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문학(시)
시사백 사무사(詩四百 思無邪)
오세영 지음|160×230×30mm(하드커버)|536쪽|55,000원
ISBN 979-11-308-2235-8 03810 | 2025.4.15.
■ 시집 소개
문학적 영토를 다져 온 60년 문학의 길
오세영 시인의 시선집 『시사백 사무사(詩四百 思無邪)』가 푸른사상사에서 출간되었다. 60여 년간 문학의 길을 걸어오며 썼던 시 작품 중에서 시인이 직접 선별한 400여 편을 모았다. 자신만의 문학적 영토를 다져오며 시를 향한 한결같은 마음을 견지하기 위해 노력했던 한 시인의 시작 생애와 작품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 시인 소개
오세영
1942년 전남 영광에서 태어나 전남의 장성과 광주, 전북의 전주에서 성장했다.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교수를 역임했다.
1968년 박목월에 의해 『현대문학』 추천을 받아 등단했다. 시집 『사랑의 저쪽』 『바람의 그림자』 『마른 하늘에서 치는 박수소리』 등 29권, 학술서 및 산문집 『시론』 『한국현대시분석적 읽기』 등 24권이 있다. 만해문학상, 목월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소월시문학상, 고산문학상 등과 국가로부터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시집 『밤하늘의 바둑판』 영역본은 미국의 문학비평지 Chicago Review of Books에 의해 2016년도 전 미국 최고시집(Best Poetry Books) 12권에 선정되었다. 영어, 불어, 독일어, 스페인어, 체코어, 러시아어, 중국어, 일본어 등으로 번역된 시집들이 있다.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예술원 회원이다.
■ 목차
■ 서시 : 아아, 훈민정음
■ 시인의 말
제1부 1965~1982
불 1 / 가을 2 / 보석 1 / 모순矛盾의 흙 / 등산 / 꿈꾸는 병 / 아침
제2부 1983~1992
피리 / 새벽 세 시 / 바람소리 / 꽃씨를 묻듯 / 너를 보았다 / 지상의 양식 / 축문 / 겨울 한나절 / 귓밥 / 이마를 맞대고 / 하일夏日 / 그릇 / 흙의 얼음 / 낙과落果 / 사랑의 방식 / 신神의 하늘에도 어둠은 있다 / 사랑의 묘약 / 설날 / 슬픔 / 어머니 / 원시遠視 / 바닷가에서 / 김치 / 별처럼 꽃처럼 / 나무처럼 / 1월 / 2월 / 3월 / 4월 / 5월 / 6월 / 7월 / 8월 / 9월 / 10월 / 11월 / 12월 / 가을에 / 겨울 들녘에 서서
제3부 1993~2004
눈 / 흐르고 흘러서 / 음악 / 열매 / 낙엽 / 무엇을 쓸까 / 하늘의 시 / 어떤 날 / 무심히 / 속구룡사시편續龜龍寺詩篇 / 겨울 노래 / 기다림 / 고죽도苦竹圖 / 책장을 넘기며 / 나를 지우고 / 길 하나 / 보석 2 / 이별의 날에 / 유성 / 눈물 / 젖은 눈 / 바람에 흔들리며 / 겨울의 끝 / 푸르른 하늘을 위하여 / 신념 / 가을 빗소리 1 / 힘 / 폭포 / 타잔 / 밤에 호올로 / 휴대폰 1 / 휴대폰 2 / 야간 산행 / 법에 대하여 / 사고 / 새로운 신 / 곧은 길 / 봄은 전쟁처럼 / 서울은 불바다 1 / 쇠붙이의 영혼 / 물의 사랑
제4부 2005~2006
날씨 / 들꽃 / 학교 / 성좌星座 / 감자를 캐며 / 딸에게 / 자화상 / 은산철벽 / 잎새 / 맥박 / 명품 / 풍장風葬 / 산다는 것은 1 / 심야深夜 / 화폐 / 키스 / 향기 / 기러기 행군 / 고향은 / 노래하리라
제5부 2007~2012
