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11일) 공개된 북한군 포로 2명의 존재를 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시각은 딴판하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 텔레그램 등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생포한 북한군 병사들의 근황을 보여준 데 이어 이튿날(12일)에도 이들의 포로교환 가능성을 언급하며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
북한군 포로의 존재를 알린 젤렌스키 대통령의 텔레그램 채널/캡처
반면 러시아 크렘린은 13일 북한군 포로에 대한 질문에 논평을 거부했다.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곤혹스런 언론의 질문에 '국방부에 물어보라'고 피해가던 태도와는 또 달랐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NCND)의 전략적 모호성 노선을 고수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군 병사를 처음으로 사로잡았으나, 부상이 심해 다음날 사망했다고 아쉬워한 지난달(2024년 12월)과는 달리, 우크라이나는 생포한 북한군 2명의 육성 심문 내용까지 내보내면서 뿌듯해하는 느낌이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우크라이나군은 전선에서 북한군 병사를 생포할 경우, 포상하기로 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포로로 잡혔다가 다음날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첫 북한군 포로/캡처
우크라이나군 정보총국(GUR)의 공보 담당자는 13일 '라디오 리버티'와 인터뷰에서 "북한군 포로를 우크라이나의 이익을 위해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한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 자신만만 젤렌스키 대통령
우크라이나 매체 '우크라인스카야 프라우다'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2일 “이번에 생포한 북한군 병사외에도 전선에는 많은 북한 군인들도 배치돼 있어, 포로를 더 많이 붙잡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또 "푸틴(대통령)이 3년 전(2021년 12월 미국 등 서방과의 마지막 담판에서) 나토(NATO)에게 최후통첩을 보내고, 역사를 바꾸려는 시도로 (우크라이나 공격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북한의 군사적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러시아가 북한의 군사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서는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와 서로 교환할 수 있도록 러시아에 대해 조치한다면, 북한 군인을 넘겨줄 준비가 돼 있다"면서 "그러나 돌아가기를 원치 않는 북한군 포로에게는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포로들의) 한국어 육성으로 이번 전쟁의 진실을 널리 알림으로써 평화에 더욱 가깝게 다가가려는 한국인들에게는 그럴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심문을 받고 있는 북한군 포로들. 한 명은 우크라이나에 남겼다고 했고, 다른 한 명은 돌아가겠다고 말했다/영상 캡처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매일 저녁 띄우는 대국민 영상 메시지에서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보고를 받아보니, 북한군 포로중 한 명은 우크라이나에 머물고 싶다는 의사를, 다른 한 명은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 러시아 반응을 보면 포로교환 가능성 없다
코메르산트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13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북한군 포로 발언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논평할 수 없다"며 "거기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누가 무엇을 제안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러시아는 포로교환에 관심이 있고, 교환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지만 협상 과정이 쉽지 않다”며 "포로로 잡혀 있는 우리 군인 한 명 한 명의 생명은 우리에게 중요해 (교환) 작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포로교환은 지난해 12월 30일 마지막으로 이뤄졌다. 당시 양국은 억류 포로들을 각각 150명씩 풀어줬다. 양국을 오가며 포로교환을 중재하는 벨라루스 적십자위원회 측은 지금까지 양국을 통틀어 4,700명의 전쟁 포로들을 면담했으며, 가족들의 서신및 메시지를 9,200통 전달했다고 밝혔다.
러-우크라 양국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와 카타르 등 중동 국가들의 중재 등을 통해 10여 차례 포로교환을 성사시켰지만, 북한군 포로가 앞으로 교환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러시아와 북한이 북한군의 참전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러시아 측이 북한군 포로를 포로교환 대상자 명단에 포함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포로 교환은 1차적으로 상대가 제시한 억류자 명단을 보고 데려올 대상자를 고르는 작업으로 시작된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해 11월 양국은 포로 교환 대상자를 선택할 권한을 갖고 있다며 이를 확인했다.
그러다 보니, 러시아 측은 "키예프(키이우)가 제시된 포로 명단 중에서 (러시아가 테러리스트로 지정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대대(아조프 연대) 소속 포로만 데려가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측이 즉각 반박하고 나섰지만, 러시아 옴부즈맨 타티아나 모스칼코바는 우크라이나가 1년 이상 데려가기를 거부한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 630명의 명단을 공개하는 맞대응을 불사하기도 했다.
러시아 옴부즈맨이 지난해 12월 초 공개한 우크라이나 인수 거부 포로 명단/텔레그램 캡처
따라서 러시아가 이번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를 교환 대상자로 선택하지 않는 이상, 그들이 우크라이나 포로 수용소에서 석방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우크라이나 측이 또 전략적 활용도가 높은 그들을 순순히 한국으로 보내주지도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군 소지 러시아 군인 신분증의 진실은?
북한군 포로가 소지한 러시아 군인 신분증의 진실을 파헤친 텔레그램 채널/캡처
북한군 포로 한 명이 소지한 러시아 군인 신분증은 위조된 것일까? 구독자 9만여명의 텔레그램 채널 아겐스트보 노보스티(뉴스 통신사라는 뜻)는 12일 신분증 속의 인물, 1998년생 '아란친, 안토닌 아야소비치'(Аранчин, Антонин Аясович)은 실제로 투바 자치공화국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다만, 신분증에는 그의 출생지가 투란시이고, 직업은 재단사로 나와 있으나, 실제 여권에 기록된 출생지도 다르고, 직업도 재단사와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또 알려진 전화번호로 그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가짜 신분증일까? 북한군 포로는 심문에서 그 신분증을 지난해 가을에 받았다고 말했다. 이전에 인터넷에 공개된 것과 같은 위조 신분증을 받았다면, 세월이 흐른 느낌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북한군 포로가 소지한 러시아 군인 신분증(위). 지난해 가을 발급된 아래의 가짜 신분증에 비하면 확실히 낡아보인다/캡처
오히려 원래 소지자가 금융권에서 소액 대출을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거절당했다는 텔레그램 정보를 근거로 보면, 그가 돈이 궁해 신분증을 팔았을 가능성도 있다. 군인 신분증 매매는 형사처벌감이다. 이번 신분증에는 이전의 위조 신분증과는 달리 기재 내용을 확인한 증거(직인)도 남아 있어 어떤 경로로든 북한군 포로에 의해 도용됐을 가능성이 유력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