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혜로 다가서는 주역
- 주역과 함께 하는 남진원의 시가 있는 일기 2. 2016.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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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화동인
그런 가운데, 시간이 흐르니 사물의 모습이 변한다. 모든 것은 분리되어 나타나지만 실상은 하나이다. 어제의 수많은 역사는 또 다른 현재의 모습이다. 주역의 변괘는 시시각각 오늘의 모습에 다름이 아니다.
중천건괘의 구이에 변괘가 일어난다. 그러면 천하동인 괘이다. 위에는 하늘이요, 아래는 불이다. 불은 오르는 성질이 있어 하늘에 올라가 함께 한다. 천하가 밝아진다. 구이의 양효가 음으로 변하여 육이가 되니 구오와 상응하려고 하니 정당하고 요조숙녀이다. 그러나 모두 양효가 운집해 있으니 뭇 남성의 유혹이 난무한다. 굳게 지키지 않으면 비에 젖는 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일을 하는 데 있어서는 천화동인의 괘를 본받으면 틀림이 없다. 즉, 모든 것은 들에서 하듯이 밝고 넓은 곳에서 하니 의기양양하고 어렵고 힘든 큰 바다도 힘을 합해 건너가니 어찌 장하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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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천건 천풍구 천화동인
천풍구에서는 다양한 재주와 여성의 시대를 맞이하였다. 이제 구이가 변하여 육이가 되어 천화동인은 천하동인이다. 구이의 용이 사라지고 다섯의 용이 날고, 육이의 봉황이 드러났다.
봉황의 덕택에 땅은 기름지고 모두가 당당하게 화합하여 밝은 하늘아래에서 힘써 일하게 되었다. 바야흐로 번영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하늘과 태양이 함께 하니 사소한 것까지 비치지 않는 것이 없다.
오늘 이 시간, 용기를 갖고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 힘써 일할 채비를 갖추는 것이 올바르다. 높고 낮음을 가리지 말라는 뜻이다. 부하고 가난하고를 묻지 말고 귀하고 천함을 탓하지 말라는 것이다. 또한 크고 작음에 노하지 말라는 뜻이다.
<詩>
화전리의 아침
남진원
종지기가 종줄을 당기는 새로
화전리의 아침이 깨어나고 있다.
- 날개처럼 부서져 내리는 울창한 햇살의 그물 -
그 위로 뚝뚝 떨어지는 하늘이
잎 푸른 가지에 달려
햇살을 훑어내리고
그림자처럼 청청한
바람의 목소리들이 나뒹굴며
휘파람을 분다.
「여기는 바람과 하늘이 질척이는 햇살의 늪이라고 …」
그때 쯤 새들의 지저귐 속에
나와 너의 흰 빛 인사의 속살
우리 모두는
가방 속에 햇살을 꾸려 넣으며
출근을 한다.
( 경향신문 1977.11.5. )
대명 천지에 일하지 않는 자는 게으름으로 구이의 용처럼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운명이 되는 것이다. 하늘에 태양이 떠오르는 시각, 아침이 깨어나고 있다. 종이 울리고 햇살을 꾸려 넣고 출근을 하는 아침이다. 열심히 살아가는 데서 행복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천화동인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