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의 마터호른
하늘을 찌른 웅자(雄姿) 거대한 피라미드
흰 구름 토한 흑룡 은비늘 꿈틀대자
천당이 눈앞인데도 얼어붙은 발걸음
* 백운봉(白雲峰 940m); 경기 양평. 웅장한 삼각형이라 멀리서도 얼른 알 수 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당하며, 여름철 산정에 백운이 감돌면 더 멋있다. 스위스 쩨르마트에 있는 세계 3대 미봉 마터호른(Matterhorn 4,478m)을 닮았으며, 자락에 신라 경명왕 7년(923년) 대경대사가 창건한 고찰 사나사(舍那寺)가 있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200쪽.
2. 승보(僧寶)를 품은 산
조용타 계류 변에 산뜻 웃는 관음송(觀音松)
광명이 비친 보지(寶地) 십육국사(十六國師) 잠들었네
불문이 하 좋다한들 승려 없인 만사휴(萬事休)
* 조계산(曹溪山 884.3m); 전남 순천 도립공원, 호남정맥. 고려 때 16국사(國師)를 배출한 송광사(松廣寺)를 품고 있으며, 계류와 수림이 좋다. 산세는 유순하면서도 덕스럽고, 봉우리는 중의 머리마냥 원만하다. 불교계 일각에서는 앞으로 2명의 국사가 더 나올 것으로 예측한다. 산 이름은 초장 운(韻)에 다 들어있다.
*《海東文學》 계간지 게재.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372쪽.
3. 법보(法寶)를 품은 산
가고파 톱날능선 야인은 산색(山色) 그려
해인(海印)이 찍혔으니 화마(火魔)조차 비껴가네
장경(藏經)은 불가의 보배 팔만사천 법어(法語)여
* 가야산(伽倻山 1,430m); 경남 합천 거창, 경북 성주 경계. 국립공원으로 세계문화유산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해인사가 있다. 기암괴석의 불꽃 형상으로 석화성(石火星)의 별명을 얻었다. 억새가 많은 가을이 특히 아름다우며, 옛날에는 우두산(牛頭山), 설산(雪山)으로도 불렸다. 절 땅은 유수의 명당이나, 불이 잦았든 게 흠이다. 산 이름은 초장 운(韻)에 다 들어있다.
* 해인; 바다의 풍랑이 잔잔해져 만상(萬象)을 있는 그대로 나타냄, 즉 부처의 슬기를 이름.
*《海東文學》 계간지 게재.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48쪽.
4. 불보(佛寶)를 품은 산
취하니 서글픈데 산만 홀로 깨었구나
불사리 영롱타만 통도(通度)는 먼 억새길
보아라 제행무상(諸行無常)을 아등바등 살리오
* 취서산(鷲棲山 1,059m); 경남 양산 울산, 석가의 진신사리(眞身舍利)를 모신 통도사 뒷산이다. 영남알프스 7산 중 하나로, 능선이 장대하고 밑에서 쳐다보면 위압감을 준다. 새하얀 억새꽃과 보름달 풍광이 일품이다. 영취산, 영축산(靈鷲山-가운데 한자 독수리 ‘취’자는 ‘축’으로도 읽음)이라 함. 산 이름은 초장 운(韻)에 다 들어있다.
* 통도; 불법에 정통하여 도(道)를 얻는 이(利)를 받아들임. 통리(通利)와 비슷.
* 제행무상; 만물은 항상 변전(變轉)하여 잠시도 상주(常住)함이 없음. ‘인생의 무상함’의 비유.
* 《海東文學》 계간지 게재.
* 《영축문학》 제3집 원고 2수(마감 2021. 9. 10). 이메일 rlatjss@hanmail.net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마린시티3로 1, 639호(우동, 선프라자) 051-753-0903. 010-2881-4258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부제 산음가 山詠 1-558(411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
* 이상 3산은 각각 삼보사찰(三寶寺刹)을 품은 산이다. 각 시조 초장에 산 이름을 넣었다. 각 장(章)의 첫 글자를 세로로 조합해도 뜻이 통한다.
