득하고 지원하는 것이 춘천의 문화예술발전을 위한 바람직한 대안이 될 것이다.
5. 최근 속초에 사시는 이상국시인이 전화를 걸어와 춘천의 김유정문학상 논란에 대해 걱정의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올해 한국작가회의 신임 이사장으로 취임한 분으로 인제 만해기념관 운영도 맡아하셨기에 객관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계신분이라 생각됩니다. 그동안 잘 운영되어왔던 권위있는 김유정문학상이 어떻게 이런 논란에 휩싸였는지 안타까워 하시면서 선후배 문인들이 갈라지고 상처를 입게 될 일을 경계하셨습니다. 문학계의 큰 어른이시자 공로자인 전상국 선생님을 명예롭게 퇴진하게 해드리는 것이 후배들의 도리가 아니겠느냐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만약 조례제정이 강행될 때는 상의 권위 훼손은 물론 춘천의 문인과 문화예술인들 간의 갈등으로까지 번져 춘천시장의 ‘문화예술중심도시’ 공약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고 춘천시 행정에 대한 신뢰도에도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될 것입니다. 지역 문인과 문화예술인들의 참여와 협조 없는 김유정 행사와 문학촌 운영은 한계에 봉착할 것임을 우려합니다. 인간들의 탐욕으로 서두에 말씀드린 “멍청함의 역설”이 아름다운 호반의 도시 춘천에서 일어나 두고두고 놀림꺼리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0.5.14. 춘천문인협회장 장 승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