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리우드 스타들은 왜 이른바 ‘이서현 가방’인 ‘상아백’을 사용할까
⊙ 제일모직, 초고가 명품 브랜드 ‘콜롬보’ 인수 등 해외 유명 패션브랜드 문어발식 확장 나서
⊙ 이서현, 정구호·정욱준·임상아 등 국내 디자이너 ‘밀어 주기’
⊙ 미술계 큰손 어머니(홍라희) 이어 패션계 큰손으로 부상하나… “한국의 델핀 아르노(LVMH그룹
회장 장녀) 될 것”
⊙ 제일모직, 초고가 명품 브랜드 ‘콜롬보’ 인수 등 해외 유명 패션브랜드 문어발식 확장 나서
⊙ 이서현, 정구호·정욱준·임상아 등 국내 디자이너 ‘밀어 주기’
⊙ 미술계 큰손 어머니(홍라희) 이어 패션계 큰손으로 부상하나… “한국의 델핀 아르노(LVMH그룹
회장 장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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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딸과 며느리들 같은 ‘셀러브리티(celebrity·부유한 유명인사)’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 ‘부유한 여성 패션’의 대표는 누구일까. 패션계 관계자들은 삼성 이건희 회장의 둘째 딸 이서현(39) 제일모직 부사장을 꼽는 데 이견이 없다. 국내 최고 재벌의 딸이며 국내 최대 패션기업(제일모직)의 부사장으로, 제일모직을 사실상 이끌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부사장은 세계 3대 패션스쿨 중 하나인 미국 파슨스디자이너스쿨을 졸업했고 훤칠한 키에 늘씬한 몸매로, 유행하는 패션을 몸소 보여주는 스타일이다.
어머니(홍라희)와 언니(이부진)가 에르메스 등 단아한 분위기의 유명 해외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는 반면 이 부사장은 다소 튀는,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신진 디자이너의 제품을 이용하곤 했다. 그가 공식석상에 착용하고 나오는 옷과 액세서리는 부유층 여성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1년 하반기 《조선일보》가 패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내 패션 파워 피플’ 선정에서 이서현 부사장은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3~5위의 지드래곤, 공효진, 이효리 등 연예인을 앞선 것이다. 또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와는 달리 직접 패션업체를 이끌고 있는 만큼 이서현 부사장의 국내 패션계 내 지위는 최고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런데 이 부사장이 2012년 1월 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그룹 신년 하례식에 등장했을 때 패션계 관계자들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2월 호암100주년 기념식에 들고 나온 것과 똑같은, 색깔만 다른 가방을 들고 등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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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 부사장은 공식석상에서 다른 재벌가 여성과 달리 화려한 차림으로 등장하는 것이 보통이다. 맨 왼쪽사진의 백이 ‘상아’의 제품이다. |
이 부사장의 ‘상아백’은 파슨스 동문 임상아씨 제품
부유층 여성이라면 핸드백만으로 옷장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은 백을 보유하는 것이 보통이다. 또 이서현 부사장의 공식석상 패션은 바로 기사거리가 된다. 그런데 왜 수많은 언론이 집중하는 장소에 똑같은 백을 두 번 들고 나타났을까.
한 패션계 전문가는 “이서현 부사장의 패션계 영향력은 연예인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공식석상에 같은 백을 두 번 들고 나타난 것은 그 브랜드를 ‘띄우려는’ 의도가 분명히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부사장은 2012 신년하례식에서 금속 벨트와 물방울 무늬의 장갑, 가죽 부츠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했다. 패션의 마무리인 핸드백은 호암100주년 기념식 당시 들었던 네모난 하얀 백과 같은 모양의 검정 백이었다.
이 백은 ‘상아(Sang-A)’ 제품으로 제품명칭은 ‘River(리버)’. 흔히 ‘상아백’으로 불리는 ‘상아’의 대표적인 제품이다. ‘상아’는 국내에서 가수활동을 했던 임상아씨가 뉴욕에서 선보인 가방 브랜드로 파이톤(비단뱀), 악어, 타조, 바다뱀, 장어 등 특수가죽을 사용한 제품이다. 가방 가격은 대부분 500만~2000만원대다.