5. 민초 만대(萬代)
고희(古稀)는 야속한가 꿈잡이 고향산아
옛 송림 우거진데 그린 벗님 사라지니
민초여 만대(萬代)를 누려 우주 안에 남으소
* 만대산(萬代山 688m); 경북 고령군 쌍림면 산주리, 경남 합천군과 경계, 수도지맥. 고령신씨(高靈申氏)의 시조이자, 신숙주(申叔舟)의 선조인 신성용의 묘비가 있다. 만대(萬代)에 영화(榮華)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명칭이 유래되었다. 산 아래 녹색체험마을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보상사(普祥寺)와, 수령 약 300년 된 은행나무가 있다. 절은 150여 년 전 태고종 규월사(奎月寺)로 창건되었으나, 어느새 조계종으로 바뀌었다.
* 行遠自邇 登高自卑(행원자이 등고자비); 먼 곳을 갈려면 가까운 곳에서 시작한다는 말로,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始作)함이라는 뜻이다. [출전] 《중용(中庸)》 군자의 도(道)란 이를테면 먼 곳을 가는데 반드시 가까운 곳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과 같으며, 또 이를테면 높은 곳에 올라가는데 반드시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과 같다.(君子之道, 辟如行遠必自邇, 辟如登高必自卑)
* 필자의 유일한 고향 산으로, 백산초등학교를 다닐 때 소풍을 자주 갔던 고즈넉한 두메이다. 당시는 소나무가 매우 울창했고, 산 앞으로 맑은 용담천(龍潭川)이 굽이쳐 흘렀다. 그간 한 번도 가보지 않아, 지금은 어떤지 모른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식으로, 하마터면 빠트릴 뻔했다(2016 丙申年 칠순을 맞아 봄에 지음).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160쪽.
6. 수목원(樹木園) 스케치
순강원(順康園) 죽담 돌아 독수리 부리 위로
전나무 푸른 향은 실안개로 펴오르나
크낙새 산을 쪼아대 개울에 인 파열음(破裂音)
* 소리봉(蘇利峰 536.8m); 경기 남양주. 광릉(光陵) 국립수목원 뒷산으로, 산세가 독수리 형상을 띄어 일명 수리봉이라 한다. 암릉이 좋고 정상은 시커먼 암초(暗礁)같으며, 온대 원시림이 울창하다. 천연기념물 제11호 크낙새의 서식지 수목원에는 전나무 숲이 하늘을 찌르고, 앞 광릉내가 운치 있다. 천겸산(393.1m) 자락에 선조의 후비 인현 김 씨의 묘역 순강원(사적 제356호)과 봉영사(奉永寺)가 있다.
* 졸저 『逍遙』정격 단시조집(10) 松 1-27(42면) ‘광릉숲’ 시조 참조. 2022. 4. 18 도서출판 수서원.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1-363(287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7. 설중화(雪中花)로 핀 소백
어의곡 눈처마길 산죽 깔린 자작 숲
새하얀 마루금에 칼바람은 살을 에나
주목(朱木)은 대한(大寒)을 달궈 복수초를 피워내
* 소백산(1,439m) 어의곡길; 경북 영주, 충북 단양. 어의곡 코스는 단양 가곡면 어의곡리에서 출발한다. 잣나무-산죽-자작나무-신갈나무로 이어지는 식생상태를 보인다. 능선분기점 지나 눈 덮인 대간길에 들어서면 겨울바람이 매서운데도, 연화봉(1,383m 천문대봉) 근처 복수초가 피고 있어, 마치 산봉우리가 개화한 듯 봄철로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소백산 주목도 태백이나 덕유산의 것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 설비(雪庇); 산능선의 바람받이에 돌출하여 처마 모양으로 쌓인 눈. 눈처마.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288쪽.
