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많은 사람이 `한라봉' `감귤'의 주산지는 제주도, `사과'는 대구, `인삼'은 금산과 풍기로 알고 있다. 하지만 주산지가 상당히 변화하였고 앞으로 더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영월 사과는 풍부한 일조량과 일교차로 당도가 높아 소비지 대형 유통업체에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대구가 주산지인 사과는 1990년대 초반 영천으로 넘어와 지금은 안동, 예천, 영월 등 대관령을 목표로 북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2~3년 전부터는 대구지역의 사과농가가 양구까지 올라와 농사를 짓고 있는 실정이며 강원도에서는 처음으로 원주에 과수를 공동집하·선별할 수 있는 산지유통센터 건립을 준비 중에 있다. 추위에 민감한 녹차는 2005년도 고성 산불로 황폐해진 지역의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심기 시작하였으며 지금은 우리나라 최북단의 녹차단지가 탄생,육묘장을 설치하고 시설재배단지 확대, 녹차 체험장 운영 등 녹차 그린투어사업을 하고 있다.
멜론은 화천에서도 생산하고 있으며 2007년부터 재배하기 시작한 평창지역에서는 큰 일교차 및 적정한 일조량으로 15~20브릭스의 당도와 풍부한 과즙으로 소득작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고당도 멜론 5.6톤을 대만에 수출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이와 같이 볼 때 남쪽에서 생산되었던 농산물이 강원도 대관령을 병목으로 하여 북상 중에 있다.
온난화는 강원도 입장에서는 오히려 녹색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이는 고랭지를 녹색 보물섬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강릉방향으로 오다 보면 도로 오른편에 지역브랜드 `HAPPY 700'이란 큰 광고판을 볼 수 있다. 해발고도 700m 지역은 사람이 살아가기에 가장 좋은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농작물에 있어서도 여름철에 생육하기에 적합한 기후 조건을 가지고 있으며 고랭지를 활용하여 강원도 외 타 지역과 차별화된 시기에 농산물이 출하된다는 점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고랭지는 일교차가 커 일반지형보다 사과, 복숭아, 배 등 과수의 경우 당도를 높일 수 있고 백합 등 화훼 및 채소류의 경우는 빛깔을 뚜렷하게 하고 진한 향이 나도록 만든다.
강원도는 앞으로 고랭지 청과물 생산전문단지와 APC(산지유통센터) 확대, 지역 제품에 대한 브랜드화를 구상해 나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횡성한우' `양양송이'와 같은 명품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또한 고랭지 청과물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유통 주체를 만들어 소비시장을 공략하여야 한다. 강원도만의 마케팅 주체를 만들어서 유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산지유통조직의 수직계열화 등을 통해 규모화해 유통 주체로 운영할 수도 있다. 단시간 내에 산지유통조직 간 이해관계로 규모화가 어렵다면 교통이 원활하고 수도권 소비시장에 근접한 원주도매시장을 특화하여 견본거래, 정가·수의매매를 확대하고 청과류 물류센터 기능을 추가, 대규모 물량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을 전략적으로 시도해 나가야 한다. 이로 인해 농가는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질 좋은 농산물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수출 및 가공 등을 통해 수급을 조절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원주도매시장을 유통 주체로 활용할 경우 국내 유통 및 해외수출 전문인력 확보, 물류시설 확충 등 빠른 시일 내에 성과 창출을 위해 춘천도매시장처럼 aT(농수산물유통공사)에 관리를 위탁하여 마케팅 전문성을 확보하고 Cold-Chain SYSTEM 구축 등을 통해 농산물 유통을 선진화해 나가야 한다.
고랭지를 강원도의 중요한 자원으로 삼아 `녹색 보물섬'으로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선택이 필요하다. 강원도가 중심이 되어 농업관련 기관 및 농업연구기관 등과 함께 `고랭지 녹색 보물섬 만들기' 플랜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우연적인 발상에서가 아니라 강원도 농업경제 발전을 위한 필연적인 과제이다.
김달룡 농수산물유통공사 강원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