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 27장 1-13절 장담할 수 없는 시대를 사는 지혜
함정에 빠진 이유는 지혜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먼저는 자기 자신의 취약함에서부터 시작되는 함정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자주 사랑하는 자가 주는 진실한 통책(상처, 고언)에 귀 기울이기보다 원수의 거짓된 입맞춤에 더 기댑니다. 자기 안에 있는 입맞춤에 대한 갈증 때문입니다. 만일 그런 갈망에 대하여 이미 지혜를 가지고 있는 배부른 사람이라면 아무리 달콤한 꿀과 같은 유혹이라도 싫어 거절했을 것입니다.
본 단락의 내용은 주로 친구와의 우정 및 그의 진실한 충고에 대한 내용입니다. 친구가 베푸는 진실한 충고가 삶에 도움이 되니 그런 친구와 그의 충고를 소중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함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친구의 충고라는 주제와 연결하여 칭찬, 자랑, 분노, 지혜로운 삶의 태도 등이 함께 제시되고 있습니다. 진실한 친구가 되어야 하고, 진실한 친구를 가질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자랑과 칭찬에 대한 교훈(1-2)
지혜로운 사람은 시간 앞에서 겸손합니다. 어제의 경험으로부터 얻은 지혜로 내일을 예측하고 대비하겠지만 장담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섣불리 말하지 않고 속단하지 않습니다. 사람과 일에 대해 모두 신중합니다. 오늘 자기 자랑하는 일이 내일은 부끄러운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칭찬이나 자랑은 자기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하도록 내버려 두는 자가 지혜자입니다.
1너는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라 하루 동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는지 네가 알 수 없음이니라 2타인이 너를 칭찬하게 하고 네 입으로는 하지 말며 외인이 너를 칭찬하게 하고 네 입술로는 하지 말지니라(1-2)
1-2절은 자랑과 칭찬에 대한 교훈을 전달합니다.
1절은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라고 권고하는데, 그 이유는 오늘과 내일 사이에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랑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내가 나의 인생을 통제할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는 자신의 계획이나 능력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2절은 칭찬의 문제를 언급합니다. 스스로 자신을 칭찬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2절의 내용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칭찬하게 하라는 것이지만, 실제 핵심 의미는 자신을 칭찬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1-2절을 함께 묶어서 생각해보면, 자신의 인생 계획을 신뢰하거나 자랑하려 하지 말고, 그런 것을 통해 칭찬받으려는 생각을 품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분노와 진실한 충고(3-10)
분노하면 감정만 전달되고 메시지는 전달되기 어렵습니다. 질투는 그보다 더 강합니다. 하지만 책망이나 충고는 그 진실함과 사랑을 담으면 잘못을 알고도 침묵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사랑이 없는 자의 입에 발린 칭찬보다 쓰디쓴 충고가 유익합니다. 먼 이웃보다 충고해줄 수 있는 친구가 더 낫습니다.
3돌은 무겁고 모래도 가볍지 아니하거니와 미련한 자의 분노는 이 둘보다 무거우니라 4분은 잔인하고 노는 창수 같거니와 투기 앞에야 누가 서리요 5면책은 숨은 사랑보다 나으니라 6친구의 아픈 책망은 충직으로 말미암는 것이나 원수의 잦은 입맞춤은 거짓에서 난 것이니라 7배부른 자는 꿀이라도 싫어하고 주린 자에게는 쓴 것이라도 다니라 8고향을 떠나 유리하는 사람은 보금자리를 떠나 떠도는 새와 같으니라 9기름과 향이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나니 친구의 충성된 권고가 이와 같이 아름다우니라 10네 친구와 네 아비의 친구를 버리지 말며 네 환난 날에 형제의 집에 들어가지 말지어다 가까운 이웃이 먼 형제보다 나으니라(3-10)
삶에 대한 일상적인 내용과 친구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일들에 대해서도 지혜로운 분별이 필요합니다. 특히 친구의 책망과 권고는 아플지라도 아름다운 것입니다.
(1) 분노와 투기(3-4)
3절은 미련한 자의 분노에 대해서 언급합니다. 미련한 자의 분노는 돌과 모래보다도 무겁다는 것입니다. 미련한 자는 자신의 화를 조절하거나 적절하게 의사를 표현하지 못합니다. 그런 사람이 분노하면 우리가 예상하지 못할 정도의 화를 쏟아내게 될 것이기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4절은 3절의 분노의 주제를 계속해서 연결해 나갑니다. 분은 잔인하고 노는 홍수와 같다고 묘사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분노와 화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습니다. 바로 ‘질투’입니다. 질투의 힘은 분노보다도 훨씬 더 강합니다.
여기서 질투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남녀 간의 사랑 질투를 말하는 것일 수 있지만,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질투가 일어나는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4절은 우리의 삶에서 분노의 힘보다 질투의 힘이 더 크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상황에 대한 화가 일으키는 힘보다, 관계의 갈망에서 나오는 힘이 더 크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계에 대한 갈망은 어떻게 올바로 만족시킬 수 있습니까? 그 문제가 5-10절에서 다루어지는 인간관계의 주제입니다.
(2) 친구의 진실한 충고(5-10)
5절은 드러난 책망이 숨겨진 사랑보다 낫다고 말합니다.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아무런 충고나 조언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드러내놓고 잘못을 꾸짖는 것이 더 낫다는 것입니다. 진정한 사랑이란 충고와 조언이 필요할 때 모른 척하지 않는 것입니다. 차라리 꾸짖어야 할 때 꾸짖고, 질문을 던져야 할 때 질문을 던지고, 조언해야 할 때 조언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입니다.
