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편지] 변호사 없이 재판정 서보니 '나홀로 소송'은 너무 서러워
소액 재판 경험
성병조·대구 달서구
입력 2008.11.24. 21:58업데이트 2008.11.24. 23:01
교통사고를 당한 장모님 관련 소송 건으로 몇 차례 법정에 나갔다. 1900만원 정도의 소액사건을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면 최하 착수금 300만원에 성공보수금까지 줘야 해 내가 직접 원고 측 소송 대리인이 되어 송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법정에 서 보니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먼저 판사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기 힘들어 애를 먹었다. 마이크가 설치됐는데도 그걸 이용해 법정에 나온 사건 당사자 모두가 들리도록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중얼거리는 것 같았다. 또 말은 왜 그리도 빠른지. 법정에 선 사람들은 누구 없이 생애 한 번도 경험키 어려운 난제를 가진 불안한 사람들이다. 신경을 곤두세워 들으려 노력해도 잘 들리지 않으니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세 차례에 걸친 변론에서 판사로부터 "답변 자료를 왜 법 전문가와 상의하지 않았느냐?" "재판을 청구하려면 좀 알고나 오라"는 등의 핀잔인지 면박인지 모를 지적을 계속 받았다. 이 같은 지적은 비단 나만이 아니라, 변호사 없이 소송을 제기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했다. 피고 측 소송대리인으로 나온 변호사에게는 별다른 지적 없이 오히려 '친근감'을 표시하는 듯 느껴져 '가재는 게 편'이라는 속담이 떠올랐다.
내가 작성한 소장 등이 변호사가 작성한 내용보다 다소 미흡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기본 법 상식이 있었기에 소장을 스스로 작성할 수 있었고, 직접 발로 뛰어 증거자료를 준비했다. 그래도 부족한 부분은 인터넷과 도서관을 뒤져 답변서를 작성했는데도 불구하고 무안을 당하니 여간 속이 상하지 않았다.
이런 광경을 지켜본 가족들은 당장이라도 변호사를 선임하든지 아니면 재판을 포기하자고 했다. 소액 재판이라 변호사비 아끼겠다고 나섰던 소송에서 없는 서러움을 한껏 맛보았다.
첫댓글 원 제목은 <변호사 없이 재판정 서보니 '나 홀로 소송'은 너무 서러워>입니다.
2008. 11. 24일 자 조선일보에 실린 저의 재판 경험기를 다시 소환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당시의 재판정이 너무도 고압적이고 재판장 중심이었습니다.
2) 원고 대리인으로 나선 내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데 대한 재판장의 공격이
대단히 불만스러웠습니다.
3) 평생 한번도 갈까말까한 재판정에서 당하는 수모가 너무도 불만스러웠습니다.
4) 최근 국민의 힘 정진석 의원에게 내린 1심 판결의 형량과 판사의 성향을 두고
말이 많아 재판정 모습을 다시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5) 오래된 이야기라 지금은 많이 바뀌었음을 이후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6) 내가 직접 원고로 나선 본 재판에서 피고로 나선 전문 변호사에 크게 승소한 것
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솔직히 있음을 고백합니다.
대단 하십니다!!
보통 거대한 벽 앞에서 무력함을 느끼는게 당연한듯 전문가의 힘을 빌리든지 아님 포기 하는쪽을 택하는데 ~
참 잘 하셨습니다.
모든 법 앞에서는 소시민도 맞설수 있고 펑등한 혜택을 받을수 있다는걸 보여주신 용기 있는 님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고맙습니다.
부당함에 대항한 것인데 당당하게 승소한
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피고를 능가하는 증거 자료를 찾은 게 주효하였습니다.
재판 과정을 거치면서 배운 것도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