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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밝은 인사와 함께 맺은 인연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리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분이 아침마다 우리에게 배달해준 건 야쿠르트 한 병이 아니라 밝은 희망과 행복이었음을 믿는다. 이제는 우리가 그분에게 밝은 희망과 행복을 전해드리고 싶다.” 광주광역시청 직원들은 매일 아침 밝은 미소로 다가와 인사하던 ‘야쿠르트 아줌마’ 정호순씨를 떠올린다. 지난해 8월 정씨는 조직검사 결과 말기 암 진단을 받았다. 항암치료비, 약값 등 경제적 부담으로 그동안 살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화순으로 이사해, 아들딸과 함께 월 30만 원정도의 정부지원금으로 생활한다. 정씨의 딱한 사연을 전해들은 문화수도지원과 장상근 과장은 지난해 12월 중순 경 암투병 중인 야쿠르트 아줌마의 소식을 청내 게시판에 올렸다. 글의 시작은 이렇다. “그분의 이름은 정호순이다. 그러나 나는 그분을 굳이 ‘야 여사’라고 부른다. 뭐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고 그는 시청에 야구르트를 배달하는 일을 하였고, 나는 그의 고객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농담 반으로 부른 것이 그에 대한 호칭이 되었는데 그도 그 호칭에 싫어하는 내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난스레 부르기 시작한 그 호칭이 무척 정감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 이름을 더 이상 부를 수가 없어 안타깝다.” 장상근 과장은 글을 통해 매일아침 야쿠르트 아주머니를 접하면서 느꼈던 지난 일들을 진솔하게 끄집어 내기 시작했다. 17년간 한 번도 배달을 거른 적 없이 아침마다 밝은 미소를 띠며 바지런을 피우던 기억, 생일이나 특별한 날이 있을 때는 편지를 띄우거나 여러 가지 이벤트를 만들어 고객들을 즐겁게 해주던 일, 수금 때는 어김없이 ‘슈퍼100’을 보너스로 얹어주는 마음씨를 회상하며 야쿠르트 아줌마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그는 오며가며 얼굴을 마주친 정씨가 남편과 이혼 후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 사정을 알게 됐고, 그녀가 신앙생활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인도해준 일을 계기로 다른 직원들보다 근거리에서 정씨의 어려운 생활을 접하게 됐다. “어느날은 내가 묻기를 ‘그 많은 고객을 상대로 17년간 영업을 했으면 지금은 갑부가 되었겠다’고 농담 삼아 얘기했더니 가진 게 하나도 없단다. 깜짝 놀라 ‘나 말고 다른 시청직원들도 다 그렇게 알고 있다’고 하였더니 그제야 자신의 전후 사정얘기를 하는 거였다.” 장상근 과장에 따르면 정씨는 “야쿠르트를 배달하는 사원들은 전부 개인 사업자들이기 때문에 모든 비용을 본인이 지출해야 한다. 실제 수입은 얼마 되지 않는다”며 “신선한 음료를 단 일분이라도 빠르게 배달하기 위해서 항상 긴장하다보니, 12시에 잠자리에 들어도 4시 반에 일어나려고 자명종을 해놓는데 거의 30분 단위로 잠이 깬다”고 속사정을 내비췄다. 더욱 “생활비와 아들 딸 학비를 내고나면 항상 적자였다”고 털어 놓았다. 앞뒤 돌아볼 틈도 없이 생활하던 그녀는 계속되는 다리 통증에 지난 8월 조직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뜻밖에도 암이었다. 뼈의 암이 폐에서 전이된 것이고 이미 말기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이 소식을 접한 장상근 과장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고 착하게 살려고 노력했고 단 한시라도 고객을 위해 노심초사한 죄밖에 없는 것 같은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그의 아내를 붙잡고 밤새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단다. 그는 “그런 아픈 몸을 이끌고도 불평불만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다른 사람을 격려하며 밝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고, 또 일요일엔 교회 주일학교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열심히 살아왔다는 것을 생각하니, 그동안 그분이 겪었을 고통이 가슴 한켠으로 느껴져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고 다시 한 번 막막한 심정을 토로했다. 글의 말미에서 그는 “비록 지금은 육신의 한 부분이 견딜 수 없는 통증으로 고통 받고 있지만 그의 17년의 투자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그가 살아온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자신을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면 한다”며 동료 직원들에게 가슴으로 호소했다. 지난달 21일 올린 장상근 과장의 진솔한 글 때문인지 야쿠르트 아줌마를 기억하는 많은 직원들이 사랑의 온정을 이어갔다. 십시일반으로 모인 성금이 3백만원이 넘어섰고, 야쿠르트 아줌마를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또한 직원들은 아침마다 야쿠르트 아줌마 정호순씨의 애칭을 다시 부를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
첫댓글 야쿠르트...참 오래된 음료지..값도 거의 안오르고...
기사 주인공분에게 행운이 깃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