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소설의 작가들이 ‘저금’이라는 낱말을 꽤 많이 쓰는 것을 보고 조금 놀란다. 물론 여기서의 ‘저금’은 돈을 모으는 것을 의미하는 ‘저금(貯金)’이 아니라 ‘젓가락’을 뜻한다.
‘저금’을 찾아보면 우리말샘, 고려대한국어대사전 등에서는 ‘젓가락’의 방언 (전라)이라고 나온다. 그런데, 전라도 출신인 나는 ‘저금’보다는 ‘저범’ 또는 ‘저분’을 더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과연 이 말도 방언으로 나온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강원, 전북, 충남지역에서 ‘젓가락’의 방언으로 쓰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이 말의 표준말은 물론 ‘젓가락’이다.
젓-가락
발음 [ 저까락 ] [ 젇까락 ]
어원/ <졋가락<구급방언해(1466)>←져+-ㅅ+가락
명사
1. 음식을 집어 먹거나, 물건을 집는 데 쓰는 기구. 한 쌍의 가늘고 짤막한 나무나 쇠붙이 따위로 만든다. ≒저1.
젓가락 한 벌 / 젓가락 두 매
숟가락과 젓가락을 식탁 위에 놓다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 먹다
서양인은 푸딩 같은 것은 스푼이 아니면 떠먹을 수 없지마는, 동양인은 푸딩에 못지않게 부드러운 두부를 젓가락으로 집는다.
<<조풍연, 청사 수필>>
2. (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 쓰여) 음식을 ‘「1」’로 집어 그 분량을 세는 단위.
라면 한 젓가락만 먹을게.
준말/ 젓갈2
옛말/ 졋가락
방언/ 재까락 재까치 절3 절갈 저번1 저범1 저분2 저붐 절까락 절까지 절까치 저까시 저까치 젯가락 젯가치 제4 제봄 제분1 제붐 찌4 저붓 저굼 제까치 젓가지 좁음
은어/ 메5 산재1 산재까치 새발1 성제무두 형제무루 젓가래
참조어/ 수저1
속담
젓가락으로 김칫국을 집어 먹을 놈
어리석고 용렬하여 어처구니없는 짓을 하는 사람에게 하는 말.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역사정보
져(15C~19C)>져가락(19C)>
젓가락(20C~현재)
설명
현대 국어 ‘젓가락’의 옛말인 ‘져’는 15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난다. ‘졋가락’은 15세기 문헌에, ‘져가락’은 19세기 문헌에 각각 나타나는데 둘 다 ‘져’와 ‘가락’이 결합된 것으로 15세기 국어의 ‘졋가락’에는 관형격 조사 ‘ㅅ’이 쓰이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져’는 치음이었던 ‘ㅈ’이 구개음으로 바뀌어 ‘져’와 ‘저’의 발음이 구별되지 않게 되면서 ‘저’가 되고 사이시옷과 ‘가락’이 결합하여 20세기 이후 ‘젓가락’으로 나타나 현재까지 이어진다.
[우리말샘]
옮겨놓았다시피 수많은 방언이 있는데,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도리어 ‘저금’은 나오지 않는다. 은어로 제시된 말들은 대부분 잘 모르겠다.
참조어로 제시된 ‘수저’를 찾아보자.
수저1
어원 <수져<월인석보(1459)>←술+져
명사
1. 숟가락과 젓가락을 아울러 이르는 말. ≒시저1(匙箸).
수저를 놀리다 / 수저를 놓다 / 수저를 들다 / 수저로 밥을 먹다
수저 두 벌과 밥그릇, 그리고 우리 부부의 사랑만 있으면 되지, 뭐 다른 것이 또 필요하겠니?
여란이는 빨리 한술 뜨고 그 자리를 면하는 게 수다 싶어 본데없이 보이건 말건 어른이 수저도 들기 전에 밥을 먹기 시작했다.
<<박완서, 미망>>
2. ‘숟가락’을 달리 이르는 말.
밥을 한 수저 뜨다
모든 장수들은 떡국을 뜨던 수저를 멈추고 일제히 장군을 바라본다.