사리舍利 / 마라톤 경주 / 고드름 / 한생 / 안테나 / 달 / 시詩로 보는 태극기 / 천문대 / 매장埋葬 / 치매 1 / 동안거冬安居 / 팽이 / 강설降雪 / 피항避港 / 간첩 / 철새 / 비행운飛行雲 / 구름 / 일몰日沒 / 푸른 스커트의 지퍼 / 화산 / 타종打鐘 / 이데올로기 / 암초 / 손목시계 / 파도는 / 울음 / 표절 / 생이란 / 산다는 것은 2 / 개미 / 그렇지 않더냐 / 깃발 1 / 산불 / 새 2 / 새 3 / 새 6 / 새 7
제6부 2013~2017
한 철 / 파도 소리 / 사랑한다는 것은 / 바람 / 가을 오후 / 돌 / 0 / 1 / 2 / 3 / 다랭이 논 / 이라크 전쟁 / 허술 / 사막 / 수부水夫 / 페트병 / 철새 / 깃발 2 / 종鐘 / 주민등록번호 / 십자가 무성茂盛 / 과속 / 피 한 방울 / 가을 빗소리 2 / 별 1 / 나비 / 용접 / 그 도요새는 어디 갔을까 / 북양항로北洋航路 / 다만 바람이 불었다 / 모래성 / 발자국 / 동화童話 / 한 생애 / 모닝 콜 / 꽃눈 / 제왕절개 수술 / 야간학교 / 당신의 부지깽이는 어디 있나요? / 꽃밭 풍경 / 주목朱木 / 술잔 / 화장火葬 / 인민재판 / 비빔밥 / 혁명재판 / 온난화溫暖化 / 문장文章
제7부 2018~
찰칵 / 은하수 / 좌탈입망坐脫立亡 / 겨울 산 / 딜레이트 / 말에 대하여 / 옷 한 벌 / 윤회輪廻 / 연명치료 / 갈필渴筆의 서書 / 바람의 시 / 출옥 / 치매 2 / 별 2 / 풍경風磬 / 나목裸木 / 노숙자 / 바람 불다 / 매미 / 어두운 등불 아래서 / 아, 대한민국 2022년 / 유학留學 / 사람 인人 / 환청幻聽 / 폐결핵 / 소천召天 / 4차 백신 접종 / 총은 한 방이다 / 부끄러움 3 / 부끄러움 5 / 부끄러움 6 / 부끄러움 7 / 부끄러움 9 / 부끄러움 12 / 부끄러움 15 / 어떤 날 / 심판 / 수혈輸血 / 봄비 소리 / 이슬 / 호수 / 누가 / 너를 위해 내가 죽고 / 적멸 / 무게 / 한 철은 석 달 / 카센터에서의 명상 / 가뭄 / 시를 쓰면서 / 해후 / 비상飛翔 / 부정맥 / 파도 / 거짓말 / 골프를 치며
제8부 꽃과 동물의 시
설화雪花 / 해당화 / 매화 / 배롱 꽃 / 아카시아 / 치자꽃 / 원추리꽃 / 구절초 / 억새꽃 / 도라지꽃 / 탱자꽃 / 코스모스 / 튤립 / 백합 / 모란 / 달리아 / 칸나 / 벚꽃 / 양귀비꽃 / 연꽃 / 안개꽃 / 소 / 말 / 돼지 / 낙타 / 개 / 당나귀 / 쥐 / 두더지 / 소쩍새 / 닭
제9부 문명 답사시
미국편
햄버거를 먹으며 / 직선은 곡선보다 더 아름답다 / 9자 한 자를 손에 들고 / 체크 / 아이스 워터 / 왜 콜라를 마시는 것일까? / 성조기 / 갖가지다 / 유나봄버 / 뚱보의 나라 / 메이 아이 헬프 유? / 수sue / 굽이굽이 계곡을 돌면 / 노여움 가시면 슬픔이 있듯 / 브루클린 가는 길 / 텔레그라프 / 항구 난트켓 / 애슐랜드에서 / 나파의 와인은 쓰다고 하더라 / 가자 라스베이거스로
한국편
백두산白頭山 / 지리산智異山 / 한라산漢拏山 / 금강산金剛山 / 태백산太白山 / 덕유산德裕山 / 설악산雪岳山 / 계룡산鷄龍山 / 오대산五臺山 / 내장산內藏山 / 마니산摩尼山 / 경주慶州 남산南山 / 압록강鴨綠江 / 두만강豆滿江 / 한강漢江 / 낙동강洛東江 / 금강錦江 / 섬진강蟾津江 / 임진강臨津江 / 만경강萬頃江 / 마라도馬羅島 / 울릉도鬱陵島 / 흑산도黑山島 / 백령도白翎島 / 나로도羅老島 / 연평도延坪島 / 독도獨島
실크로드 시편
