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1장 37절
사역: "왜냐하면 하나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개역개정: "대저 하나님의 모든 말씀은 능하지 못하심이 없느니라."
1. 한글성경은 헬라어 원문을 직역하여 번역에 '말씀'이 들어가 있다. 원문을 직역하면 다음과 같다.
“왜냐하면 하나님으로부터 비롯되는 모든 말씀은 불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레마(ῥῆμα; word, thing, matter)인데, 개역개정은 이를 ‘말씀’으로 번역하고 있다. 레마는 히브리어로 다바르(דבר)인데, 다바르는 구약에서 말씀 이외에, 또한 ‘일, 사건, 사물’ 등을 가리키는 데에도 사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된 구절들은 다음과 같다. 창 20:10, 출 5:13, 레 23:37, 대하 8:13, 창 15:1, 22:1.
누가는 여기서 구약의 다바르에 해당하는 레마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 의미는 '말씀'이 아니라 바로 '일, 사물, 사건' 등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표적 구절이 창세기 18장 14절이다. “여호와께 능하지 못한 일이 있겠느냐?” 그렇다면 아마도 누가는 여기서 창세기의 이 구절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법적 의미를 반영하여, 거의 모든 영어번역본은 이 구절에서 ‘말씀’을 생략하고 있다.
ESV, NRSV; For nothing will be impossible with God.
NIV; For nothing is impossible with God.
그리고 한글성경 중 공동번역과 새번역 역시 영어번역본들과 마찬가지로 이 구절에서 '말씀'을 생략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직 한글 개역개정에만 '말씀'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사실 이 구절에서 저자가 강조한 것은 말씀이 아니라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시는 하나님 자신의 능력이다. 그런데 만일 말씀이 들어가게 되면, 하나님의 능력은 결과적으로 말씀으로 대체되고 만다. 물론 같은 의미일 수 있겠으나, 말씀은 하나님의 도구이지 하나님 자체는 아니다. 그러므로 이 단어의 성경적 용례를 반영할 때, 다수의 영어 및 한글번역본들이 그러하듯이 이 구절에서 말씀을 생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2. 또한 개역개정은 ‘대저(大抵)’라는 흔히 사용하지 않는 고어체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사실 ‘대저’의 뜻은 ‘대체로 보아서’이다. 그러나 이에 해당하는 헬라어 호티(ὅτι; for, because)의 뜻은 ‘왜냐하면’이다.
▶ 물론 하나님의 말씀이 전능한 것은 확실하다. 그것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신구약 성경에서 레마(다바르)의 용례를 고려할 때, 이 구절에서 강조점은 말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자신의 전지전능하신 능력에 있기에 그것을 살려서 번역함이 옳을 것이다.
첫댓글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