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시4 <쇼생크 탈출>
오늘은 몇 번 봐도 지겹지 않고 보면 볼수록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는 영화 <쇼생크 탈출>을 다시 상기하여 본다. 1994년 프랑크 다라본트 감독에 의해 제작되어 상영되었지만 워낙에 유명한 영화라 국내에서도 2016년에 다시 개봉되었다. 팀 로빈스(앤디 역)와 모건 프리먼(레드 역)의 뛰어난 연기가 돋보인 작품.
그러나 영화를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배우들의 대사나 배경만 좇다 보면 영화가 암시하거나 말하고자하는 본질을 놓치게 된다.시의 기법 못지않게 세밀한 기법으로 영화를 전개해나가고 있는데, 이는 마치 상징과 은유를 숨겨 놓은 시 한 편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앤디가 감옥으로 들어서는 첫 부분에 나타나는 검은 문 위로 가려지는 하늘,그리고 수감생활을 하면서 복선을 깔고 취미로 깎게 되는 돌, 교도소장의 비밀세금장부를 정리해준 대가로 수감자 전원이 얻어먹는 맥주, 그리고 피가로의 결혼 중에서 "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의 음악 등은 시의 메시지처럼 강렬하게 다가온다.
"바쁘게 살던가,아니면 바쁘게 죽던가."교도소 뜰에서 레드와 앤디가 대화를 나누고 일어서는 장면에서 빛과 어둠으로 배치되고 있는데, 빛은 앤디 쪽으로 레드는 어둠 속에 들어 있다.이러한 양상은 브룩스와 레드가 교도소 철창문을 나서는 부분에서도 잘 나타난다.교도소 문을 나서는 브룩스의 앞길에 드리우는 철창문의 그림자, 그에 비해 교도소 문을 나서는 레드의 모습은 철창문을 뒤로하고 바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암시는 영화 첫 부분에서 보여준 교도소장의 말과 앤디의 말에서 이미 나와 있다하겠다.규율과 성경, 두 가지만 믿는다는 교도소장 노튼, 그에 반해 ‘깨어 있으라’를 희망처럼 믿는 앤디.스스로 세상의 빛이라고 말하는 노튼에게 앤디는 탈출을 하면서 당신의 말대로 성경 속에 구원이 있었다는 의미심장한 글을 써 놓는다. 노튼이 펼친 성경 속에는 앤디가 벽을 뚫기 위해 감춰놓은 망치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영화의 제목은 영어 원제 그대로 해석하면 <쇼생크 구원>이다.탈출보다는 구원이 더 어울리는 것 같은 영화 이름 같다. 망치를 숨기게 위해 성경책을 망치모양으로 파낸 앤디의 구원대상물. 성경으로 인해 구원받은 게 아니라 망치가 나를 탈출시키고 구원해주었다는 역설적인 의미가 내재하고 있다하겠다.이밖에도 거론하지 못한 하모니카, 하늘을 나는 새, 그리고 태평양 연안에 있는 작은 마을 지후아타네호 같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메타포 등은 앤디의 말대로 깨어 있으면 갈 수 있는 자유나 희망이 있는 곳이 아닐까. 이런 의미에서 시인도 항상 깨어 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