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2.
나는 비오는 날을 좋아한다.
일상적으로 빗소리 듣는 것이 나의 소소한 즐거움의 하나다.
평소에 숲에서 듣는 빗소리는 따뜻해진 가슴에 서정적인 감성으로 다가온다.
여우비는 은빛으로 꽂히는 빗줄기가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듯 경쾌한 소리로 들려
비오는 날 오히려 마음이 맑아진다.
또한 고즈넉한 밤에 지붕 창문 나뭇잎 꽃잎 풀잎 돌들에 떨어지는 빗물이 각기 다른 소리로
서로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 낸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으며 잠을 청한다.
어떤 때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컴컴한 하늘이 쫘악 길게 찢어지는 번개, 쭈루루
쏟아내는 하늘의 은빛 내장을 보며 두렵지만 신비로운 환상에 젖어 그 밤을 지새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침대에 누워있는데
어디선가 아련히 꿈속에서 들리듯 동요인 '구슬비' 노래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송알송알 싸리 잎에 은구슬.
조롱조롱 거미줄에 옥구슬"
나는 고운 노랫소리에 귀가 번쩍 띄어 일어났다.
창문 밖을 보니 봄비가 방울방울 서로서로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며 내려오는 것이다.
이 노래는 축복의 언어로 대지 구석구석에 스며든다.
비 한 방울 한 방울이 거룩하고⸴ 고결해 나는 그냥 있을 수가 없어 산책길에 나선다.
우산에 떨어지는 빗물이 입을 동글동글 모아 다음 구절을 노래한다.
"대롱대롱 풀잎마다 총. 총. 총.
방긋 웃는 꽃잎마다 송. 송. 송"
가사도 예쁘고 빗방울 소리가 예뻐서 나도 다음 구절을 따라 부른다.
"고이고이 오색실에 꿰어서
달빛 새는 창문가에 두라고"
어머나! 이번에는 산⸴ 들 바위 나뭇잎 풀꽃 냇물도
다 함께 마지막 구절을 떼창을한다.
"포실포실 구슬비는 종일
예쁜 구슬 맺히면서 솔, 솔, 솔"
노랫소리는 하늘에 먼 산에 메아리가 되어 길게 때로는 짧게 서로 주고받는다.
이 노래는 비 갠 뒤에 수정같이 맑고 화사하고도 눈부신 세상을 만드는 주술 같다.
우리 모두 함께 부른 노랫소리가 비가 온 뒤 온 세상을 연분홍빛으로 빛나게 하는
선율이라 생각하니 얼마나 신기한가.
나는 마음에 감흥이 일어 손바닥에 빗방울을 받으며 희열에 잠겨보다.
◈잔나비 회원 여러분들 건강하시고 즐거운 생활 하십시요,
첫댓글 선배님, 감사합니다~선배님도 건강하시고, 즐거운 날 보내시길 바라며~내일 정모에서 반갑게 뵙겠습니다~
저도 같은 꿈을
꾸는 듯~ 몽롱합니다
아름다운 글에
쉬어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