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를 통해 인생을 배워가는 아버지와 두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명우 로버트 레드포드의 3번째 감독 작품인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는 젊은 시절 로버트 레드포드를 빼어 박은 듯한 브래드 피트의 풋풋한 연기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1990년에 사망한 전설적인 장로교 목사 노먼 맥클린의 자전적 이야기입니다. 맥클린이 원작을 레드포드에게 건네 준 것은 1980년이었고, 헐리우드의 제의를 일축해 오던 맥클린이 1990년 각본의 초고를 보냈지만, 그것은 그가 죽기 며칠 전이었습니다.
* 몬태나주의 아름다운 협곡을 배경으로 멋진 화면, 허공을 가로 지르는 낚시 줄이 정감이 가는 인상적인 영화
영화 제목에서 풍기듯이 흐르는 강은 인간의 삶을 상징합니다. 우리의 삶은 그냥 한자리에 머루는 것이 아니라 강물처럼 흘러간다는 것. 리버런드 맥클레인(톰 스커릿), 큰아들 노만(크레이그 쉐퍼)과 작은아들 폴(브래드 피트)의 삶이 흐르는 강물처럼 사랑과 죽음이 자연스럽게 찾아오고 가치관의 변화가 옵니다. 강에서의 낚시는 아버지와 아들들의 관계를 은유합니다.
이 영화의 중심인물인 두 형제는 아주 다른 성격을 보입니다. 권위적인 기독교 집안에서 아버지는 두 형제에게 절대적인 존재로 비칩니다. 아버지의 성격은 감정표현을 가능한 한 억제하고 원칙을 고수하며 아들들의 칭찬에 인색하지만 그의 엄격한 모습 뒤에는 낚시에 대한 열정과 문학, 시에 대한 사랑, 두 아들에 대한 깊은 애정이 아버지의 마음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형 노먼은 목사인 아버지의 말에 대체적으로 순응하지만 동생 폴은 아버지의 말을 따르지 않고 반항하는 성격입니다. 두 형제의 성격은 자라나면서 더욱 차이가 납니다. 아버지의 말에 항상 복종하는 노먼과 달리 아버지의 그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던 폴은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다가 길에서 폭행을 당해 죽음을 당합니다.
신을 철저하게 믿고 따르며 순종하는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으로 삶의 무상함을 느낍니다. 이러한 아버지의 심정은 아들 폴의 죽음을 회상하는 데에서 나타납니다. 작은 감정조차 좀처럼 드러내지 않던 아버지는 폴이 죽고 난 후에야 “그(작은 아들)는 아름다웠다”라고 말합니다.
아버지는 교회 강단에서 “우리는 상대방이 도움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오히려 때론 그들이 원하지 않은 도움을 주곤 합니다. 그러나 우린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없다 하더라도 서로를 사랑할 순 있습니다.”라고 지난날을 회상합니다. 이 말은 평소에 완고하고 엄격했던 아버지가 폴이 죽음에 대해 뉘우치고 후회하는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드러낸 것입니다.
영화에서 ‘낚시’는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지닙니다. 낚시는 가족이 모이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세 사람의 정신이 함께 융합되는 자리입니다. 아버지와 두 형제의 서로 다른 개인적 성향도 낚시를 하는 그 순간만은 모두 하나가 됩니다. 평소 융화되지 못하고 의견충돌로 갈등했던 아버지와 아들은 낚시를 하면서 모두 하나가 되는 겁니다.
변함없이 흐르는 강물과 눈부시게 움직이는 낚시 줄이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이처럼 우리들 인생도 조화를 이룬다면 아름다울 것 같기도 합니다. 강물이 흘러 바다에 닿듯이 우리 삶이 흘러 마지막으로 닿는 곳은 어디일까요. 우리 모두 자연의 섭리로 결국 죽게 되지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한번 생각하게 하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 형(왼편)과 동생 브래드 피트
< 영화 마지막, 늙은 노먼의 독백,로버트 레드포드의 내레이션입니다 >
“서부 몬태나의 많은 훌라잉 낚시꾼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저녁에 시원해 질 때까지 낚시를 시작하지 않는다. 서부 몬타나의 여름 낮은 거의 북극이나 마찬가지로 길기 때문이다. 서늘한 저녁이 되면 협곡의 어스름 속에서 모든 존재가 내 영혼과 추억들과 블랙풋 강의 소리들과 네 박자 흐름과 물고기가 올라오기를 희망함과 함께 서서히 희미해진다. 마침내 일체는 어둠에 묻힌다.
그리고 그 어둠을 관통하여 강물이 흘러간다. 강은 대홍수로 인해 생겼다. 그리고 태초부터 존재한 바위들 위로 흐른다. 어떤 바위들 위에는 빗방울이 끊임없이 떨어진다. 바위들 밑에는 말(언어)들이 있다. 어떤 말들은 그 바위들의 말이다.
강물은 내 마음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Like many fly fishermen in western Montana where the summer days are almost Arctic in length, I often do not start fishing until the cool of the evening.
Then in the Arctic half-light of the canyon, all existence fades to a being with my soul and memories and the sounds of the Big Blackfoot River and a four-count rhythm and the hope that a fish will rise. Eventually, all things merge into one, and a river runs through it.
The river was cut by the world's great flood and runs over rocks from the basement of time. On some of those rocks are timeless raindrops. Under the rocks are the words, and some of the words are theirs. I am haunted by waters.“
※ great flood란 마지막 빙하기 말인 15000~13000년 전 수십 차례 발생했던 Missoula 대홍수(The Missoula Floods)를 말합니다. 이 대홍수는 빙하가 ice dam 형태로 쌓여 있다가 파열하면서 일으켰다고 합니다.
