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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승진항공 비행학교 원문보기 글쓴이: 김교관
국내 최초 경량항공기 조종사
현해 스님의 비행법문
"모든 이륙은 선택사항이다. 그러나 모든 착륙은 필수다."
글/ 이명희 (건국대 교수)
국내 최초 경향항공기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한 현해 스님
술치료 지도자과정을 밟았다. 그리고 법주사(수정암), 수덕사
(견성암), 해인사(삼선암,약수암)에서 참선하셨고, 지금은 토
굴에서 홀로 수행정진 중이시다.
이토록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는 현해 스님께서 최고의 인연으
로 꼽는 것은 지난 2013년 병환 중의 정현 스님을 가까이서 병
간호를 하게 되어 큰 스님의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을 할 수
있었던 일이다. 더불어 타이거JK 아버지인 서병후 선생의 마
지막 길을 함께 한 인연이다.
현해 스님과 서병후 선생과의 인연은 1990년 방송 생활을 하
면서부터인데, 불교대학 때 다시 만났다가, 지난 10월 23일 경
향항공기 조종사 자격증을 따면서 병중에 있던 서병후 선생을
만나고 사진을 찍은 것이 마지막이 되었다. 병중에 서병후 선
생은 “좋은 뜻으로 비행을 하시니, 많이 돕고 싶다”는 응원
을 하였다고 한다. 인연법으로 가시는 길에 시달림을 해드리
고, 다비장까지 직접 모실 수 있었던 것이 감사한 일이라고 꼽
는다. 이렇듯 현해 스님은 최근의 두 가지 인연법을 통해 업이
라는 것이 그렇게 오래 걸려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분들 덕분에 인연법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큰 공부가 되었다
고 한다.
페러이륙모를 쓴 현해스님
특이하고 다양한 이력을 가지신 최초의 비행기 경비행기 조종
사인 스님의 비행법문은 며칠 상간으로 뉴스를 통해 접한 정현
스님과 서병후 선생님과의 인연을 시작으로 시작되었다.
낭떠러지에 서기 위해 비행한다
현해 스님은 현재 전북 천호성지 쪽에 쉼터라고 할 수 있는 토
굴에서 기거하고 있다. 풀 뽑고, 비오면 물 떠내면서 수행하고
있다. 토굴생활 초기에는 자연과 함께하지 못했다. 고요함을
찾아 갔으나 새소리가 시끄럽고, 너무 많은 새똥에 화가 나기
도 했다. 그러나 그 한가로움 속에서, 그들과 대화하기 시작하
고, 그들이 사는 곳에 내가 들어가 빌려 쓴다는 생각이 들면서
차차, 새들과 자연에 동화되어 편안해질 수 있었다.
어렸을 때 막연했던 하늘을 나는 꿈이 다시 발현된 것은 토굴
생활을 통해 새들과 친해 지면서부터다. 토굴이라는 공간은,
잘 생활하면 자유정진을 할 수 있고, 태만해 지면 망가질 수 있
는 곳이다. 즉, 자유만 있다고 해서 좋은 것만도 아니고, 통제
가 있다고 해서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자유와 통제를 둥글
둥글하게 잘 뭉치면 계나 정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여럿
이 있든, 혼자가 있든, 결국 자기 자신에게 지는 것이고, 자기
자신과 화합하는 것이다. 혼자 있으면 내 수행의 길에 드는 막
연함과 불안감과 싸우게 되고, 여럿이 수행을 하면 내가 맞고,
네가 틀리다는 자기 의지와 싸우게 된다. 결국 나눔과 화합과
소통이 불자든 아니든, 수행자든 아니든 모든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가야 할 길이 아닌가 싶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경비행기를 배우는 분들은 취미로 경제적 여유가 있거