<<박종화, 임진왜란>>
옛말/수져
방언/술제
북한어/수저가락
은어/공갈대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역사정보
수져(16C~18C)>수저(19C~현재)
설명
현대 국어 ‘수저’의 옛말인 ‘슈져’는 16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난다. ‘수져’는 숟가락을 뜻하는 ‘술’에 젓가락을 뜻하는 ‘져’가 결합된 것이다. 단어와 단어가 결합할 때 ‘ㅅ, ㄷ, ㄴ, ㅈ’ 앞에 오는 ‘ㄹ’이 탈락하는 현상은 ‘쇼’((馬)+쇼(牛)), ‘바질’(바(針)+-질) 등과 같이 15․16세기 문헌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17세기 문헌에 보이는 ‘술져’는 ‘ㄹ’ 탈락 없이 두 단어가 결합한 형태가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수져’의 제2음절의 ‘져’는 치음이었던 ‘ㅈ’이 구개음으로 바뀌어 ‘져’와 ‘저’의 발음이 구별되지 않게 되면서 ‘저’로 바뀌어 ‘수저’로 나타난다.
이형태/이표기
수져, 술져, 슈져, 수저
[우리말샘]
나도 그랬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수저’를 ‘숟가락’과 같은 말로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역사정보에서도 보다시피 ‘수저’는 ‘숟가락’과 ‘젓가락’의 앞 글자를 따 모아 만들어진 말로, 당초에는 수젓가락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었다. 이 말을 자꾸 숟가락을 대신하는 말로 쓰다 보니 이제 2번의 뜻도 부여한 것 같다.
한편, 숟가락과 젓가락을 아울러 이르는 ‘수젓가락’은 정식 합성어로 인정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수젓가락’을 찾아보면 ‘수저가락’ 항목에서 [‘수저’의 북한어. →남한 규범 표기는 ‘수젓가락’이다.]라고 되어 있다. 합성하여 쓸 수는 있지만 정식으로 사전에 등재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 것 같다.
숟-가락
발음 [ 숟까락 ]
어원 ←술+-ㅅ+가락
활용/ 숟가락만 [숟까랑만]
명사
1. 밥이나 국물 따위를 떠먹는 기구. 은ㆍ백통ㆍ놋쇠 따위로 만들며, 생김새는 우묵하고 길둥근 바닥에 자루가 달려 있다. ≒반비4(飯匕)ㆍ반시7(飯匙).
숟가락으로 밥을 뜨다.
2. (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 쓰여) 밥 따위의 음식물을 ‘「1」’로 떠 그 분량을 세는 단위.
두어 숟가락 / 그는 밥을 몇 숟가락 뜨다가 밥상을 물렸다.
준말/ 숟갈
방언/ 수자1 술가락 술까락
은어/ 살푸 살피2
잘못된 표현/ 간저1 숫가락
참조어/ 술6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관련규범해설
끝소리가 ‘ㄹ’인 말과 딴 말이 어울릴 적에 ‘ㄹ’ 소리가 ‘ㄷ’ 소리로 나는 것은 ‘ㄷ’으로 적는다.
(한글 맞춤법 4장 4절 29항)
역사정보
술(15세기~17세기)>숫가락(20세기)>숟가락(20세기~현재)
설명
현대 국어 ‘숟가락’의 옛말인 ‘술’은 15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나 현재까지 이어진다. ‘술’에 관형격 조사 ‘ㅅ’과 ‘가락’이 통합하여 한 단어가 되면서 ‘ㅅ’ 앞의 ‘ㄹ’이 탈락하여 ‘숫가락’이 되었다. 이러한 통합은 빨라도 19세기 이후에 이루어진 듯하다. ‘숫가락’은 ‘숟가락’으로 표기하는 현대 국어와 발음 차이가 없는 동일한 어형이다. ‘술’은 현대 국어에서는 “숟가락으로 떠 분량을 세는 단위”의 뜻으로만 제한적으로 남아 있다.
이형태/이표기
술, 술가락, 숟가락
[우리말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