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아태담당차관이 방한했다. 그는 북핵 수석대표 직함도 갖고 있다. 방한 일정이 외무부와 통일부 중심으로 빈틈없이 짜여 있는 이유다.
모르굴로프 차관은 23일 여승배 외교부 차관보와 제19차 한-러 정책협의회를 가졌다. 제18차 한-러 정책협의회는 지난 2018년 5월 모스크바에서 열렸다. 신종 코로나(COVID 19) 사태 등으로 거의 3년만에 열린 셈이다.
모르굴로프 차관과 여 차관보/사진출처:외교부
외교부에 따르면 한-러 양측은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방한과 박병석 국회의장의 방러(5월), 모르굴로프 차관의 방한 등 활발한 고위급 교류를 통해 양국 간 우호협력 관계가 꾸준히 발전해 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양측은 이를 바탕으로 양국 간 경제협력을 '나인 브릿지'(9 Bridge·9개 다리) 분야를 중심으로 실질적으로 진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나인 브릿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러시아측에 제안한 에너지와 철도·인프라, 조선, 항만·해양 등 9개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을 강화하자는 정책 구상이다.
여 차관보는 이날 협의회에서 조선 분야에서 양국간 협력이 활발하다고 평가하고 현재 진행 중인 연해주 한국산업단지 조성과 서비스·투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핵심 분야의 협력 진전에 더욱 힘을 모아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모르굴로프 차관도 연해주 한국산업단지 조성 사업 등 극동·시베리아 지역 개발 협력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했다.
여 차관보는 또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에 대한 러시아 측의 지속적인 지지와 참여를 요청했다. 양측은 탈레반의 정권 장악으로 혼돈에 빠진 아프가니스탄 정세 등 국제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러시아 외무차관,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한반도 정세 정상화에 관해 협의/얀덱스 캡처
모르굴로프 차관은 23일 서울에 와 있는 성 김 미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만나 한반도 정세의 해결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양측은 한반도를 둘러싼 문제 해결을 위해 협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24일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날 예정이다.
이에 25일에는 통일부로 이인영 장관을 예방하고, 최영준 통일부 차관과도 양자협의를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는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모르굴로프 차관과 접촉을 통해 남북, 북미대화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러 양측의 의견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