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국민(90.3%)-공직자, 도덕적으로 문제 있으면 사퇴해야
'젊은 사고'를 강조하며 야심차게 내 놓은 이명박 대통령의 40대 총리 기용은 시작부터 실패로 돌아간 듯 하다. 청문회를 앞 둔 현재 '젊음과 참신성'을 앞세웠던 김태호 총리 내정자에게 남아있는 것은 '젊음' 뿐이며 '참신성'은 만신창이가 된 지 오래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그의 참신함보다 어쩌면 그렇게 젊은 나이에 그렇게 다양한 유형의 비위에 연루될 수 있었을지가 오히려 신기할 정도이다.
요즘 국민의 의식은 '위장전입은 기본 사양, 탈세나 논문표절 허위사실 유포 같은 각종 비리는 선택사양' = '이명박 정권의 고위 공직자'와 같은 의미의 등식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그야말로 자고 나면 터져 나오는 의혹들을 보자니, 참여정부 시절 고위 공직자에 대해 높은 도덕성을 요구했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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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공직자 도덕성에 관한 국민의식조사 이 조사 결과는 2005년 5월 리서치플러스에 의해 조사되었고 한겨레가 보도하였다. |
ⓒ 한겨레 기사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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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5년 전인 2005년 우리 국민의 90.3%는 "능력이 있더라도 도덕성에 문제가 있으면 고위 공직자에 임명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변했다(2005년 5월 13~14일 리서치플러스 여론조사결과, 5월 16일 한겨레 보도). 이 조사에 따르면 참여정부 시절 국민의 78%는 과장 직급 이상의 공직자에게 일반인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고 답변했고 88%는 장관급 이상의 고위 공직자에게는 완벽에 준하는 도덕성이 요구된다고 답변했다.
이런 수치는 다른 선진국 국민 얘기가 아니라 바로 5년 전 우리 국민이 참여정부의 공직자에게 기대했던 도덕적 기대치였다. 만약, 오늘날 이명박 정부 고위 공직자에 대한 도덕적 기대치를 같은 문항으로 조사한다면 어떤 수치가 나올지 자못 궁금하지만, 우리 국민이 김대중-노무현 집권시절과 현 정권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이율배반이라고 밖에 할 수 없을 만큼 이중적이고 편파적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집권 시기, 고위 공직자 도덕성 논란 사례
<김대중 정부>
1999년 손숙 환경부 장관은 취임한지 한 달여 만에 장관직에서 사퇴했는데 대략적인 내막은 다음과 같다.
장관 업무 개시를 앞둔 모스크바의 마지막 공연석상에서 전경련 측은 공개적으로 2만 달러의 후원금을 전달했고 손숙 장관은 돈 봉투를 즉석에서 공연 관계자에게 전달함으로서 국내 언론에도 훈훈한 미담으로 보도되기까지 했는데, 중앙 등 일부 보수 언론이 "돈 봉투를 받은 것이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 이었다"고 보도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급변하였다. 결국 여론이 악화되자 손 장관은 "대통령에게 누를 끼칠 수 없다"며 장관직을 사임하였다.
2002년 7월과 8월에는 장상 국무총리 내정자와 장대환 국무총리 내정자가 위장전입 등의 비위 사실이 드러나 잇달아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에게 제기됐던 의혹은 이명박 정부 고위 공직자의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그야말로 깜도 안 되는 미미한 사안에 불과했었다.
<노무현 정부>
이기준 교육부총 리나 이헌재 경제부총리 강동석 건교부 장관 등이 위장 전입 등의 의혹이 불거지자 모두 장관직에서 사퇴하였고, 2006년 이해찬 총리는 3.1절 골프 파문이 확산되면서 전격 사퇴했다.