[ 명배우이자 명감독 그리고 지성인 로버트 레드포드 ]
정말이지 반듯한 얼굴입니다. 어찌보면 변칙적인 구석이 전혀 없을 것 같은 이미지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실제로 만나본다면 재미가 없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얼굴에서 느껴지는 지성과 의지는 로버트 레드포드에게 강력한 매력을 선사합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강물 같은 그의 눈망울에서는 사람의 마음 깊은 곳을 터치하는 호소력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건조한 듯 울림 있는 그의 음성은 삶의 깊이를 전하기엔 안성맞춤이고. 그래서 지금껏 그가 출연했거나 감독한 영화들은 가벼운 작품이 없었습니다. 그는 매번 영화에 삶의 깊이를 담아냈다는 평을 받아 왔지요.
사실 젊은 시절의 로버트 레드포드보다는 어느 정도 나이가 들었을 때의 로버트 레드포드가 더 매력적인 것 같기도 합니다. <스팅>이나 <내추럴>에서의 로버트 레드포드는 젊은 핸섬가이지요. 젊은 그가 풍기는 매력은 너무나 반듯해서 살짝 질리는 감이 없지 않아 있기도 합니다.
* <스팅>에서 폴 뉴먼과
그러나 <호스 위스퍼러>나 <라스트 캐슬>, <스파이게임>의 로버트 레드포드는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와 진한 인상을 남깁니다. 그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더 멋있어지는 사람이죠.
눈가의 잔주름이 오히려 그의 매력을 배가시켜주는 것 같습니다. 그가 분했던 <호스 위스퍼러>의 톰 부커, <라스트 캐슬>의 유진 어윈, 그리고 <스파이 게임>의 네이단 뮈어는 정말이지 잊을 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누구나 남자로써 어느 정도 나이가 들었을 때 그와 같은 모습으로 서 있고 싶지 않을까요? 온 몸으로 겪어낸 삶 속에서 쌓여진 지혜가 서려 있는 그의 눈빛은 인간적인 신뢰를 주지 않고는 못배기게 만듭니다. 부드러운 미소 속에서 역설적으로 배어나는 카리스마는 왠지 모를 존경심을 품게까지 합니다.
*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메릴 스트립과
< 배우와 감독으로서의 그의 삶 >
193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태생인 로버트 레드포드는 고등학교 시절 예상 밖으로 말썽도 꽤 피우는 문제아였다고 합니다. 20대 시절 세계 각국을 여행하면서 방랑아 생활을 하였던 로버트 레드포드는 자신의 끼를 살려 연극무대에 첫 데뷔하였으며 1960년대 초부턴 미국의 인기 TV 드라마에 조연으로 출연하며 영화배우로서의 첫 발을 내밀게 됩니다.
그리고 1967년 제인 폰다와 같이 출연한 <맨발로 공원을> 이란 작품으로 로버트 레드포드는 스타로 도약하게 됩니다.
* <호스 위스퍼러>에서
금발에 전형적인 미국의 젊고 잘생긴 청년상을 보여준 로버트 레드포드는 이후 폴 뉴먼과 콤비로 나온 <내일을 향해 쏴라>,<스팅>,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출연한 <추억>,그 외 <머나먼 다리>, <위대한 개츠비>,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등의 영화로 1970년대 미국에서 최고의 인기와 흥행을 기록한 배우였으며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나온 그의 출연작들도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각국에서 상당히 높은 인기를 누리며 많은 나이에도 로버트 레드포드는 여전히 대스타였죠.
하지만 인기 영화배우로서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로버트 레드포드는 더 앞서 나갑니다. 1980년대부턴 자신이 직접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기도 하였으며 영화 <보통 사람들> 로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품상을 거머쥐는 명예를 누리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한발 앞서가 무명의 영화 감독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선댄스 영화제"의 창립자이기도 합니다.
* <라스트 캐슬>에서
명배우라는 칭호를 얻기 위하여선 지금 아무리 잘 나가는 배우라도 나이가 50이 넘어서도 꾸준하게 좋은 작품에 계속 나와야 합니다. 몇 개의 작품에서만 반짝 뜨고 사라지는 배우들이 너무 많은 할리우드의 세계에서 해리슨 포드, 브루스 윌리스, 데니스 퀘이드, 실베스터 스탤론, 톰 크루즈 같은 배우가 지금도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지요.
이런 면만 보더라도 로버트 레드포드는 당연히 명배우 중 명배우라고 할 수 있지요. 그가 감독한 브래드 피트의 출세작 <흐르는 강물처럼>,2001년도에 개봉한 <스파이 게임>, <라스트 캐슬>에서 보여준 로버트 레드포드의 카리스마는 여전히 대단하고 멋졌습니다.
*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성팬들에게 높은 지지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로버트 레드포드는 다른 헐리우드 톱스타들과는 달리 사생활 면에서도 상당히 모범적이었습니다. 지금은 이혼하였지만 무명시절 결혼한 첫번째 부인과는 거의 40년에 가까운 결혼 생활을 유지하였으며 젊고 잘 나가는 시절에도 그 흔한 스캔들조차 하나도 없었던 로버트 레드포드였습니다.
영화배우로서 뿐만 아니라 환경 운동가로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로버트 레드포드이며 현재도 젊은 영화배우들과 관계자들이 가장 존경하는 배우로서 로버트 레드포드는 빠지지 않을 정도로 그는 미국인들이 원하는 건강한 헐리우드 스타의 삶을 몸소 보여주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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