5절은 진정한 인간관계란 무엇인지 우리에게 질문하고 있습니다.
이런 관계에 대한 주제는 6절로 계속 이어집니다. 사랑하는 자는 충직에서 우러나온 책망을 던져서 아프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미워하는 자는 입맞춤을 반복할 뿐입니다. 겉으로 위로하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관계가 아니며, 오히려 책망이 필요할 때 뼈아프게 책망해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충고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합니까? 이 문제가 7절 이하에서 다루어집니다. 7절은 배부른 자는 꿀을 싫어하지만 주린 자에게는 쓴 것도 달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아무리 좋은 것을 주어도 그것의 필요를 모르면 그 가치를 깨닫지 못하지만, 그 필요를 알면 소중함을 알아본다는 것입니다. 7절의 의미가 과연 무엇입니까? 관계에 있어서 자신을 책망해줄 수 있는 진실한 벗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지를 깨달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8절 역시 이런 주제를 이어갑니다. 자기 장소를 떠나 유리하는 자는 보금자리를 떠나 떠도는 새와 같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자기 장소’란 어떤 장소입니까? 나 자신이 항상 머물러야 하는 장소입니다. 그곳을 떠났다는 것은 삶의 가장 기본적인 만족과 행복을 잃었다는 뜻입니다. 8절은 7절과 더불어 자신을 진정한 사랑으로 대해줄 사람을 떠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7-8절이 진실한 친구의 책망에 대한 필요를 간접적으로 다루었다면, 9절부터는 이 주제를 다시금 직접적으로 다룹니다. 9절은 기름과 향 즉 얼굴과 옷에 사용하는 향수가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처럼 친구의 충성된 권고가 아름답다고 가르쳐줍니다. 기름과 향은 다른 사람을 대하기 위해서 준비한 친구의 마음을 뜻합니다. 후각과 청각을 기쁘게 할 뿐 아니라, 그 준비한 정성으로 인해 상대방의 마음을 기쁘게 합니다. 친구의 진실한 권고는 그렇게 상대방의 마음을 감동시킨다는 의미입니다. 9절은 친구가 자신을 위해 진실한 책망을 하려고 할 때,
그 친구의 마음을 아름답게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줍니다.
10절 역시 친구의 중요성을 말합니다. 친구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어려움이 생겼을 때 형제보다 친구가 더 가깝게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진실한 관계를 소중하게 가꾸어야 하고, 그런 충고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태도를 준비해야 합니다.
지혜로운 삶을 위한 교훈(11-13)
아들의 지혜가 아버지에게는 기쁨이 됩니다. 지혜로운 아들은 악을 보면 숨지만 어리석은 아들은 악에 노출되어 해를 당합니다. 때로는 친구를 위해 보증을 서는 것이 지혜롭지 못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친구는 서로를 유익하게 하는 관계인데 보증은 둘 다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11내 아들아 지혜를 얻고 내 마음을 기쁘게 하라 그리하면 나를 비방하는 자에게 내가 대답할 수 있으리라 12슬기로운 자는 재앙을 보면 숨어 피하여도 어리석은 자들은 나가다가 해를 받느니라 13타인을 위하여 보증 선 자의 옷을 취하라 외인들을 위하여 보증 선 자는 그의 몸을 볼모 잡을지니라(11-13)
11절은 ‘내 아들아’라는 호칭으로 시작합니다. 이는 잠언 1-9장에서 자주 보았던 아버지의 가르침이며, 솔로몬이 아들을 향해 제시하는 교훈입니다.
11절은 아들에게 지혜를 얻으라고 권합니다. 그리하여 아버지의 마음을 기쁘게 하라고 명령합니다. 여기서 ‘비방하는 자’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아들이 지혜를 소유하지 못하면 그 비방에 아버지가 무력하게 당하게 됨을 암시합니다. 즉, 아들이 지혜를 얻게 되면 비방하는 목소리가 잠잠해진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아들이 지혜를 선택하는 여부가 아버지의 기쁨과 행복에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습니다.
12절에서 아버지는 계속해서 슬기로운 자가 되라고 조언합니다. 악을 만나면 피하는 것이 슬기입니다. 악을 보면서도 그대로 계속 길을 가면 악으로 인해 해를 받게 됩니다. 11-12절은 아들에게 지혜를 선택하고 악을 멀리하라고 조언합니다.
13절은 보증의 문제를 다시 한번 다룹니다. 보증의 문제는 잠언6:1-2 및 20:16에서 이미 다뤄진 바 있습니다. 오늘 본문 13절에서는 왜 보증의 문제를 다루는 것입니까? 12절에서 말한 바와 같이, 악한 상황을 보게 되면 슬기롭게 미리 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특별히 친구를 위해서 보증을 서준다고 해서 그것이 진정한 우정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진정한 사랑이란 그에게 도움이 되어, 그와 내가 다 같이 유익을 얻게 되는 관계입니다. 진실한 책망이 그런 예인데, 보증을 서는 것은 그와 나를 모두 망하게 하는 잘못된 길일 뿐입니다.
1-13절은 우리가 삶을 혼자서만 꾸려나갈 수 없기에 하나님 앞에 겸손히 지혜를 간구해야 하며, 특히 정직하게 조언을 해줄 친구를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이웃 앞에서 우리는 참 지혜자로 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지혜에는 하나님께서 경륜하시는 세계 원리에 부합하는 즐거움과 기쁨이 들어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합니다. 동시에 하나님을 비방하는 자들에 대한 대답이 그것입니다. 곧 지혜란 하나님 없는 세상과 그 방식과 우매함에 대한 신적 대응방식이고 대답이고 예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