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걸어가는 이 능선은 덕유지맥 봉화산(885.7)에서 남서쪽으로 분기하여 마분재에서 북으로 방향을 바꾼 뒤 불당산을 지나 고노치에서 북으로
뻗어나가며 구왕산, 조항산, 노고산을 지나 금강에 몸을 푸는 20km가 채 되지않는 단맥으로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조항단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오늘 산행의 최고봉인 조항산(鳥項山 800.4)은 새의 목을 말한다.
이 산은 일제강점기 때 깃대를 꼽고 측량했다하여 깃대봉 또는 국기봉(國旗峰)으로도 불렸단다.
조항산 서쪽에는 옥녀봉, 그 건너편 마주보이는 곳에 지아비를 상징하는 지장산이 있으니 음양의 조화도 이루고 있는 셈.
두 산 사이 고창리에는 1923년에 신명선, 문채서 장군이 일본군과 싸웠다는 일화가 있고, 배골 방향 중간지점의 ‘임장수굴’은 옛날 임장수가 말을 타고
옥녀봉, 지장산을 거쳐 마이산으로 달려갔다는 전설이 있다.
구왕산(九王山 678.2)의 명칭에 대해서는 알 수 없으나 아홉 왕과 관련된 스토리가 있을 법하다.
전국 각지에 산재한 늙은 시어머니라는 뜻의 노고산은 한자 표기도 대부분 ‘老姑山’이다.
대동지지(大東地志) 등 옛 문헌에는 ‘老古山’으로 표기되었으나 일제 강점기(1934년)에 간행된 경성부사(京城府史)에 ‘老姑山’으로 표기되면서 지금에 이른다.
금강은 전북 장수군 장수에서 발원해 시계 역 방향으로 진안 용담호를 거쳐 이곳에 닿아 대청호와 세종시를 관통, 공주·부여 땅을 적시고 서해
군산만으로 흘러 들어가는 약 400km의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긴 강.
서쪽 지장산 너머에는 용담호가 있고, 동쪽 대전∼통영고속도로 너머에는 덕유산과 적상산이 있다.
큰변득산과 구리골산 사이에 있는 방이리 고방(高芳)마을에는 한국전쟁 때 행방불명되었던 미 육군 24사단장 딘 소장(미 육군 24사단장)이 숨어든 곳.
당시 미 지상군 사령관을 겸했던 딘 소장은 북한군의 남하를 막지 못하고 후퇴하다가 1950년 7월 20일 대전에서 홀로 낙오되었다.
산속을 헤매다 8월 25일 진안군 상전면 언건(현 진안읍 운산리)의 한 주막에서 무장한 청년들에 의해 포로가 되면서 실종 36일의 종지부를 찍었다.
딘 소장은 1953년 9월 4일 포로교환에 의해 판문점을 통해 귀환하게 된다.
하늘정원에 서면 시야가 탁 트여서 조망이 훌륭하다.
북으로는 부남면과 굽이쳐 흐르는 금강, 그 옆으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무주읍과 민주지산의 연봉인 석기봉과 삼도봉이 다정스럽게 다가온다.
동쪽으로 눈을 돌리면 배골 뒤의 마향산과 멀리 적상산, 향적봉을 지나 남덕유까지 백두대간의 마루금이 너울너울 춤을 춘다.
서쪽엔 옥녀봉과 지소산을 거느린 지장산이 지척이다.
코스: 고로치(약 435m)~산불초소~임도~구왕산(△678.2)~723~711.6~큰변득산표지(682.3)~686.1~하늘공원(옥녀봉갈림길)~조항산표석(797.5)~
조항산(헬기장△800.3)~752.9~노고산~전망봉~팔각정~잠수교~용포리 정자쉼터
<클릭하면 원본크기>
11km가 조금 넘는 산길을 천천히 5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고도표
<클릭하면 큰 지도> 국제신문 부남면 원점회귀 참고 개념도.
네비엔 <무주군 부남면 장안리 1847-1>을 입력하여 고로치 부남면 방향이 들머리다. 고로치(고개마루)는 부남면과 적상면의 면계.
우리 버스는 그만 고로치의 무주군 적상면 방향에 차를 댔다.
두 방향의 지형지물이 비슷한데,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지점 뒤로는 사면을 도는 비스듬한 임도가 있다. 그쪽이 아니라는 말씀.
