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연휴기간에 KBS에서 방영한 특집프로그램 ‘구당 김남수 선생의 침뜸 이야기’가 의료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방송이 무자격 침구사 양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으로부터 시작된 논란은 인터넷 공간에서 1962년 폐지된 침구사 제도를 부활해 양성화 하자는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9.9%를 기록, 추석 특집프로그램 중 4위를 차지하면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방송이 나간 직후,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방송 내용으로 적합한지에 대한 찬반 논쟁에서 침구사 제도를 부활해 양성화 하자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김남수 옹의 경우 침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어 침술행위가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침구사 제도가 폐지돼 김남수 옹으로부터 침술과 뜸을 전수받은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시술할 경우에는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한 뜸 진료를 할 수 있는 구사 면허를 가지고 있지 않은 김남수 옹은 의료법상 뜸 진료를 할 수 없다. 때문에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침구사를 양성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현행 의료법 테두리 내에서 침과 뜸은 한의사만이 시술할 수 있는 의료행위”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경향I-TV ‘엄호동의 시시비비’는 침뜸의 달인 김남수 옹으로부터 논란에 대해 들어봤다. 김남수 옹은 논란이 한의사와 침구사간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냐는 얘기에 대해 불쾌감을 피력하며 “의료인은 환자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지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환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왔다”며 대담을 시작했다.
김남수 옹은 또 “침을 다루는 침사는 뜸 진료도 충분하다”며 “구사가 아닌 침사는 뜸을 떠서는 안된다는 현행 의료법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김남수 옹은 이어서 “일본의 경우에도 침사가 지압이나 뜸 진료 모두를 시술할 수 있다”며 “하루빨리 의료법을 개정해 합법적으로 침구사를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침사인 김남수 옹은 동대문구청으로부터 뜸 진료를 했다는 이유로 의료법 위반을 적용해 1일부터 11월 15일까지 45일동안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에 대해 김남수 옹은 “침술원을 운영한 65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오늘도 진료를 받기 위해 모여든 수백명의 환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 것 같다”며 크게 반발했다.
더불어 김남수 옹은 “의(醫)와 약(藥)으로 구분해야 한다”며 “침과 뜸은 한의(韓醫)로 약은 한약(韓藥)으로 각각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현재의 한의대학을 침구대학으로 바꿔 그에 맞는 교육과정을 통해 전문적인 침구사를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마지막으로 대담을 맞췄다.
한편, 논란에 대해 김남수 옹과 대담이 아닌 한의사협회 최방섭 부회장과 함께 갑론을박을 펼치고자 했으나 무산됐다. 토론 일주일 전부터 한의사협회에 토론 참여를 요청해 최 부회장이 토론자로 출연하겠다고 답변했다. 조건부 출연 승낙이었다. 한의사협회는 침구사협회 등 비의료인과는 토론에 임하지 않을 생각이니 침구사(침사)인 김남수 옹이 토론자로 출연해야 한다는 조건을 들었다.
국내에 남은 41명의 침구사 중에 한 사람인 김남수 옹은 토론의 취지를 듣고 어렵게 출연을 승낙했다. 93세의 고령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토론회가 무리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내린 결정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한의사협회는 토론을 시작하기 한시간 전에 돌연 불참을 통보해와 토론이 무산됐다. 당초 출연하기로 했던 한의사협회가 방송 한시간 전에 결정을 번복한 이유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