임상아씨는 제일모직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임씨는 1990년대 중반 가수로 활동하다 1999년 도미 후 파슨스에서 수학, 2006년 뉴욕에서 가방브랜드 ‘상아’를 론칭했다. 2007년 제일모직은 그를 삼성패션디자인펀드 지원자로 선정했고 같은 해 삼성그룹은 삼성패션디자인펀드상(SFDF)을 수여했다. 현재 상아 제품은 국내에서는 제일모직의 편집매장인 ‘10코르소코모’와 신세계백화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삼성가 여자들》의 저자 김종원씨는 “삼성가 여자들의 패션은 사업을 홍보하는 도구로 사용되곤 한다”고 말했다. “호암100주년 행사 당시 홍라희 여사가 입었던 회색 원피스는 제일모직이 뉴욕에서 론칭하는 ‘헥사 바이 구호’ 브랜드 홍보를 위해 특별 제작한 것이며, 이서현 부사장의 상아백은 삼성패션디자인펀드의 수상자인 임상아씨를 알리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인들은 삼성패션디자인펀드라는 것이 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사업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보통 여성들이 남의 차림새 중 가장 눈여겨보는 핸드백을 선택한 것이지요. 그들(삼성가 여자들)의 공식석상 패션은 여느 연예인처럼 협찬의 결과가 아니라 마케팅을 위한 계산된 도구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상아백은 브룩 실즈, 비욘세, 제시카 심슨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들고 있는 모습이 유명 잡지에 수차례 실리면서 국내외 패션계는 물론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배경에는 파슨스 출신인 이서현 부사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 부사장과 임씨는 1973년생 동갑내기이며, 임씨는 4년제 대학인 파슨스를 정식으로 졸업하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은 1990년대 중·후반 파슨스에서 함께 공부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이서현 부사장은 단순히 파슨스 동문이며 삼성에서 상을 수상한 임상아씨를 배려하고 띄우기 위해 상아백을 애용하는 것일까. 여기엔 좀 더 복잡한 사연이 있다고 패션계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삼성가 세 남매의 보이지 않는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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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다른 가족과 동행하지 않은 채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이서현 부사장. |
장녀인 이부진 사장이 선천적인 추진력을 바탕으로 그룹 승계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재계의 분석이 무성한 가운데 이서현 부사장은 본인의 관심사인 패션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그룹의 후계자로 거론되며 기업 경영능력을 보여주려는 오빠나 언니와 달리 일찌감치 패션계에 ‘올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부사장이 재벌가 딸로서 쌓은 경영능력 외에도 패션에 대한 안목과 패션사업을 이끌어 나가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국내 패션계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인정하고 있다.
이주하 코오롱패션산업연구원 교수는 “이 부사장은 튀는 아이템을 세련되게 소화해 내는 능력은 물론, 가장 ‘잘나가는’ 아이템을 발굴하는 능력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이 부사장이 제일모직에서 실권을 쥔 이후 제일모직은 수많은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왔는데, 대부분 이 부사장이 직접 골랐다고 합니다. 그 브랜드들은 이미 국내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고요. 그동안 쌓아 온 안목과 능력, 삼성가 딸이라는 배경까지 합쳐지면 조만간 세계 패션계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이서현 입사 후 확대 일로인 제일모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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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이서현 가방’으로 불리는 상아백을 든 할리우드 스타 브룩 실즈. 상아백의 성공 뒤에 이서현 부사장이 있었다는 추측이 무성하다. |
그동안 삼성그룹은 SADI(삼성디자인학교)와 패션디자인펀드를 운영하는 등 패션계에 많은 지원을 해 왔지만 세계 패션계에서는 그다지 인정받지 못했다. 제일모직이 국내 최대의 패션기업이긴 하지만 시초가 섬유·직물업체인 만큼 디자인보다는 품질을 중요시하는 남성복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 왔고, 여성복은 그저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서현 부사장이 2002년 제일모직에 부장으로 입사하면서 제일모직의 구체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제일모직은 국내 인기 디자이너 브랜드였던 구호(KUHO)를 인수해 여성복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고, 고가 여성복 브랜드인 ‘르베이지’를 새로 내놓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서현 부사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05년부터는 기획담당 임원으로 근무하면서 해외 브랜드를 발굴해 국내에 수입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제일모직이 최근 국내에 수입해서 판매하기 시작한 해외 브랜드는 토리버치, 이세이미야케, 플리츠플리즈, 발망, 띠어리, 발렉스트라 , 톰 브라운 등이 있다. 이 브랜드들은 해외에서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유명하지만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였는데, 제일모직이 들여온 이후 백화점 등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김연아가 평창 올림픽 발표 당시 (핸드백을) 들고 나와 더 유명해진 토리버치, 주름을 이용한 디자인으로 중년여성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세이미야케와 플리츠플리즈, ‘이탈리아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피혁 브랜드 발렉스트라 등이 제일모직이 직수입해 판매하는 브랜드들이다.
