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물,그리고 사람과 역사가 어우러진 곳. 중국 저장성의 항저우와 안후이성의 황산은 드넓은 중국대륙의 숱한 여행지 중에서도 단연 최고로 손꼽힌다. 끝없이 펼쳐진 비경으로의 여행. 부산~항저우 직항노선의 개설을 앞두고 미리 다녀왔다.
중국 안후이성의 황산은 연중 200일 이상이 흐리다. 이 때문에 수십 수백개의 산봉우리에 걸친 운해는 늘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쉼없이 달려온 버스는 '황산대문'에서 걸음을 멈춘다. 황산의 들머리다. 그러나 거창한 이름과 달리 특별한 풍경은 없다. 그저그런 시골마을의 주차장에 다름아니다. 그래도 황산을 지척에 두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벌써부터 가슴은 요동친다.
황산 등로도 여기서 갈라진다. 등로는 크게 3갈래. 동쪽의 윈구(운곡)와 서쪽의 위핑(옥병),북쪽의 타이핑(태평)으로 나뉜다. 모두 케이블카로 정상 부근까지 닿을 수 있으나 한국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곳은 동쪽의 윈구다. 케이블카 윗지점이 정상과 가장 가깝다.
물론 산행을 원하면 서쪽의 위핑이 알맞다. 숱한 계곡과 능선을 오르내리며 황산의 구석구석을 훑는다. 산행은 대략 7~8시간. 하지만 독자 산행은 불가능하다. 반드시 안내자와 동행해야 한다. 등로도 우리나라와 달리 돌계단을 따라서만 가능하다.
버스는 윈구로 향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오르기를 30여분. 최대 60명까지 태울 수 있다는 '거대한' 케이블카가 대기 중이다. 윈구는 남송 때 축성된 운곡사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지금은 같은 이름의 호텔만 남아 있을 뿐 절은 흔적도 없다.
케이블카는 잔잔한 중국 경음악을 들려주며 조심스럽게 공중으로 떠오른다. 승강장이 멀어지면서 황산은 서서히 장엄한 풍경을 그려낸다. 겨울의 잔설을 걷어내지 못한 솔숲이 흰 듯 푸른 빛깔을 내비친다. 그 사이로 초록의 물줄기도 계곡을 이어간다. 가까이 다가왔다가 다시 멀어지는 기암괴석. 하늘을 찌를 듯 곳곳에서 솟아오른 봉우리에 탄성을 내지른다.
하지만 감상은 오래가지 못한다. 고도를 높일수록 안개가 짙어지면서 풍경은 하얀 세상 속에 갇혀버리고 만다. 처음에는 계곡을,다음에는 산자락을,결국 케이블카마저 짙은 안개 속으로 빨려든다. 무중에 닿은 곳은 백압령. 흰 오리떼 같은 구름이 고개를 넘는다는 뜻일까.
여기서부터 정상까지는 돌계단을 오르내리며 1시간 남짓 걸어야 한다. 크게 험하거나 가풀막진 곳은 없다. 도중에 황산의 곳곳에 펼쳐진 비경을 감상할 수 있으나 운해 수준을 훨씬 넘어선 안개가 시야를 완전히 가로막는다. 그나마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은 소나무들. 이른바 기송(寄松)으로 불리는 '작품급' 소나무다. 바다를 탐하는 탐해송과 비파를 닮았다는 비파송 등 하나같이 신선이 소나무가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소나무를 둘러싼 사랑의 자물쇠도 눈길을 끈다. 중국 풍속의 하나로 연인의 굳은 사랑을 의미하는 뜻에서 자물쇠를 채운 뒤 열쇠는 절벽 아래로 던져버린다.
산을 오를 때 수시로 마주치는 짐꾼들도 관심의 대상. 세로로 반을 갈라놓은 왕죽 양 끝에 80~100㎏의 짐을 진 짐꾼들이 남루한 옷을 입고 계절에 상관없이 산을 오른다. 산 정상의 호텔에서 사용하는 모든 물품도 이들 짐꾼이 직접 배달했다고 한다. 케이블카를 사용하지 않고 이들 짐꾼에게 짐을 맡기는 이유는 단 하나. 농촌의 실업을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란다.
황산에서 명산의 절경을 감상했으면 이제 항저우에서 물의 비경을 찾을 차례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치앙다오(천도) 호수. 무려 1천78개의 크고 작은 섬을 담고 있다는 거대한 호수다. 5시간 가량 배를 타며 호수를 유람하는데,몇몇의 섬에는 직접 올라 풍광과 섬의 역사를 즐긴다.
