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알고 있던 영어단어에 대한 원류를 속 시원히 밝혀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단순히 어원에 대한 단편적인 해설이 아닌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심층적인 접근을 보여준다는 것이 이 책의 강점이다.
이 책의 정확한 제목은 <언어천재 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이다. 언어천재라는 말이 약간 거슬리긴 하지만 책날개에 소개된 저자의 프로필을 보니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영어, 불어, 이탈리어에 능통하고 독일어, 라틴어는 독해가 가능하다’니 말이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욕망과 유혹’, ‘사랑과 가족’, ‘인간사회’, ‘예술과 여가’, ‘전쟁과 계급’, ‘인간심리’를 주제로 하여 그와 관련된 단어들을 토대로 이야기를 위주로 한 접근을 통해 어원을 밝혀내고 기존에 알고 있던 상식의 틀을 깨버린다. ‘낯설게 하기’ 측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충실히 도끼 역할을 수행한다. 인문학과 관련된 책을 여러 권 봐왔지만 이렇듯 어원과 이야기가 조화를 이룬 책은 처음이다.
이 책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각기 다른 단어를 아주 자연스럽게 연결시키고 있는 작가의 시도가 퍽 신선하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Glamourous, Grammar → Charming → Casanova → Bene, Beautiful 로 이어지는 단어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밀접한 연관성을 증명할 연결고리도 발견되지 않는 만큼 이는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한 작가의 빛나는 센스(?)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각기 고유한 색채를 품고 있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이어져 한 편의 물결을 이루는 이야기로 변하는 착각에 빠질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분야는 광범위하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민족, 신화, 철학, 역사, 예술 등에서 각기 파생된 단어는 상호 긴밀한 연결 관계가 드러나기도 하고, 독자적인 의미로 기능하면서 그 고유한 색깔을 드러낸다.
책을 읽으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이라는 것이 얼마나 살얼음판 같은 지식이었는지 다시금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야기 인문학>을 계기로 다시금 영어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어원 추적을 통해 스토리텔링의 요소를 찾아내는 즐거움에 맛 들인다면 새로운 관점에서 글쓰기에 다가갈 수 있는 길이 열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