나, 또는 이것으로 사업과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집
도 없고 절도 없는 내가 비행을 배우고자 하는 본질은 토굴에
서 같이 사는 새들과의 인연으로 빚어진 배움에서 시작되었는
지도 모른다.. 따져보면, 토굴에 사는 내가 원래 새가 사는 밑
에 빨래를 넌 것뿐인데, 널어놓은 빨래에 새들이 똥을 싸면, 화
가 났던 것이다. 내가 새들이 나는 활주로에 쳐들어와 빨래를
널고 세를 얻어 사는 것이지만, 원래 내가 주인인양 투덜거렸
다. 그러던 어느 날 새가 조각을 하는 작업장에 둥지를 틀고 새
끼를 낳았다. 처음에는 어찌할지 몰라 당황스럽기도 하고 그
신경 쓰임이 귀찮기도 했지만, 그 어미가 그 새끼를 키워 나는
법을 가르쳐, 그리고 그 새끼가 나는 법을 배워 독립해 날아가
는 전 과정을 지켜보게 되었다. 그 새들을 보면서, 여전히 화두
속에서 둥지를 떠나지 못하는 내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나에게 교육은 사자가 낭떠러지에 새끼를 떨어트리는 양육강
식과 경쟁사회에서 살아남는 곧 반복되는 담금질이었다. 출가
한 이후에 수행하는 방법, 방편 역시 그것만을 생각했다. 새처
럼 새끼를 날게 하는 교육과 양육에 대해서 미처 생각하지 못
했다. 출가하기 전이나 후나 나의 스승과 동료들은 거의 남자
들의 세계였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평생 내
생각과 행동과 몸을 괴롭히듯 살았다. 낭떠러지에서 올라가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처음 나도 저 새들처럼 자유롭게 날 수 있
을까? 정말 하늘을 날고 싶은 기대와 내 수행의 화두가 하나의
깨달음으로 합일되는 순간이었다.
구조견과 함께한 현해스님
목탁을 두들기고, 새벽 예불을 해야 수행하는 줄 알던 시절도
있었다. 그렇게 토굴 생활을 시작했지만, 그곳에서 새들과 생
활하면서 땅에서나 물에서나 하늘에서나, 앉으나 서나 생활이
수행이다라는 화두가 생겼다. 토굴생활과 수행자로서의 화두
가 없었다면, 오히려 경제적 여건이나 나이 등 수많은 이유로
비행을 시작도 안 했거나 도중에 포기했을 것이다.
수행자에게 자유란 무엇인가? 비행과의 인연을 통해 나는 무
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나?
정현 큰스님, 용타 큰스님, 서병후 선생님, 승복을 입던 안 입
던 내 삶에 큰 스승이신 이 분들의 격려와 응원 속에는 어떤 길
이 있고, 뜻이 있는지 하루하루 목탁을 잡듯 비행 스틱을 잡게
되었다.
비행자들은 새를 통해 학습을 한다.
인간은 머리가 나쁜 사람을 새에 비유하지만 기실 비행자들은
새를 보고 공부한다. 새가 나는 법, 새가 나는 방향, 그리고 새
가 바람을 타는 흐름을 보고, 비행을 배운다. 이렇게 경비행기
를 배우는 과정은 불교의 마음공부와 다르지 않다.
자격증 취득 후 많은 스님들께서 타 종교 분들과 함께 배우는
과정이 불편하지 않았냐고 질문을 하신다. 개신교 신자 분들이
70%, 가톨릭 20%, 불자는 나 혼자였다. 그러나 성직자로서 다
양한 종교인을 만나게 되는 경험은 종교인의 열린 자세를 요하
는 또 하나의 수행터이다. 나와 다른 종교인들이 불자인 나를
불편해 하는 것은 당연했기에 내가 먼저 다가갔다.. 빗자루를
먼저 들고, 청소하고, 휴지도 먼저 줍고, 밥도 먼저하고 솔선수
범해 먼저 다가갔다. 그러다 보니 한 분 한 분 마음을 열고, 내
게 다가와 주셨다.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자면, 개를 자식같이 키우는 분이 비행
장에 늘 애견을 데리고 다니셨는데, 어느 날 비행장에서 그 개
가 차 사고를 당했다. 내가 착륙하면서 비행기에 개가 치어 사
고를 당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착륙 전 자동차 사고였다.