대신 100여m 앞에 보이는 전봇대와 도로표지판 지점이 들머리.
급커브 내리막길 표지판은 양쪽이 다 똑같이 있다.
100여m를 이동하여 부남면 방향 표지판이 있는 곳...
볼록 거울이 있는 곳이 들머리.
들머리에서 바라보는 우리 버스.
낙엽이 깔린 오름길을 오르자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작은 봉우리(약 530m)에 올라 선다.
봉우리를 내려사자 금세 임도를 만나고...
임도는 좌우로 이어졌다.
산길은 능선을 다시금 치고 오르지만, 우측 임도를 따라가는 일행들이 있어 그만 내려가나보다 하였으나 임도를 통해 국기봉을 찍고 능선으로 붙는단다.
좌측 방향의 임도. 예전 지형도엔 우측에서 이어져온 임도가 여기서 끊겨있다.
이파리 떨쿤 나목이 겨울산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고, 비탈에 수북이 쌓인 낙엽으로 두 발 딛으면 한 발 미끄러지는 현상이 반복된다.
그러다가 만난 삼각점이 있는 잡목더미 봉우리. 구왕산이다.
구왕산의 삼각점 표시판 아래에 작지만 산뜻한 표식이 달려있다. 시설물엔 절대 낙서하면 안되는 것.
국방부 지리연구소에서 세운 보기드문 삼각점.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낙엽을 바짓가랭이로 쓸며...
바위를 지나고...
작은 오름을 한 뒤 뒤돌아 본다.
좌측 잡목 사이로 도드라진 봉우리는 지장산.
조금 당겨 보았다.
더 나아가다 낙엽더미에 자리를 펴고 점심보따리를 푼 뒤 다시금 바라보는 지장산.
진행방향 좌측 잡목 사이로 신선봉에서 옥녀봉으로 능선이 뻗어간다.
식사를 한 뒤 예전에 올랐던 동선을 그어보며 마향산을 가늠해 본다.
갈색 낙엽 천지에 유난히 화사하게 꽃을 피운 쑥부쟁이.
임도에선 다시 직등.
능선을 이어간다.
처음으로 한마음 산악회에 참여한 지리산 산꾼 ‘모아 문종수’ 님.
그는 ‘토산’, 풀네임 ‘토요산속’의 영주였고, 네이버 블록 ☞ ‘산속으로’의 운영자이며 ‘한국의 산하’에도 오랫동안 글을 올렸던 유명한 산꾼이다.
7~8년 전 그들과 함께 지리산 숨겨진 속살을 샅샅이 훑고 다닌 추억이 있다.
오름길에서 "아직 살아있네요." 하니까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자녀."한다.
묵은 임도를 따르다...
산정에 개발된 묘원을 만난다.
'선경공원묘원'의 이름은...
하늘정원이다.
이름 그대로 주위 조망이 뻥 뚫려 둘러보니, 가까이 덕유지맥의 마향산 줄기 너머로 ‘한 일’자를 그은 듯한 산은 적상산이다.
당겨본 적상산의 붉은 치맛자락.
우측으로 지난 석 달 전 답사한 마향산의 능선길이 선명하고, 그 뒤로 백두대간과 각호지맥의 민주지산이 어렴풋하다.
덕유지맥의 마향산과 시루봉, 적상산과 그 뒤론 백운산 깃대봉 라인이 하늘금을 그린다.
적상산 우측 멀린 덕유산.
옥녀봉 갈림길 이정표를...
가까이 확인한다. 봉꾼들은 한달음에 옥녀봉으로 해달렸고, 능력에 따라 순서없이 돌아오고 있었다. 왕복 3km 정도로 한 시간이 걸렸단다.
능선 중앙으로 방화선인 듯한 산길엔 여전히 낙엽이 수북이 깔렸고...
우리는 어느새 조항산 표석이 있는 797.5봉에 올랐다. 헬기장이 있는 조항산 정상은 여기서부터 조금 더 가야 하는 것.
아주 넓직한 헬기장 한 켠에...
눈에 익은 스테인리스 정상판. 높이는 다소 오차가 생겼다.
조항산 헬기장의 이정표.
노고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삼각점이 있는 곳에서...
삼각점을 확인하고...
표시판의 높이가 800.3m라는 것도 확인을 한 뒤...
