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700여명 초청하려던 '큰형님' 칠순잔치 '썰렁'
기동·특공대 등 동원 검문… 상당수 조폭이 참여 안해
19일 오후 5시쯤 서울 강남구 I호텔 7층 연회장에서 조직폭력계의 원로 이모(70)씨의 칠순 잔치가 열렸다.
조폭계의 '큰형님'으로 통하는 이씨는 1950~60년대 서울 영등포 지역에서 '새마을파'를 이끌었다.
주최측은 전국 폭력조직의 보스급들을 초청해 대규모 행사를 계획했지만
말썽을 걱정한 경찰이 검문검색을 하고 참석을 자제시켜 참석자는 예정보다 적었다.
호텔 입구는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사복 경찰과 조직폭력배가 뒤섞여 북적였다.
행사장 입구에는 원로 트로트 가수 김모씨, 인기 영화배우 이모씨와 탤런트 윤모씨 등 연예계 인사와
이씨 지인들이 보낸 화환 20여개가 서 있었다.
참석자들에게는 1인당 6만5000원짜리 뷔페 식사가 준비됐다.
'진주 큰형님'으로 불리는 김모(70)씨가 차에서 내리자 건장한 어깨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 "형님, 형님!"하며 90도 인사를 했다.
김모(58)씨는 "큰형님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대구에서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전국 각지 후배 폭력조직 간부급 700여명을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행사에 참석한 사람은 200여명 정도였다.
이씨가 초대장을 보낸 '칠성파' 두목 이강환, '양은이파' 조양은, '범서방파' 김태촌씨 등은 나타나지 않았다.
행사에 참석한 '후배 조폭'들도 축의금을 전달하고 방명록에 서명한 뒤 서둘러 자리를 떴다.
경찰은 이날 서울경찰청 기동대 1개 중대와 폭력계·광역수사대 형사, 강남경찰서 소속 5개 강력팀, 경찰특공대 등을 배치해
행사장 주변의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강남 한복판에서 조폭 수뇌급들이 모이는 일은 치안 차원에서 용납할 수 없다"면서
"행사 이틀 전부터 전국 주요 조직원들에게 행사에 참석하지 말도록 강력히 경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앞으로 조직폭력배들이 일반인과 함께 사용하는 영업장에서 행사를 벌이며
조폭식 90도 경례, 도열 등으로 위화감을 조성할 경우 업무방해 등 혐의로 형사처벌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