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이혼 10회
“그렇게 하셔야 하고 마지막 주, 즉 삼 개월째 마지막 주에는 두 분이 이박 삼일 이상의 여행을
다녀오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을 기록하셔야 하구요. 그 기록물을 제게 보내 주셔야 합
니다. 우편으로도 좋고 직접 오셔도 좋습니다. 단 전자우편 같은 것은 안 됩니다. 나중에 법원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능한 본인이 직접 기록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컴퓨터로 써서
내셔도 되지만요.”
“뭐라구요!?”
조정녀의 목소리가 앙칼지게 튀어나온다. 법원 직원이 이 말을 할 때에는 그저 지나가는 말로 들
었었다. 그런데 변호사도 그와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그녀로서 상상도 안 해
본 일이다. 아니! 이혼하겠다는 사람들에게 삼개월간을, 일주일에 한 번씩 식사를 하고 그것도 한
달에 한번은 가족 식사를 해야 하고 마지막 주에는 여행을 다녀오라니, 이런 개떡 같은 경우가 어
디에 있다는 말인가?
분출은 속으로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고 있다. 법원 직원이 말할 때에는 그저 형식적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실제로 시행해야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이게 웬 횡재냐? 그렇게 한다면 이
혼은 정녀의 요구대로 되지 않을 것이 뻔하다. 정녀 역시 아이들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자신 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아! 그리고 제일 먼저 두 분은 왜 이혼을 해야 하는지 그 사유를 열 가지 이상 적어서 제출해 주
세요.”
변변호사는 이십여 페이지 정도 되어 보이는 노트를 한 권씩 건네주었다. 거기에 기록하라는 것
이다.
두 사람은 변호사가 건네주는 노트를 받아서 첫 페이지를 넘겨본다. 그 안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인쇄되어 있었다.
‘가정은 사회의 기초입니다. 가정이 무너지면 사회가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면 국가가 무너집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혼율을 나타내는 국가입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
해서 바람직한 모습은 아닙니다. 이 기록 지를 사용하여 기록하시는 동안 이혼을 생각하셨던 마음들
이 풀어지고 가정이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밑에
1. 일시와 장소를 정확하게 기록하셔야 합니다.
2. 증인이 있다면 그 증인의 신원을 기록하셔야 합니다.(이름, 관계, 전화번호)
3. 어떤 식사를 하셨으며 어떤 대화를 나누셨는지 가능한 모든 것을 기록하셔야 합니다.
4. 조정기간동안 주변 분들에게서 조언을 받으신 경우가 있다면 그 사람의 신원과 그 내용을 기록
하셔야 합니다.
5. 매 회마다 본인의 생각과 판단을 기록하셔야 합니다.
6. 기록을 다 하신 후에 이 기록 지를 담당 변호사에게 제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7. 이곳에 기록하시는 모든 부분은 본인의 신상정보와 함께 비밀을 보장하여 드립니다. 다만 정부
에서 이혼하는 부부에 관한 데이터를 관리하기 위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