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내가 갑자기 죽었다.
왜 죽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물론 죽는꿈은 흔한편이다. 꿈에선 자주 죽는다.
하지만 이번 꿈은 죽고난 이후의 이야기가 나왔다.
죽고나니까 어떤 건물같은 곳에 있었다.
그냥 1층짜리 건물이였고 사무실같은 분위기의 공간이였다.
그것도 굉장히 옛날 사무실 느낌. 그렇다고해도 특별한 건 없었다.
그저 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는 없었다.
그리고 전부 한국인이였다.
줄은 총 세개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 아무곳에나 섰다.
좀 기다리니 금방 내 차례가 왔다. 그러자 정장입은 송강호가 나를 훑어보더니 서류에 도장을 찍고
다음문으로 들어가라고 얘기했다. 나는 사무실 바깥으로 난 문으로 들어갔다.
거기는 학교복도와 비슷한 공간이였다. 말죽거리 잔혹사 영화에 나올법한 그런 옛 학교의 복도였다.
창문 바깥도 보였는데 그냥 자연풍경이였다. 열리진 않았다.
복도라고 해봤자 굉장히 짧은 복도였다. 대신 양옆으로 좀 넓긴했지만.
그 복도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옹기종기 모여서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고
웅크려서 울고있는 사람도 있었고 창문을 계속 두드려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복도에는 창문 반대편으로 문이 두개정도 나 있었고, 복도 끝쪽에 문이 하나 있었다.
복도 끝쪽에 있는 문으로 가니 기계같은 것들이 난잡하게 있었다.
그 난잡힌 기계 가운데에는 문이 하나 달려있었고, 그 문은 열려있었다.
하지만 그 문의 너머는 그저 어둡기만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기계옆에 서있던 정장입은 직원은 나를 보더니
이 문으로 가면 환생이고, 기억은 다 잃게되지만 괜찮을거라는 둥 나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나는 좀 더 나중에 오겠다고 얘기했다.
그러자 직원은 어차피 오늘안에는 꼭 오셔야한다고 얘기했다.
나는 그 방을 나와서 복도 옆에 붙어있었던 두개의 문을 열어보기로 했다.
한 쪽은 화장실이였다. 남자화장실 전용. 이것도 굉장히 옛날 느낌이다.
그리고 또 다른 문을 열어보니 그곳은 피시방이였다.
옛날 느낌이 나는 피시방이였다. 컴퓨터들도 전부 모니터가 매우 옛날 CRT 모니터였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 하는 게임이라곤 스타크래프트나 디아블로뿐이다.
그런 게임들을 같이 하기도하고 혼자 하기도 하고.
나도 앉아서 컴퓨터를 켰다. 인터넷은 되지 않았다.
게임만 두개 깔려있을 뿐. 다른사람들이 하는 게임을 하려고하니
역시나 배틀넷같은 곳에는 접속이 되지 않았다. 결국 같이할 수 있는 사람은 여기있는 사람들끼리가 전부였다.
그 외에 컴퓨터로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굉장히 옛날 컴퓨터였다. 윈도우 98. 오랜만에 보는 바탕화면이였다.
폴더가 하나 만들어져 있어서 열어봤더니 엄청나게 많은 메모장 파일들이 있었다.
몇 개를 눌러서 내용들을 읽었다. 전부 자기가 살아온 인생을 이 메모장에 기록해둔 것 같았다.
갑자기 병에 의해서 죽은 사람도 있었고 사고로 죽은사람. 늙어서 죽은사람. 다양했다.
한가지 공통점은 이 메모장에 적힌 모든 글들은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누군가를 너무나도 보고싶다는 얘기가 많았다.
그제서야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제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건가?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것들은?
나는 급한 마음에 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꺼냈다. 다른건 어찌되어도 좋았으나
부모님이랑 마지막으로 통화를 한 번 하고 싶었다. 하지만 전화를 아무리 걸어도 받지 않았다.
문자를 보내도 전송실패만 떴다. 이제 살아있는 사람들과는 영원히 연락할 수 없는 것이다.
무력하고, 허탈하고, 공포가 찾아왔다.
아까 직원의 말로는 오늘안에는 환생해야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까지 쌓아왔던 이 모든 기억과 소중한 추억들을 전부 버리고
새롭게 환생해야하는 걸까?
눈물이 흐르고 너무나도 무서웠다.
내가 살아서 해야만했던 수천 수만가지의 일들이 전부 떠오른다.
그렇게 좌절하다가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꿈이라서 너무 다행이라고 여겼다. 일어나자마자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부모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 이렇게도 좋은거였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절대 죽어선 안되겠다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게 되었다.
이러한 악몽은
가끔은 현실의 삶이 행복하다고 느끼게끔 해준다.
첫댓글 막줄이 핵심이군요
저도 현실의 삶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게 좋습니다
좋은글 감사해요
이 꿈을 꿀 당시에 스트레스를 크게 받으셨나요? 저는 안 좋은 일 생기면 죽는 꿈을 가끔 꿉니다
문장이 간결해서 읽기 쉽네요. 내용도 나름 일관성 있어서 소설을 읽는 느낌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