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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9
도치씨의 휘어진 낚싯대를 본 주위의 꾼들이 파리 떼처럼 몰려들었다.
처음 보는 양어장 풍경이었다.
한참 실랑이하던 도치씨의 대 끝에서 물이 뒤집히며 검은 물체의 주둥이가 솟아올랐다. 어린아이 주먹하나는 족히 들어 갈 주둥이를 보고 몰려든 꾼들 중 한 사람이 소리쳤다.
“와! 이무기다!”
“이 사람아 양어장에 무슨 이무기가 있냐?”
“그럼 뭐야? 무섭다!”
“악어만 한갑다!”
몰려든 꾼들의 호들갑 속에 관리인이 가져 온 뜰채로 담아 낸 것은 1m에 육박하는 백연어였다.
놀라서 입을 벌리고 백연어를 쳐다보던 사람이 물었다.
“노형! 무슨 미끼 썼수?”
도치씨는 웃으며 말했다.
“지렁이요!”
“뭐? 지렁이?”
도치씨가 지렁이라고 말하자 백연어를 보고 폰카메라에 담던 사람, 호들갑으로 응원하던 사람, 넋을 놓고 구경하던 사람 모두 삽시간에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잠시 후 양어장 낚시터는 순식간에 개미새끼 한 마리보이지 않았다. 양어장낚시터 매점에서는 지렁이를 팔지 않았으므로 모두 지렁이 사러 간 것이다.
한참 후 자리를 떠 났던 사람들이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 지렁이로 미끼를 바꿔 달 동안 도치씨는 혼자서 양어장을 지키며 믿을 수 없는 결과를 얻었다.
30분도 안 돼 한 마리의 거대향어와 쟁반만한 세 마리의 떡붕어 그리고 70cm에 육박하는 한 마리의 찬넬메기를 끄집어냈다.
도치씨는 양어장꾼들이 구입해 온 지렁이로 미끼를 바꿔 다는 것을 본 후, 슬그머니 남은 지렁이를 얼른 물속에 넣어버렸다. 분명히 골치 아픈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인데 도치씨가 지렁이를 물속에 넣자 지렁이를 넣은 자리의 물이 갑자기 뒤집히고 끓어올랐다. 도치씨는 잡았던 고기를 전부 방류하고 얼른 자리를 떠났다.
도치씨는 돌아오면서 핸들을 잡은 체 곰곰 생각했다.
잉어는 가끔 동물성 먹이를 먹기도 하지만 향어는 절대 동물성 먹이를 먹지 않는 어종인데 제비배설물로 사육한 지렁이에 향어가 붙었다는 것에 도치씨는 고무됐다.
그때부터 도치씨는 제비에 미치기 시작했다.
무슨 일에나 한번 빠지면 걷잡을 수 없는 도치씨다. 도치씨는 낚시 방에 틀어 박혀 두문불출했다. 2주 동안 낚시도 가지 않았다. 오로지 제비배설물로 만든 미끼연구에 빠졌다. 아니 미쳐 있었다.
제비에 관한 인터넷의 자료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으나 도치씨는 나름대로 수집한 정보를 정리했다. 그 속엔 제비에 얽힌 전설 같은 이야기도 많았다.
옛날 어느 마을에 제비를 싫어하던 사람이 있었다.
처마 밑에 제비가 집을 지으면 눈에 띄는 족족 부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처마 밑의 가려진 서까래 위에 제비가 집을 짓고 알을 낳아 놓은 것을 발견했다. 주인은 제비의 알을 먹어버렸다. 며칠 뒤 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제비 알을 먹었던 주인을 큰 뱀이 삼켜버렸던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는 시집못간 처녀가 제비 알을 얼굴에 바른 후 장군의 아내가 되었다는 설도 있고, 제비깃털을 태워 얼굴에 바르고 적진에 들어가서 적장의 목을 베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눈에 띄지 않았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다. 제비가 물고 온 박씨로 부자가 되었다는 우리나라의 흥부전은 한마디로 양반이었다.
어쨌거나 제비는 신비하고 영험한 새임엔 틀림없다고 도치씨는 믿었다.
과학으로 증명할 순 없었지만 도치씨의 이런 판단은 근거가 있었다.