특히 리프트를 타고 오르는 매봉은 호수 전경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명소로 깎아지른 절벽 위로 제각각 다른 솔숲을 얹은 섬들의 파노라마를 낱낱이 감상할 수 있다. 섬은 횡으로,혹은 종으로 열을 지어 군무를 형성한다.
치앙다오 선착장에서 버스로 1시간 거리의 요림선경도 이름만큼이나 묘한 절경을 연출한다. 이는 35만년 전에 만들어진 종유석 동굴로 다양한 지형과 석주,석순의 모양이 중국 최고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1시간 가량 걸어서 동굴을 탐사하며,35위안을 더 내면 도보 여행 끝부분에서 배로 나머지 동굴 부분까지 구경할 수 있다.
항저우의 역사 유적지를 둘러보고 싶다면 청하방을 찾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청하방은 남송 때 건설된 옛 거리의 하나로 황제거리와 명나라 우겸의 옛집,청나라 말기의 건축물 등이 남아 있다. 길 양 옆으로 펼쳐진 거리를 따라 풍물시장을 둘러보는 것도 묘미다.
남송시대의 옛 마을을 재연한 또다른 유적지로 송성(宋城)도 빼놓을 수 없다. '나에게 하루를 주면 천년을 돌려준다'라는 입구의 문구처럼 다양한 건축 양식의 건물이 감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송성이 매일 밤 공연하는 '천고의 정(千古之情)'은 당락궁 쇼와 비교될만큼 무대 시설이 웅장하고 화려하다.
**[중국 황산] 여행수첩**
중국여행정보센터를 중국에서는 여행자문봉사센터로 부른다. 여행 정보와 숙박,항공,공연티켓 예약 등의 정보를 제공해준다. 항저우시 유람위원회는 한글판 인터넷 홈페이지(www.gotohz.com)와 한국어 상당 전화(001+86+571+87553538)도 운영한다. 항저우의 소산국제공항에 도착하면 한국인 여행자를 위한 한글판 휴대용 무료 여행안내책자(55쪽)를 얻는 것도 잊지 말자. 숙박과 대중교통,여행지에 대한 안내가 상세히 정리돼 있다.
항저우는 아열대 계절풍 기후다. 부산과 비슷하나 한여름에는 40도까지 오르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이상기온으로 부산처럼 겨울에도 눈이 많이 왔다. 3~5월의 봄과 9~11월의 가을이 여행하기에 가장 좋다.
중국 최고의 명차로 손꼽히는 롱징(용정)차가 항저우의 특산물. 옛 중국 황제들이 즐겨 마셨다는 녹차의 일종으로 1천2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황산의 모봉(毛峰)차도 추천 대상. 하지만 중국 차 상점들이 대부분 그렇듯 감언이설과 바가지 상혼에 속아 넘어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항저우와 황산은 중국에서 치안이 가장 좋기로 유명하다. 이때문에 아직까지 단체여행이 주류를 이루나 혼자서 배낭여행을 해도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1위안(CNY)이 우리 돈으로 120원 가량. 시차는 베이징을 표준시로 하며 우리나라보다 1시간 늦다.
택시 요금은 거리병산제. 기본요금이 10위안(4㎞ 이내). 4㎞ 이상일 땐 1㎞당 2위안씩,8㎞ 이상에선 1㎞당 2.4위안씩 올라간다. 버스는 일반버스와 에어컨버스,쌍층버스,중형버스,밤유람(심야)버스 등으로 다양하며 비교적 체계가 좋다. 요금은 1~5위안. 단,무인매표로 잔돈을 거슬러주지 않으니 주의해야 한다. 여행지로 이동하는 버스는 앞 부분에 'Y'자가 붙어 있다는 점도 알면 도움이 된다. 항저우 공공버스 총회사 www.hzbus.com.cn
부산~중국 항저우를 아시아나항공이 오는 29일부터 첫 직항한다. 부산~항저우는 1시간30분 거리. 화·금요일 오후 3시 부산을 출발한다. 아시아나항공 부산지점 051-464-7711.
아시아나항공의 부산~항저우 취항으로 부산지역의 대부분 여행사가 항저우와 주변 도시를 묶어 다양한 여행상품을 판매중이다. 이 중 최고의 추천 상품은 '항저우~황산~천도호 5일(59만9천원)'. 송성의 극 관람과 요림선경(동굴) 등도 포함했다. 하오차이나투어 051-466-4455. 일원항공 051-246-1003. 세계로 051-254-0100. 블루인 051-803-0990. 투어부산 051-248-77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