총리 사퇴를 몰고 온 3.1절 골프의 대략적인 내막은 '운동권 출신의 이 총리가 3.1 독립만세기념일에 골프를 즐겼다'는 도덕적인 이유와, 같이 라운딩한 상대가 대한제분 등 영남지역 기업인들로 청탁과 도박의 의혹이 있다는 것이었다. 한나라당은 이 총리를 즉각 검찰에 고발했고, 이 총리는 보수와 진보를 망라한 여론의 사퇴 압력에 굴복해 "청탁과 내기 골프 등에 대해서는 떳떳하지만 부주의한 처신으로 대통령께 누를 끼쳐서 죄송하다"며 총리직을 사퇴했다.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골프 모임과 관련해 이 전 총리 등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기 어렵고 내기 골프도 도박죄를 적용할 수준은 아니다"며 무혐의 종결하였다.
이율배반적인 국민의 도덕성 평가 잣대
개각 전후로 이어진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의하자면 이번 개각은 민생중심이며, 젊은 사고이며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한 "공정한 사회"가 공염불이 아니었다면 최소한의 도덕성 검증이 이루어져야 했다. 너무 많아서 일일이 거론하기도 벅찬 이번 청문 대상자들의 주요 의혹을 제목만 살펴봐도(아래) "어떻게 이럴 수가?" 싶을 만큼 충격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은 수차례의 위장전입 자녀의 위장 취업 등 다양한 탈. 불법 이력을 지닌 대통령 덕분인지, 공직자들의 도덕적 하자에 대해 관대하거나 아주 무관심하다. 조금 부패하더라도 '경제 만큼은 반드시 살리겠다'니까 두눈 질끈 감고 지지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대통령 임기 절반을 지난 지금은 서민가계에 조금이나마 희망이라도 품어 볼 수 있어야 하지만, 서민가계의 장래는 여전히 암울하고 중산층은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불과 5년 전 고위 공직자들에게 완벽에 가까운 도덕성을 잣대로 가혹한 비난을 주저하지 않았던 우리 국민이 이 정권 인사의 비리에 대해서는 이토록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확실히 이율배반적이다.
며칠 전 성폭행 전담 여검사의 강연 내용을 소개했던 기사가 떠오른다. 강연에서 여 검사는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가해자에 의존하는 안도 심리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단다. 혹시 우리 국민들도 부패하지만 스스로 "유능하다"고 포장하고 있는 그들이 자신을 위해 무언가 해줄 수 있다고 믿으며 억지로 스스로를 달래고 있는 것은 혹시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심하다. 도대체 누가 5 년 전 추상같았던 우리 국민의 도덕의식을 체념상태에 이르도록 야금야금 갉아먹은 것일까?
청문회 대상자들에 제기된 주요 의혹들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
- 2007년 4월,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하여 수 만 달러를 수수한 의혹
- 학위 논문 중복 기재 의혹
- 경남지사 재직 시 부인에게 관용차와 공무원 기사 제공
- 공직자 재산등록 허위기재 11회 등
신재민 문화체육 관광부장관 내정자
- 부인의 위장취업 의혹
- 일산 아파트 양도소득세 1억원 탈루 의혹
- 미성년 자녀의 펀드 보유와 관련한 증여세 탈루 의혹
- 5회의 위장전입
이재훈 지식경제부장관 내정자
- 쪽방 촌 투기의혹
이현동 국세청장 내정자
- 위장전입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
- 위장전입
- 노무현 차명계좌 발언 등 허위사실 유포
- 천안함 유족 비하발언, 물대포 발언 등 경찰청장으로서의 자질 부족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 내정자
-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으로 세종시 수정 안과 4대강 사업을 주도하여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문책으로 사퇴한 인사가 한 달 여 만에 재 입각
- 자녀의 국적포기
- 위장전입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
- 허위학력 논란
- 국민권익위 홍보비 전용 의혹
- 청년실업 망언 등 자질논란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 내정자
-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
- 친인척 기업 특혜시비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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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 기사 작성하다 보니...
이명박 정권 개각 한번에 불거진 비리가,
김대중, 노무현 집권 10년간 불거진 비리보다 더 많은 것 같네요...
그래도 정권 지지율이 50%에 육박하다니..
뭐 이런 개같은 나라가 다 있나요
이번 지방 선거결과를 봐도 그렇고, 전체적인 여론을 봐도 그렇고, 50%에 육박한다 그 지지율은 오류가 있는 수치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나 한국 메이저언론에 나오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수치는 신빙성에 대해서 의심의 여지가 많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