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얼마 전에 철학자 니체의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에서 니체는 여행자를 다섯 등급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최하급 여행자는 남에게 관찰당하는 여행자입니다. 다음 등급은 스스로 관찰하는 여행자이고, 세 번째 등급 여행자는 관찰한 결과를 체험하는 여행자입니다. 그보다 한 단계 높은 여행자는 체험한 것을 습득해서 계속 몸에 지니고 다니는 여행자이고, 마지막으로 최고 수준의 여행자는 관찰한 것을 체험하고 습득한 뒤에 집으로 돌아와 일상적인 생활에 반영하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삶 안에서 우리 모두 여행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수준으로 살고 있을까요? 수준 낮은 수동적 삶을 살고 있습니까? 아니면 습득한 지혜를 일상에서 남김없이 발휘하며 사는 능동적인 삶을 사십니까?
여행자의 등급처럼 주님의 제자 되는 길 역시 등급을 매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수동적인 삶이 아닌, 능동적인 삶을 살아야 주님의 참 제자에 더 가깝게 다가서게 될 것입니다. 사실 수동적인 삶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남 눈치만 보면서 살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남 하는 대로만 살면서 여기에 굳이 어떤 결정도 내릴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이런 모습을 원하실까요? ‘남’처럼 사는 삶이 아닌 ‘나’처럼 살기를 원하시는 주님이십니다. 그리고 남처럼 사는 삶을 결코 재미있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나만의 삶을 살면서 그 안에서 보고 느끼는 주님의 손길에 동참하며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사랑받기보다 나의 의지를 내세워 사랑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가장 높은 단계의 주님 제가 되는 방법입니다.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축일인 오늘, 복음에서는 필립보가 예수님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라고 청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하느님 아버지를 직접 뵙기를 바라는 필립보의 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왜 이런 말을 했을까요? 힘들고 어려운 예수님과의 전교 활동을 통해 흔들리는 믿음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을 향한 바리사이와 율법 학자를 비롯한 종교 지도자들의 반대를 보면서 주님의 제자가 되는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던 것입니다. 그래서 흔들리지 않도록 하느님 아버지를 직접 보고 싶었던 것이지요.
예수님께서는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면서, 당신의 말씀과 행적을 통해 이미 하느님을 보여주셨다고 하십니다. 이는 우리에게도 하시는 말씀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믿음으로 받아들이면 언제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하시는 주님을 일상 안에서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곧, 주님의 뜻을 세상에 펼치는 주님의 참된 제자가 되는 길입니다.
오늘의 명언: 우린 길을 찾을 수 있어요. 단지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지...(욘 포세).
사진설명: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