제일모직은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11월에는 악어가죽으로 유명하며, 가방 하나에 최저 3000만원이 넘는 이탈리아 브랜드 ‘콜롬보 비아 델라 스피가(COLOMBO Via Della Spiga·이하 콜롬보)’의 지분을 100% 인수했다. 콜롬보는 부유층 여성들이 즐겨 찾는 한편 중산층에서는 예단용으로 많이 찾는 브랜드다. 제일모직은 콜롬보를 에르메스에 버금가는 명품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목표 아래 대대적 투자에 나서는 한편 해외 매장을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제일모직 김진면 전무는 “신흥 부유층이 빠르게 늘어나는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다는 전략적 판단하에 (이 부사장이) 최고급 명품 브랜드 콜롬보를 인수했다”며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파워를 확대해 명품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일모직이 명품 브랜드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오는 2월에는 이 부사장이 2년간 공을 들인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브랜드 ‘에잇세컨즈(8 seconds)’가 국내에 첫선을 보인다.
제일모직은 2월 9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1호 매장을 열고, 명동과 영등포 타임스퀘어 등 요지에 매장을 잇달아 연다는 계획이다. SPA란 디자인부터 유통까지 한 업체가 전담, 저렴하면서 트렌디한 디자인의 옷을 다양하게 선보이는 방식으로 소비자들 입장에선 ‘유행중인 옷을 싼 값에 구입해 한 철 입는다’는 의미로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라고도 불린다. 유니클로·자라·망고·H&M 등이 전세계적으로 인기있는 SPA 브랜드. 국내에서도 몇몇 기업이 SPA 브랜드를 선보였지만 H&M 등에 비해 인지도도 낮고 디자인이나 마케팅 분야에서 부족한 점이 많아 주목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 제일모직에서 선보이는 SPA 브랜드는 국내 패션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 세계 최고 디자이너들의 패션쇼에서 아르노 부사장은 늘 맨 앞자리를 차지한다. 그의 경영능력 못지않게 매번 공식석상에 등장할 때의 패션이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LVMH는 루이뷔통과 크리스찬디오르, 지방시, 셀린느, 펜디 등 50여 개의 유명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 패션계의 공룡.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지난해 포브스의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4위를 차지했고(이건희 회장은 105위), 경영난에 빠진 명품 브랜드들을 가차없이 인수해 ‘명품업계의 식인 상어’로 불리기도 한다. 37세(1975년생)인 델핀 아르노 부사장은 런던정경대학을 졸업하고 컨설팅사에 재직하다가 27세에 LVMH의 이사로 입사했다. 아버지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추진력을 꼭 닮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그룹의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다. 한편 아르노 부사장은 이탈리아의 와인 명가인 간치아 가문의 알렉산드로 간치아와 결혼해 그룹의 명성을 더욱 확대시켰다. 김병관 전 동아일보 회장의 아들 김재열씨와 결혼해 시너지효과를 일으킨 이서현 부사장과 이 점에서도 닮았다. 그러나 LVMH가 아무리 세계 최대의 명품 제국이라 해도 그 규모는 삼성그룹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삼성은 세계 제조업을 좌지우지하는 위치에 있다. 뒷배경이 든든하기로는 이서현 부사장이 한 수 위라는 얘기다. |
이서현, 정욱준 디자이너 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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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이 직접 수입한 브랜드의 제품들을 판매하는 편집매장인 청담동 ‘10꼬르소꼬모’. |
정욱준 상무는 국내 유명 브랜드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프랑스로 떠나 2007년 파리에서 ‘준지’라는 브랜드를 선보였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끄는 정 상무의 의상들은 ‘샤넬’의 수석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를 비롯해 현지 언론들로부터 극찬을 받기도 했다. 매년 파리컬렉션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주목받는 유명 디자이너. 이서현 부사장이 국내에서 유명한 디자이너들을 제치고 정 상무를 영입한 것은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브랜드를 키우겠다’는 의미다.