오징어나 갈치 같은 비늘이 없는 물고기들은 살아 있을 때 보호색을 띄며, 도미나 흰 살 어류들은 껍질을 벗겼을 때 무지갯빛을 띈다. 허지만 죽으면 그러한 빛과 색은 소멸한다. 허지만 제비는 완전히 부패하기 전까지 광채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오히려 죽으면 더 투명한 오색을 띄는 제비도 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의 제빗과 칼새가 그렇다는 기록이 있다.
도치씨가 드디어 신 개념미끼 F9를 만들었다.
연구초기엔 제비고기로 낚시미끼를 만들면 좋겠다는 발상을 했으나 길조인 제비를 남획할 수도 없고, 죽은 제비를 구하기도 쉽지 않아 제비배설물을 발효해서 발명한 것이 F9이다.
F9은 fishing의 F와 그의 ID 9를 합성한 이름이다.
도치씨는 발효제비배설물인 F9으로 여러 가지 미끼를 개발했다. F9에 어묵을 적절히 배합해서 민물용떡밥과 바다용미끼 그리고 루어용 웜을 만들었다.
민물용 미끼는 제비배설물과 어묵을 저온건조시켜 분말로 만들었지만 바다용미끼는 냉동어묵을 혼합하여 새우. 미꾸라지. 배도라치. 홍지렁이. 크릴 등의 다양한 미끼를 만들었고 루어용으로 여러 가지 모형의 스푼타입과 웜을 만들었다.
도치씨는 미꾸라지를 넣은 수조에 차례차례 자신이 개발한 미끼를 투여했다. 미꾸라지들은 F9를 수조에 넣자마자 환장했다. 뒤엉켜 일대 소동을 벌리는 광경이 장관이었다.
도치씨는 흥분했다.
이제 실전하는 것만 남았다.
도치씨는 몇 주 만에 혜림에게 전화를 했다.
“혜림누나. 잘 있었어?”
“오. 도치구나. 왜 그렇게 연락도 없었니? 무정하구나. 난 도치마음이 변질했나 했다.”
“에이! 누나 사람 마음이 그렇게 죽 끓듯 해서 쓰냐? 나 그동안 아주 기막힌 무기개발 했다.”
혜림이 깜짝 놀랐다.
“뭐? 무기? 수소폭탄 같은 거니? 김정은이 놀래 자빠지겠다 애!”
“누난? 내가 핵무기를 어떻게 개발 하냐?”
“그럼 F9가 뭔데?”
혜림이 답답할 정도로 도치씨가 뜸을 들이고 말했다.
“낚시미끼야! 전천 후 미끼!”
“뭐야? 그럼 황소우럭 또 잡겠네?”
“황소우럭이 뭐야? 그건 게임도 안 돼. 나랑 고래 잡으러 가자!”
혜림이 고래란 말에 말문이 막혔는지 아니면 기가 막혔는지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도치씨가 단호하게 말했다.
“갈 거야? 말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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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기 이름도 잘아시고 제비에대한 박사이십니다.
그렇게 미끼가 좋은줄 몰랐네요.
그런데 오늘 지렁이 독났겠어요~ 도치의 말 한마디에요.
우아영이보다 혜림 누나를 먼저 찾는걸보니 더 좋아 하는군요..
도치씨때문에 문제가 많습니다...ㅋ
우아영이보다 혜림이 편하지 않을까요?
젠틀맨님은 연상 싫어하세요?...ㅋㅋㅋㅋㅋ...하나 드릴 수도 있디던데....도치씨가요....ㅋ
오늘도 행복한날되세요
신개념 미끼 얼마나 좋기에
그렇게도 큰고기가 나올까
낚시 전문가치고 박사네요..
ㅎ
네 고맙습니다 좋은밤되세요
고기 이름도 잘알고 미끼도 잘만들고.
낚시의 일인자 양어장 주인 코웃음치던 모습
백연어가 나와 주인 코를 납작하게 했슴니다.
제미있게 잘보았슴니다.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오늘밤도 눈이 온다던데...눈이 기다려지지 않는 나이가 된것 같아 무상함을 느낍니다
천일염님도 편한 밤되세요
낚시에대한 연제 소설 제미있게 잙 보았슴니다.
고기가 얼마나 큰지 욕심나네요..
김영이님
오랜만이네요. 잘계시죠?
새해엔 소원소망 다 이루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