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사람은 모두가
인정으로 살아간다.
인정이라고 하는 건 내가 상대방을 뭘 배려를 해주면반드시 내가 받는 게 있다.
상대방이 대접을 받으면 혼자 대접받을 수 없다 해가지고 다음에는 내가 한 턱 낸다 하고, 이 세상에 모든 살아가는 분들이 다 그렇다.
부모가 자식을 낳아서 자식이 장성해서 결혼해서 살 때까지 부모가 정성을 다해서 기르고 봉사를 한다.
근데 결혼하고 난 뒤에도 부모가 계속 자식한테 매여가지고 거기서 헤어나지 못하고 자식을 위해서 헌신 노력을 한다.
그래서 자식이 장성해서 크면 '자식은 부모의 은혜를 갚아야 된다'는 오랜 유가의 전통으로 내려오는 예법이 있고, 부모은중경에 보면 어깨 위에 부모를 업고 수미산을 뼈가 닳도록 돌아도 그 은혜를 다 갚을 수 없다 한다.
세상의 모든 사람 관계에 있어서도 서로가 주고받는 은혜와 그걸 갚지 아니하면반대로 원망과 원수가 따른다.
이것이 세상지사인데, 반야바라밀이라는 자체는 그런 것이 없다.
반야바라밀의 마음을 가진 분은 예를 들어서 친구지간이나 남녀관계나 부부간이나 사람 관계에 있어서, 내가 공경에 빠졌던 사람을 건져서 도와줬는데, 내가 어려운 일에 처했을 때 도움을 받았던 사람은 나몰라라 하고 살짝 피해서 도망을 간다거나,
자기 생명을 구해준 은혜가있는데도 불구하고 구해준 사람을 중상모략을 하고 갖은 비방을 하고, 그 사람을 완전히 미궁에 빠뜨려서 매장 되게끔 하는 아주 악랄한 행을 한다면,
이럴 때를 당해서 여러분은어떻게 하겠는가? 도량이 넒은 이라면 두 세 번 정도는 자기가 많은 손해를 보더라도 그러려니 하고 그 사람을 원망하지 않고 그냥봐주겠지만, 거듭 그렇게 할 때는 어떻게 하겠느냐 이거다.
반야바라밀의 마음의 차원에서는 내가 저 사람을 극락과 천상으로 올라가게끔 해줬는데, 그 사람은 천상이나 극락에 가서 나를 지옥으로 가게끔 만들더라도 지옥에 가 있는 그 사람이 도리어 극락, 천상에 가 있는 사람을 걱정을 한다.
일체 아무런 조건과 이유를 불문하고 그 사람이 나를 지옥으로 보내더라도 나는 한결같이 그 사람을 사랑한다.
그게 반야바라밀의 마음이다.
그 사람이 나에게 아무리 악행으로 저지르고 나를 지옥으로 보내더라도 나는 그사람을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옥에 가서도 그 사람을 항상 사랑하는 것이 반야바라밀의 마음이다.
화두를 공부하는 것은 바로이러한 마음을 행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그마한 중생 의식의 마음을 부수고 반야바라밀의 무한대한 마음을 가지고 항상 모든 중생을 사랑한다.
내가 무한한 고통을 받는 한이 있어도 항상 중생을 끊임없이 사랑한다.
이것은 좋고 나쁜 이해관계를 떠난 자리다.
화두 타파는 중생심이 무너진 걸 말하는 거다. 뭘 모르는 걸 풀듯이 알아내는 그런 게 아니고, 화두를 지극히 해서 중생의 미몽에서 깨어나는 걸 깨달음이라고 한다.
무주 선사는 정(情)이 없는자비를 행한다 했는데, 정을 가지고 사는 중생 의식은 자기 비위에 맞게 살려고 하다 보니까는 상대방을배신하고 버리는 이런 행동을 끊임없이 하기 때문에 인간사에 말할 수 없는 불행한 일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그런 정이라는 걸 두지 말라는 거다.
그래서 황벽 스님은 눈 먼 어머니를 만났지만 모른채 하고 떠났고, 오조 홍인 스님는 어머니를 일주일간 문을 잠그로 굶으면서 정진하게 하여 죽게 만들었다.
충효사상으로 따지면 불효인데 왜 그리 했겠는가?
묻되, "어머니를 굶겨 죽였으니 천하에 불효가 아닙니까?"
답하되, "활활타는 불속에서 연꽃이 피고, 더러운 똥에서 단 참외가 나오더라."
※ 황벽스님의 속가는
몹시 가난하였다.
늙은 어머니는스님이 황벽산의 주지로 있다는 말을 듣고 특별히 찾아왔지만 스님은 돌아보지 않았다.
이에 노모는 굶주림과 추위로 대의(大義) 강 나루터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져 죽었다.
그 후 모친은 과연 천상에 태어났으며 스님의 꿈에 나타나 말하였다.
“내가 그때쌀 한 톨이라도 받았더라면 나는 지옥에 떨어졌을 것이니, 어찌 오늘이 있을 수 있겠느냐?” 그리고는 두 번 절하고 사라졌다.
※ 오조 홍인 대사는 어머니가 자신의 회상 부근에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시자를 보내어 모셔다가 공양을 대접하면서 "어머니도 시주밥을 놀고만 먹으면안됩니다.
일주일간 문을 잠그고 밥을굶으면서 견성하십시오." 했는데,
스님이 어디 간 사이에 그의 어머니는 마음대로 얻어먹던 습성을 참지 못해 3일이 지나지도 않아,"이 중놈들아 문 열고 밥을 달라." 소리를 치니 시자들이 딱해서 문을 따고 밥을 먹게 했다.
홍인 스님이 다시 와서, "어머니, 시주밥을 먹으려면 일주일간 굶고 견성을 해야합니다.
그러고나서 시주밥을 먹기로 합시다." 권하니 얻어 먹는 것도 너무 고되니 할 수 없이 아들 말을 듣기로 했다.
그러나 문을 잠그고 용맹정진 하던 일주일만에 죽은 그 어머니 시신이 대중 앞 공중에 나타났다.
"굶어 죽은 것이 아니고 견성을 하고 보니 이 몸이 필요 없어 버린 것이다. 우리 아들이 나를 굶겨 죽인 것이 아니다. 대중들아.
가지 말고 아들 도인에게 견성하는 법을 배우라." 권유하고 저절로 불이 일어나서 공중에서 화장을 마치니사리가 비오듯 하였다.
한편 소문만 듣고 찾아왔던대중들이 자기 어머니를 굶겨 죽인 그에게 무슨 도를 배우겠나 해서 내려가다가 다시 돌아와서 모두 결사정진해서 득도하였다 한다.
(학산 대원 대종사 역대법보기 강설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