다행히 늘 차에 가지고 다니는 목탁과 향으로 그 자리에서 개
의 발보리심을 비는 모습을 2층 비행 대기장에서 지켜 본 모든
분들이 종교를 초월해 동료로서도 그리고 종교인으로서도 다
가갈 수 있었다.
정현스님과 현해스님
나는 내 종교가 소중한 만큼 진심으로 타인의 종교가 소중하다
고 생각한다. 가능한 불자분들이 아니면 불교의 언어로 소통하
려고 하지 않고, 일부러 누가 묻지 않는 이상 종교에 관한 이야
기는 하지 않는다. 무언가를 배울 때는 학생들끼리는 같은 학
우로서 대하고, 선생님께는 학생으로서 다가가야 진정한 배움
이 성립된다. 비행을 배우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먼저 마음을
열고 나를 존중해주고, 불교에도 마음을 여는 동기들을 보면서
종교를 초월해 소통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
다.
비행기 안은 통일호 기차의 작은 의자 크기, 본질적 실존만이
문제다. 비행을 할 때에는 법복의 넉넉한 품의 크기는 비행기
안에서는 문제가 된다. 법복이 스틱에 걸리고, 무전 할 때나 움
직일 때마다 방해가 된다. 또한 종교와 상관없이, 내가 승복을
입고 있으면 교관님이 우선 불편해 한다. 가시적 관계성에 걸
리다 보면, 배움의 본질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즉 비행기 안
에서는 승복이 배움(본질)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배
울 때만큼은 승복을 벗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용성
을 위해 평소에 등산화를 신지만 비행 조정에 등산화는 맞지
않는다. 비행전용 신발을 착용해야 한다. 따라서 무엇이든 목
적에 맞는 방법과 방편은 유연할 수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사는 일상에서는 법이나 규율의 본질을
잘 보지 못하면 오히려 그 법과 규율에 얽매여 주객이 전도되
는 상황들이 많은 것 같다. 이를테면, 개차법(開遮法)에서 남
자를 가까이 하면 안된다는 계율을 지키려면 물에 빠진 남자
는 물에 빠져 죽더라도 그냥 지나쳐야 한다. 그렇지만 생명을
구 한 다 는더 큰 본질을 생각하면 당연히그 남자를구해야 한
다. 그렇다면 과연 법을 어기고 계
율을 어긴 것인가? 아직 깨달음과 공부가 모자라 법과 계율의
깊은 뜻을 다 알지 못하지만 나는 그 남자를 구할 것이다. 진정
한 법과 본질은 무엇인지 수행으로 알아야 할 것이다.
자유와 통제, 비행과 수행은 하나다
새벽 예불에서 ‘행주좌와 어묵동정(行住坐臥 語默動靜)’
이라는 말이 깊게 새겨들어왔다. 목탁을 두들기고, 새벽 예불
을 해야 수행하는 줄 알았지만, 앉으나 서나 생활이 수행이다
라는 생각에 화두를 들고 비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마 그 과
정과 화두가 없었다면, 취미나 겉멋으로 시작했다면, 많은 나
이에 경제적 여건 등 포기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는 역리로 살아왔다면 새들처럼 바람에 몸을 맡기고 날아가는
순리에 따르고, 순리를 배우고자 비행기와 바람에 몸과 생각과
화두를 맡겼다. 무도인으로서의 삶이나 수행자로서의 삶이나
비행도 마찬가지로 때와 시간과 장소, 만나는 사람들, 그 모든
것이 다르더라도 본질은 같고, 또 같아야 한다는 것을 배워 가
고 있다. 내가 무엇을 하든 수행자라는 것, 수행자는 자기가 설
자리 앉을 자리를 알고 행하는 것이다. 번뇌망상을 취모검으로
일도양단할 수 있는 마음가짐과 그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는,
놀다가도 딱 끊고 자기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 수행이다. .