정 상무는 여성복에 비해 비교적 경쟁이 덜한 남성복 분야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3년 안에 한국을 대표하는 것은 물론, 세계에서 주목받는 브랜드로 키워 낸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정 상무의 얘기다. “이서현 부사장은 늘 전세계에서 인정받는 한국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런 이유로 저를 영입한 것으로 알고 있고요. 한국에서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디자이너로서 저의 사명감이자 회사를 위해 제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해요.”
패션디자이너에서 제일모직 임원이 된 정구호 전무도 뉴욕에서 ‘헥사 바이 구호’ 브랜드를 선보여 이서현 부사장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패션의 근원지인 뉴욕을 공략하고 있다. 이미 뉴욕에서 네 차례 패션쇼를 열었고, 한류스타들을 동원해 홍보에 나서고 있다.
이 부사장이 공식석상에서 ‘상아’ 브랜드를 애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패션계 관계자는 “임상아씨가 실력과 뛰어난 사업수완 외에도 부유한 남편 덕에 성공했다는 말도 있지만, 파슨스 동문인 제일모직 이서현 부사장이 ‘키워 볼 만하다’고 여겨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는 소문도 많다”며 “이미 상당히 포화된 세계 패션시장에서 제일모직 자체적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나 브랜드를 키워 낸다면 국가적으로도 좋은 일인 만큼 이 부사장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미국 패션디자이너협회 이사회 멤버로
일각에서는 이서현 부사장이 향후 세계 패션가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이서현 부사장은 미국 패션디자이너협회(CFDA) 이사회 멤버로 임명됐다. CFDA는 세계 패션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단체로 한국인 이사는 이 부사장이 처음이다. 또 CFDA 내에서 ‘차세대 뉴욕 대표 디자이너’를 선정하는 자문위원 13명 중 하나로 위촉되기도 했다.
세계 패션계를 좌지우지하는 거물이라면 세계적인 유명 디자이너, 명품 브랜드의 오너, 세계적인 패션잡지의 대표와 편집장 등이 있다. 아직 이서현 부사장이 이들 사이에 끼어들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그러나 이 부사장에게는 ‘삼성의 딸’이라는 배경과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 제일모직의 부사장이라는 직책이 있다. 앞으로 몇 개의 신진 브랜드를 세계시장에서 성공시키기만 하면 세계 패션계의 큰손으로 등장하는 것은 순식간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이서현 부사장은 2012년 ‘홀로서기’에 돌입했다. 그동안 제일모직에서 경영기획담당 임원을 거쳐 사장직까지 맡으며 사내에서 이 부사장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 줬던 남편 김재열씨가 올 초 삼성그룹 인사에서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으로 이동했기 때문.
또 이 부사장은 한국 나이로 40세에 접어드는 올해부터는 독자적 행보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부사장은 지난 1월 1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참석, 아버지나 오빠·언니와 함께가 아니라 혼자 전시장을 둘러봤다. 지난해 CES에서 이건희 회장이 두 딸의 손을 잡고 언론 앞에 등장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행동은 이 부사장이 더 이상 삼성가의 딸이 아닌 제일모직 부사장으로서 독립적인 행보를 보여주겠다는 의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한국의 델핀 아르노(LVMH그룹 회장 장녀)’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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