8. 외로운 새끼 범
칠읍(七邑)을 바라보다 용두(龍頭)에 수그리네
독메인가 싶더니 꼬리 쳐든 개호주
어미는 어디 있느냐 젖 물려라 산하(山河)여
* 추읍산(趨揖山 583m); 경기 양평 개군면. 예부터 산중산(山中山)인 용문산(1,157.2m)과 함께, 야중산(野中山)인 이 산은 산경표와 대동여지도에 다 같이 실릴 만큼 양평의 양대 명산이었다. 전자가 용이라면, 후자는 호랑이새끼로 용을 향해 공손히 읍(揖)하는 형국인데, 먼데서 보면 두부모 같다. 원래는 칠읍(광주 이천 장호원 여주 양근 지평 양평)을 바라본다 하여 칠읍산(七揖산)이었으나, 왜정시대 때 표기를 잘못해 주읍산(注邑山)으로 바뀌었다. 봄이면 주읍리 산수유군락이 좋으며, 어미산(母山)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원덕역과 양평역에서 바로 등산할 수 있다.
* 독메; 외따로 떨어져 있는 산.
* 개호주; 호랑이새끼.
* 호사류피(虎死留皮) 인사류명(人死留名);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이 고사에서 호사유피는 ‘표사류피(豹死留皮)’가 변질된 것이다. 『오대사(五代史)』의 「왕언장전」에 나오는 그의 생활 철학이다. 전쟁터에서 포로가 된 왕언장에게, 후당(後唐)의 장종(藏宗) 이존욱이 귀순을 권하자 그가 이렇게 말했다. “표범은 죽어서 아름다운 가죽을 남기는데, 하물며 사람이 이름을 가벼이 여겨서야 쓰겠는가? 나는 떳떳하고 아름다운 이름을 남기겠노라.” 이 고사가 일본으로 건너가 ‘호사류피’로 변한 것인데, 그것이 우리나라로 건너와 그대로 쓰이게 된 것이다.(우리말 1,000가지 인용)
* 졸저『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詠 1-555(409쪽).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9. 진강일모(鎭江日暮)
인산천(仁山川) 둘러메고 마리산(摩利山) 우러러봐
겨드랑이 돋은 비늘 낙조에 번쩍일 제
백구(白鷗)는 삼릉(三陵)에 들고 고개 떨군 백두옹(白頭翁)
* 진강산(鎭江山 443m); 인천 강화 양도. 강화에서 세 번째 높은 산으로, 기세(氣勢)와 풍광은 섬의 최고봉 마리산에 뒤지나, 사료(史料)적 가치나 풍수적 견지에서 하등 손색없는 고즈넉한 산이다. 자락에 곤릉(坤陵 사적 제371호), 가릉(嘉陵 사적 제370호), 석릉(碩陵) 등, 삼릉(三陵)이 있다. 해질 무렵 고개를 떨어뜨린 할미꽃이 애잔하다. 북으로 덕정산(德政山)을 사이에 두고 외포리 포구 쪽으로 인산천이 흐르며, 정남으로 마리산과 숙피산을 바라본다. 남북으로 뻗은 능선 겨드랑이에 암릉이 비늘처럼 번쩍인다. 진강귀운(鎭江歸雲 진강산으로 돌아가는 구름)은 강도(江都)10경에 든다.
* 졸저『한국산악시조대전』부제 산음가 산영 1-525(387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10. 계향만산(桂香滿山)
하늘금 궤적(軌跡) 따라 조망은 거침없고
월궁의 계수나무 이 땅으로 귀양 온 듯
사념(邪念)을 확 씻어주는 갈빛 맑은 산향기
* 계방산(桂芳山 1,577.4m); 강원 평창 홍천, 한강기맥. 들머리 운두령은 1,089m, 조망이 뛰어나며, 산향기가 빼어난 산이다. 설산으로 성가(聲價)가 높다. 마침 인근 비행장에서 발진한 전투기들이 맑은 쪽빛하늘에 하얀 궤적을 그리고 있다.
* 졸저『한국산악시조대전』산영 제1-32번(65쪽).
첫댓글 한 선생님! 설 명절 잘 보내시 길요!
반갑습니다. 설 잘 쇠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