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나무당' 대표이자 후보인데도 유세 한 번 못해
재판부 "선거운동 하면 사건 관련자 섞일 가능성"
총선 출마자 가운데 재판 중인 '피고인'만 30여 명
"왜 송영길은 활동 못하게 막나" 형평성 문제 제기
자진 귀국 후 8개월 수사받고 100일간 수감 상태
아직도 인멸할 증거가 있다? 막연한 추정 '가혹'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12.18.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돈 봉투 의혹 사건으로 3개월 넘게 수감 중인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의 보석 신청이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송 대표는 선거운동 한 번 못 해보고 4‧10 총선을 옥중에서 치르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는 2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송 대표의 보석 청구를 기각하며 "형사소송법 제95조 1호, 3호의 사유가 있고 달리 보석을 허가할 상당한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해당 조항은 '피고인이 중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질렀을 때'나 '증거를 인멸하거나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를 보석 불허 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송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풀려나 선거운동을 할 경우 돈 봉투 의혹 사건 관계자들과 접촉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재판장인 허경무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공판에서 "송 대표의 구속영장 발부를 결정지은 가장 큰 요인은 증거인멸 가능성이었다"며 "그런데 피고인이 보석돼 선거운동을 하려면 조직이 필요하고, 조직이 있으면 기존에 피고인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오게 될 텐데 그 사람 중에는 이 사건 관련자도 섞여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총 6650만 원이 든 돈 봉투를 당 관계자들에게 살포하고 사단법인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를 통해 후원금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 총 7억 63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2월 18일 구속됐다. 이후 소나무당을 창당해 광주 서구갑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 14일 부인 남영신 씨를 통해 발표한 출마 선언문에서 "윤석열·한동훈 검찰 카르텔은 정치적 반대자는 압수수색·구속하고 국민과 언론의 입을 틀어막고 있다"며 "광주 시민께서 정치 보복 창살에 갇힌 저의 손을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구속 중인 소나무당 송영길 대표의 부인 남영신씨가 14일 오후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 대표의 광주 서구갑 출마선언문을 대독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4.3.14 [소나무당 제공]
그러나 이날 법원 결정으로 송 대표는 그대로 창살에 갇힌 채 22대 총선일을 맞게 됐다. 재판부 판단은 여러 측면에서 납득하기 쉽지 않다.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보석을 불허했으나, 이번 총선에 나선 여야 정치인 가운데 각종 혐의로 형사 재판 중인 사례가 여럿 존재하고, 송 대표가 실제 인멸할 증거가 얼마나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점에서 지나치게 가혹한 결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재판을 받고 있거나 상급심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피고인' 신분의 총선 후보는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한병도 의원,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황운하 의원, 자유통일당 황보승희 의원 등 30여 명에 달한다. 국민의힘의 경우 2019년 패스트트랙 폭력(동물국회) 사태로 기소돼 1심에 계류 중인 상황에서 또 출마한 전·현직 의원만 해도 10명이나 된다. 송 대표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송 대표는 특히 스스로 검찰에 출석하겠다고 귀국한 이래 장기간 먼지떨이 수사와 별건 수사를 당하며 말 그대로 탈탈 털린 상태라 여지껏 인멸할 증거가 더 남아있다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프랑스 파리에서 방문교수로 체류 중이던 송 대표는 민주당에 피해를 주지 않겠다고 즉시 탈당한 후 지난해 4월 24일 제 발로 한국에 돌아왔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자진 귀국한 바로 다음 날인 4월 25일 출국금지 조치를 하고 무려 8개월이나 샅샅이 저인망 수사를 진행한 끝에 같은 해 12월 8일에야 송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
이후 10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막상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주된 혐의는 돈 봉투 사건보다 송 대표의 외곽 후원조직이라는 '먹사연'과 관련한 정치자금법 위반이었다. 송 대표 측은 이를 정치검찰이 억지로 만들어낸 기획·조작 수사로 규정해왔다. 송 대표는 지난해 12월 18일 구속돼 이미 100일 넘게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처지다.
이렇게 1년 가까이 검찰의 명시적인 표적이 돼 수사와 구속 상태에 있었음에도 재판부가 '선거운동을 하게 되면 이 사건 관련자도 섞이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추정과 예단만으로 유세 기회를 아예 박탈하니 송 대표 측으로서는 반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송 대표 변호인단은 지난달 27일 보석 신청을 했지만 재판부는 한 달 이상 시간을 끌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들어서고 나서야 기각 결정을 내렸다.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구속기소 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옥중에서 창당한 소나무당 창당 대회가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리고 있다. 2024.3.6. 연합뉴스
소나무당 비례대표 후보들과 당원들은 전날 재판부에 제출한 보석 허가 탄원서에서 "24년 동안 5선 국회의원, 인천광역시장, 여당 당대표를 역임했던 송영길이 정치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선거 활동조차 하지 못하게 막을 정도로 중대하고 명백한 범죄행위를 저질렀다고 재판부는 확신하는 것이냐. 그래서 그의 정치적 생명을 끊기로 결정한 것이냐"면서 "정치검찰의 거듭된 불법 수사로 억지 기소가 이뤄진 송영길 대표에 대해 이처럼 형평에 반하고 억울하며 잔혹한 취급을 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재판부에 따져 묻고 싶다"고 전했다.
앞서 송 대표의 아들 송주환 씨는 26일 광주를 찾아 아버지의 석방을 눈물로 호소했다. 송 씨는 이날 오후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정치인이 많지만 유독 송 대표만 지금 차가운 감옥에 억류돼 있다"며 "국민 누구에게나 적용돼야 할 공정한 재판을 위한 무죄추정의 원칙과 불구속 수사 및 재판의 원칙은 송 대표에겐 언감생심의 배려가 돼 있다"고 토로했다.
재판부에는 심지어 '송영길 보석에 대한 처벌 감수 확약서'까지 제출된 바 있다. 함세웅 신부, 김상근 목사, 이부영 비상시국회의 상임고문,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박석무 다산연구소 명예 이사장 등 원로 5명과 시민 4000여 명은 지난 20일 재판부에 연명으로 낸 확약서를 통해 "송영길이 도주하거나 기타 범법 행위를 하게 될 경우 범인도피죄, 위증교사방조죄 등 그 어떤 처벌이라도 아무런 이의 없이 감수할 것임을 재판장께 확약한다"고 했다.
송 대표의 도주 및 증거인멸 등 우려에 대해 자신들이 보증할 테니 보석을 허가해달라고 간청하다시피 한 것이다.
송 대표 본인이 불구속 재판을 얼마나 애원해왔는지는 말할 것도 없다. 그는 지난달 27일 보석 청구를 한 데 이어 이달 4일 첫 공판기일 때부터 돈 봉투 및 먹사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자신의 무죄를 격정적으로 소명했다. 이후 공판 때마다 "총선 포스터용 사진이라도 찍을 수 있게 해달라" "어쩌면 마지막 국회의원 선거일 텐데 유세 한 번 못 한 채 구치소에 무기력하게 있어야 한다면 너무나도 가혹한 형벌이 될 것이다" 등 간곡한 말로 보석을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외면하면서 모두 허사가 됐다.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의 최근 옥중서신. 송 대표 페이스북
출처 : 송영길 선거운동 막은 재판부…'증거인멸' 타당한가 < 법조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