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빛이 꺼진 암흑 속을 걷는다. 두 팔을 휘적이며 길을 찾아 앞을 향한다.
글을 쓴다. 떠오르는 대로 단어를 나열하고 한꺼번에 달려오는 생각의 무리를
쌓아 놓는다. 마치 어둠을 헤매는 것 거처럼 머릿속이 어수선하기만 하다.
그래도 마음은 설렌다. 오랜 시간을 망설이다가 시작하는 일이기에.
무엇을 담을까 궁리하는 동안 몇 분이 흐르자 페이지가 닫힌다. 로그아웃 된다.
지난달 꽃집을 지나다가 생전 처음 보는 화초에 반해 버렸다. 이름도 키우는 방법도
모르면서 사들고 와 분갈이 후 죽일 뻔한 화이트 스타.
뻣뻣한 잎 때문에 조화인 줄 알고 버리려다가 인터넷 검색으로 생화라는 것을 알았다.
예쁘다는 생각 없이 봤는데 보면 볼 수록 마음에 든다. 필명도 그것으로 정했다.
화이트 스타. 누가 정했는지 이름이 예쁘다.
향이 좋아 키우게 된 치자 꽃도 피고지고를 열 번 하더니 마지막 꽃은 먼저 핀 것들 보다
오래 피어있다. 자세히 보니 마른 상태로 그냥 있는 것일 뿐 이미 시들어 버린 것이다.
아마 물 빠짐이 좋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았다. 활짝 피기도 전에 말라버리다니 화초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 다행히 꽃봉오리가 몇 개 남아있으니 기다려봐야겠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느낀 것이지만 매일의 일상이 화초 키우는 일과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분 좋고 편안하면서 마음까지 화사해지는 고비도 인생의 질곡도 없는
그런 삶. 물론 희망 사항일 뿐이다. 희망이 이루어 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러나 생각해 보면 화초를 키우는 일도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것을
보내야 한 가지를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 세상에 내 생각과 뜻대로 되는 일이 얼마나
되는지 손가락으로 헤아려 본다.
벌써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어제 바라본 내일이 오늘로 다가왔다.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 분주히 보내는 시간들이 또 지나간다. 물 흐르는 속도 보다 빠르게.
나이가 불어 가고 있는 동안 슬쩍슬쩍 몸에도 살이 붙어가고 있었다.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었던 일이다. 헐렁한 옷은 스트레스 거리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만 알 것이다.
그렇지만 심하게 찔 정도까지는 가지 않도록 운동을 해야 할 것 같다. 벌써 몸이 둔
해진 듯하다. 낮에는 집 앞에 있는 운동기구로 나가봐야겠다. 멀지 않은 곳에 있어도
어쩌다가 내켜야 한 번이나 사용할까, 집 밖에 나가는 것도 큰 행사다. 나에게 있
어서는. 게을러서가 아니다. 그저 가장 좋아하는 일이 집에도 있기 때문이다.
봄이다 하는 순간 한여름이 다가와
태풍 치듯 세찬 바람이 불어
나무를 흔들고 베란다 창문을 세차게 쳤다.
시곗바늘은 제 걸음을 걷고
달력의 숫자는 웃는데
계절의 속도는 숨이 차오른다.
20170508
첫댓글 하루를 살면서
좋은시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녀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녀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초 하나 하나 키우는 재미지만. 화초가꾸기도 어려워요
그러게요. 올 여름 역시 많은 것을 보냈어요.
그래도 장미가 한 송이 피었어요.
산들애님 다녀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루을 살면서 문우에 잠시 걸음 멈추고 쉬어 감니다
항상 건승 다복 빕니다 구름길 이성경 시인 님
다녀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과나님도 건승하시고 행복한 나날 되세요.
이성경님이 그리는 세상의 모습이 붓끝에 높은 이상을 가르키며 나아가고 있네요..고은 삶의 길..이셩경님의 작품에 느껴지비낟. 추천드립니다.
아그네스님의 과한 칭찬 감사합니다.
오늘은 비가 내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