진시황릉에 올라 / 둔황석굴 / 타클라마칸 건너며 / 카스 지나며 / 아아, 파미르 / 쿤자랍 패스 / 훈자에서 / 베샴 지나며 / 라호르성城 / 간단 사원에서 / 강링을 불어보리 / 샹그릴라 / 호도협 / 차마고도 / 포탈라궁에서 / 남초호에서 / 히말라야를 넘다가 / 스와얌부나트 스투파 / 푼힐의 일출日出을 보며 / 디아를 띄우며 / 녹야원에서 / 타지마할 / 타쉬라바트에서의 하룻밤 / 이식쿨 호수에서 / 탈라스 강가에 앉아 / 아프라시압 언덕에 올라 / 샤흐리삽스 / 히바에서 / 페르세폴리스 / 침묵의 탑 / 이스파한 / 메이든 탑 / 카스피해에서 / 텔라비 지나며 / 스탈린 생가 앞에서 / 바투미에서 / 알라베르디 / 아흐파트 수도원 / 아라라트산 / 아르메니아 제노사이드 메모리얼 / 넴루트에 올라 / 트로이 가는 길에 / 이스탄불
제10부 시조
학생 / 바닷가에서 / 밀회 / 사계첩운四季疊韻 / 백두산에 올라 / 정인情人 / 강물 한 짐 / 기다림 / 하직 / 감응感應 / 소식 / 또 하루 / 시작 사우詩作四友 / 바위 / 석굴암石窟庵 석불石佛 / 봄날 / 해빙 / 춘곤春困 / 꽃잎 / 이별 / 춘설春雪 / 여자가 되는 / 여자 / 논개論介 / 숭례문崇禮門 / 광한루廣寒樓 / 영광靈光 / 장성長城 / 전주全州 / 마령馬靈 지나며
■ 시인 연보
■ '시인의 말' 중에서
공자孔子는 자신이 선별해서 『시경詩經』에 수록한 시 300여 편을 두고 이를 한마디로 ‘사무사思無邪’라 하였다[子曰 詩三百 一言以蔽之曰 思無邪]. 방자하게도 나 또한 공자의 흉내를 한번 내보고자 한다. 그러나 나의 시도 과연 ‘사무사’에 가까울 수 있을 것인가. 설령 그렇지 못하다 하더라도 여러분들은, 그 같은 마음의 자세를 견지하려고 지금까지 노력해왔던 한 시인의 애잔한 시작 생애에 차라리 연민의 박수를 보내주시기 바란다.
이 선집에 수록된 400여 편의 시들은 모두 나 자신이 고른 것들이다. 주관적 시안詩眼이기는 하나 지금까지 쓴 시들 가운데서는 그나마 좀 나아 뵈는 것들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의식한 것이 있다면 이 시선집에서 연시戀詩들은 일절 배제해버렸다는 사실이다. 수년 전, 연시들만을 모아 『77편, 그 사랑의 시』(황금알, 2023)라는 제호의 시선집을 상재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다작多作인 탓에, 그간 나는 내 시의 전편을 시집으로 구해서 읽어보기 힘들어했던 독자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분들에게 이 시집이 다소의 어떤 도움이 되어줄 수 있다면 나름의 보람으로 생각하겠다.
■ 시집 속으로
꽃씨를 묻듯
꽃씨를 묻듯
그렇게 묻었다,
가슴에 눈동자 하나.
독경을 하고, 주문을 외고,
마른 장작개비에
불을 붙이고,
언 땅에 불씨를 묻었다.
꽃씨를 떨구듯
그렇게 떨궜다,
흙 위에 눈물 한 방울.
돌아보면 이승은 메마른 갯벌,
목선木船 하나 삭고 있는데
꽃씨를 날리듯
그렇게 날렸다,
강변에 잿가루 한 줌.
낙엽
이제는 더 이상
느낌표도 물음표도 없다.
찍어야 할 마침표 하나.
더할 수 없는 진실의
아낌없이 바쳐 쓴 한 줄의 시가
드디어 마침표를 기다리듯
나무는 지금 까마득히 높은 존재의 벼랑에
서 있다.
최선을 다하고
고개 숙여 기다리는 자의 빈 손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빛과 향으로
이제는 신神이 채워야 할 그의 공간.
생애를 바쳐 피워 올린
꽃과 잎을 버리고 나무는 마침내
하늘을 향해 선다.
여백을 둔 채
긴 문장의 마지막 단어에 찍는
피어리어드.
시를 쓰면서
원고지가 그러하다.
한생, 무명 속 헤매는 나그네를
인생이라 하지 않던가.
한밤중 불빛이 없으면 길은
있어도 없는 것.
그러니 흐르는 물처럼 유장流長하다고 말하지 마라.
한 줄의 시행은
물이 아니고 불이다.
한순간 부시 깃이 부싯돌과 부딪혀
만들어내는 섬광처럼
암흑 속에서
흰 백지와 검은 펜이 부딪혀 만들어내는
그 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