비행을 통한 문화재 지킴이와봉사에 대한 비전 스승이신
정현 스님께 개인적으로도 많은 은혜를 입었지만, 스님께서
평생 수많은 공덕을 쌓으시는것을 보아왔다.나 역시 당연히
그분의 뒤를 따라 봉사할 수있는 사람이 되기
를 바란다. 기회가 된다면 비행을 통해 산불 순찰도 하고, 사찰
들의 보물, 문화재 등을 지킬 수 있는 지킴이 역할에 동참하고
싶다. 외국은 경비행기로 이런 지킴이 역할이 보급이 많이 되
어 일임을 담당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경제성장과 문화수준,
그리고 산림환경을 고려한다면 때늦은 감이 있다. 혼자서는
힘들겠지만 불교계가 나서고 뜻을 같이 해주시는 분 들이 함께
해주신다면 수행자와 불교인으로서, 그리고 조종사로서 해야
할 일들이 가능해진다고 본다. 119를 도와 순찰 및 구조 역할
까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구조와 지킴이 봉사에 함께하고
싶다.
수행자로서의 하늘, 이륙은 선택이지만 착륙은 필수다
비행중의 현해스님
경비행기로 장거리 여행은 결코 편안한 길은 아니다. 진동과
꿀렁거림, 고요한 고독을 벗삼아 가는 고행의 길이다. 이륙은
선택이지만, 착륙을 할 때까지 비행은 죽음과 삶에 경계에 머
무는 시간이다. 그 긴장감 속에서 흐르는 가만히 있어도 흐르
는 흔건한 식은땀을 벗삼아 가는 수행의 길이다.
이렇듯 비행하는 수행자로서 희망이 있다면, 하늘의 실크로드
를 개척해 보고 싶다. 이는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하겠지만,
불교계와 항공사 기업 또는 관계자 분들이 관심을 가져준다면,
의미 있는 도전이 될 것이다. 삼배 일보의 마음으로 우리나라
불교 성지를 순례하고, 독도, 제주도, 현해탄을 건너 일본을 거
쳐 아시아, 중국 대륙, 룸비니까지 실크로드 비행 계획을 가지
고 뜻을 모으고 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간절함으로
개인적인 준비와 대외적인 조력자 분들과 함께 의미 있는 일을
나누고 싶다.
물론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개인소유의 비행기가 없기 때문
에 현지마다 비행기를 렌탈하는 비용, 기름값 등 경제적 후원
이 필요하고, 각 비행지마다 이착륙 허가 등 행정적인 문제, 안
전문제 등 여러 각분야의 후원자와 전문가 분들이 함께 동참해
주셔야 가능한 꿈이다. 만약 정현스님, 동사섭에 용타스님, 서
병후 선생님, 영암비행교육원 안경수 원장교수님, 119 중앙본
부 김민수 기장님 같은 내 삶에 은인이시고, 스승이신 분들께
서 지지해 주시고, 응원을 보내주셨기에 이제 큰 용기를 내어
뜻을 모아보고자 한다. 많은 분 들께서 관심을 갖고 동참을 해
주신다면 꼭 이룰 수 있는 꿈이고,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현해 스님과의 인터뷰는 3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외국
의 경우, 비행기를 가진 분들이나 이와 관련된 일을 하
는 사람들끼리 사회활동의 일환으로 구조활동과 지역
사회의 문화재 관찰 및 보호에 힘쓰고 있다. 최근 불교
문화재보호가 사찰의 몫인가 정부가 책임질 일인가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일고 있다. 이런 와중에 조종사 자
격증을 소유하고 있는 스님의 지역사회 및 문화재 보호
에 대한 관심과 실천을 나누려는 의지를 한국 불교계가
능동적으로 수렴하고 반영한다면 논쟁의 실마리는 마
련될 수 있다. 또한 스님 및 불자들의 전문적 경험과 보
리행이 모여 진다면 불교계의 비전과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수행과 비행이 다름이 아니듯 희망과 실천
도 다름이 아니다.
비행을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연습비행이 필요하다. 토
굴에서 수행하시는 현해 스님의 비행이 이제부터는 대
중들과 함께 할 때가 된 듯 하다. 개인의 수행이 불교계
의 수행이자 나눔과 봉사의 또 다른 모습이 되기 위해
서 이제부터는 불자들도 함께, 비행을 준비해야 할 때
이다.
현해 스님과 함께 하는 비행천축국전: 독도에서 룸비니까지
후원, 협찬 문의: tti583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