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고조선의 건국신화는 ‘단군신화’입니다. ‘단군신화’에 보면 두 마리의 동물이 등장합니다. 바로 호랑이와 곰입니다. 곰은 100일을 쑥과 마늘로 견디어 인간이 되었고 신의 아들인 환웅과 결혼하여 단군을 낳게 됩니다. 결국 곰은 동물을 숭배하는 토테미즘의 상징이라고 우리는 배웠습니다. 그러면 궁금한 것은 곰 옆에 있었던 호랑이는 어느 민족과 관련되었을까요? 함께 있었던 호랑이도 어느 민족의 조상 토템이지 않았을까요? 호랑이를 숭배하던 민족, 고조선으로부터 고구려, 발해에 이르기까지 늘 우리 옆에 있었던 이웃 민족은 누구일까요? 바로 여진족입니다.
여진족은 항상 호랑이를 숭배했고 그들의 발상지는 우리와 같이 백두산입니다. 백두산에서 동쪽으로 현재의 북한과 중국의 국경선으로 한참 내려가다 보면 두만강발원지가 나오는데 도착하기 바로 전 약 700m 전방에 여진족의 발상지인 ‘원지(圓池)’가 나옵니다. 여진족은 자고로 백두산을 민족 발상의 성산이라 여기며 제사를 지냈습니다. 또한 압록강, 두만강 유역이 그들의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여진족은 숙신, 읍루, 말갈 나중에는 만주족으로 불리면서 늘 우리 곁의 이웃 민족이었습니다.
몽고족도 마찬가지입니다. 몽고반점을 말하지 않더라도 몽고족과 우리 민족의 유사성은 긴 말이 필요 없습니다. 몽고족도 여진족처럼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까지 함께 한 국가공동체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중화사상이 들어오고부터 이들 민족들을 오랑캐라 하여 천시하면서 우리 역사는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거란은 그렇다 치더라도, 몽고(원)와의 싸움, 여진족과의 병자호란 등은 우리가 전쟁 없이 충분히 외교로 풀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들과 화친을 맺었더라면 오히려 중국(중원세력) 사이에 이들이 완충작용을 해 주므로 우리는 전쟁의 위험에서 더욱 벗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적어도 이들이 요동지역에 버텨주면 중국은 해군으로 말고는 한반도를 침략할 수가 없었을 테니 말입니다.
결국 당시 지배권의 지배 이데올르기 인 유교, 경제 교류의 이권을 가진 자들의 중화사상으로 우리는 고려 말부터 이들 오랑캐라 여기던 몽고족과 여진족으로부터 전란에 휩싸이고 전국토가 유린당하는 아픔을 겪게 된 것입니다.
가까이 하고 있는 이웃 민족들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 줍니다. 하지만 인터네상에 오고가는 글들을 보면 어떤 조그만 사안이라도 이웃 민족을 헐뜯고 그들의 나쁜 점을 부각하고 홀시하고 하대하는 글들이 난무합니다. 그들이 세계 질서 속에 존재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을 인정하고 그들의 좋은 점을 배우고 닮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비록 역사적인 아픔이 있다할 지라도 우리 주변의 민족들을 감정적으로 대해선 안됩니다.
동아시아에서 역사의 감정의 골이 아무리 깊다해도 유럽만큼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유럽은 EU공동체를 훌륭하게 이루고 있는데 우리는 중국 한족, 조선족, 일본, 북한에 대하여 감정적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는 이제 역사와 시대 속에 가장 주목을 받는 운명공동체입니다. 세계의 중심에 서 있는 동아시아, 함께 짊어져 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