삼각점 뒤로 내려선다. 낙엽 아래로 숨은 돌 바위들은 상당히 까탈스러워 조심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
잡목 사이로 셔터를 눌러 보았지만 정확한 피조물은 확인이 안되고......
덕유지맥 끄트머리에 살짝 솟은 봉만 확인이 된다.
융단을 깔아놓은 듯하지만 사실은 낙엽 밑에 암초가 숨어 있어 조심스럽다.
이윽고 돌무더기가 쏟아져 내린 마지막 봉우리 노고산을 올라...
주위를 둘러보니 성곽의 흔적인 듯, 봉화대의 흔적인 듯, 무슨 군사적 목적의 흔적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老姑山'이라 적힌 3,000산 오르기의 故 한현우 님의 코팅지 시그널이 반긴다. 사람은 가고 없어도 그 때 그 자리를 지키고 섰다.
노고산 둘레를 빙 두르는 돌무더기는 노고 할미의 무너진 집터인가?
우측으로 비켜서서 산하를 내려다 보는 건 필시 군사적 요새인 듯해서 살펴보고자 하는 것.
금강 상류로 군사들이 이동한다면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는 요충지는 확실한 것.
진행방향 우측으로 뽕긋 솟은 산은 말목산일 터.
옥녀봉을 찍고 온 마지막 사람들이 우리를 앞서간다.
좌측 금강과 우측 가래골 삼류천 사이로 길쭉하게 뻗어내린 능선이 가칭 '조항단맥'의 끝자락.
육산인 산세에 이따금씩 만나는 바위는 그대로 지형지물.
잡목사이로 '통영-대전고속도로'의 잠두교가 보인다.
이 뻗어내리는 능선 끝자락은 금강이 휘돌아가는 모습으로 누애의 머리를 닮아 잠두(蠶頭)마을이 된 것.
가칭 조항단맥의 끝자락은 산세로 보아 잠두마을이 되어야 합당해 보인다.
만추의 낙엽쌓인 길을...
금강을 내려다보고 걷는 맛은 상쾌하기 이를 데 없다. 진행방향 좌측으로 고속도로(용포1교)와 일반국도(용포교)를 합쳐 세 개의 다리가 나란히 보인다.
다리 우측으로 뻗어내리는 산자락은 덕유산 백암봉에서 향적봉과 두문산을 거치며 30km가 넘게 달려와 금강에 고단한 몸을 푸는 덕유지맥의 끝자락이다.
덕유지맥의 끝자락을 살짝 당겨보았다.
무덤 네 기가 나란히 누운 지점에서...
덕유지맥은 마향산과 말목산을 찍고 통영-대전고속도로를 건너게 되는 것.
마향산(馬香山)은 아무래도 변이된 이름으로 보인다. 말목산이 말의 목이라면 마향산은‘목 항(項)’자를 써서 마항산(馬項山)이라야만 맞을 것 같다.
그냥 해보는 소리일 뿐, 지형도에 올려져 있는 마향산을 따라야만 하는 것.
등로 좌측으론 금강이 휘돌아가며 툭 불거진 내˙외요대마을을 만들었다.
금강이 흐르는 좌측은 벼랑.
능선 끝자락은 제법 뭉툭해서 정자가 있기 딱 적당한 곳.
정자에서 내려다보는 고속도로의 용포1교.
가칭 조항단맥은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의 원리대로 여기서 끝이나고, 다리 우측으로 뻗어내리는 덕유지맥 또한 금강과 적상천이 합수되는 대차리
서면교 앞에서 끝을 맺는다.
임도에 내려서서...
바라보는 우리 버스.
잠수교에서...
고양이 세수를 하였다.
그리고 올라서면 육각정자가 있는 쉼터.
우리 버스가 대기 중이고, 이미 시작된 닭백숙 뒷풀이로 산행 허기를 메우고 있다.
◇ 마향산, 멀산, 시루봉, 구리골산 ☞ http://blog.daum.net/bok-hyun/940
비 단 강 -
비단강이 비단강임은
많은 강을 돌아보고 나서야
비로소 알겠습디다
그대가 내게 소중한 사람임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겠습디다
백 년을 가는
사람 목숨이 어디 있으며
오십 년을 가는
사람 사랑이 어디 있으랴...
오늘도 나는
강가를 지나며
되뇌어 봅니다.
<나 태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