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에/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행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시 읽기> 설날 아침에/김종길
한국인이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설일 것이다. 명절이라는 말과 함께 오죽했으면 까치에게도 설날을 부여했을까 설 전날은 마을 동구 밖에서 선물 꾸러미 안고 걸어오는 손님을 보고 까치는 요란스럽게도 울어댔다. 하여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했지. 그러니 바로 그 날이 까치에게는 설날이 아니었을까. 우리 어린 날은 설 때가 되어야 옷 한 벌을 부모님께 선물 받았다. 허리께에 복주머니 차고 적은 세뱃돈이나마 용돈을 손에 쥐어볼 수 있었다. 바로 그 설날이 다가오고 있다. 전국에서 고향을 찾아 오가며 겪는 귀성 인파 속 고된 몸살을 감내하면서도 사람들 줄줄이 뒤를 잇는 것이다.
설날, 이 말처럼 정겨웁고 신이 나는 말이 따로 있을까 명절에는 눈 덮인 마을길로 설빔을 입고 걸어들어 오던 사람들. 그들은 외지에 머물고 고향을 그리워하던 만큼 선물을 가득 안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느 사이에 서민들은 설 차례 상을 차리기에 물가를 걱정하고 다가올 한해의 살림살이를 두려워하게 되었으니. 그래도 이번 설은 좀더 반갑게 맞이하자. 설날을 얼마나 반갑게 맞이하느냐는 한해의 운수와도 통하는 것이니. 그게 바로 우리 선조의 지혜가 아니었을까.
―김완하, 『김완하의 시 속의 시 읽기4』, 맵시터, 2017.
첫댓글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따뜻함을 가르쳤던 적이 있습니다.
설날아침
난 새배돈 줄 손자손녀도 없지만 설날이면 그냥 가까이사는 동생이오려나 오면
내놓을 설빔이나 걱정할뿐이었습니다. 다행이라해야할지, 동생은 알바간다고 명절지나고 오겠다고해 비싸다는 과일이 선물로들어와 남겨두고 있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